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160402

사려울 2016. 12. 8. 01:53

4월이 들어서 날은 많이 따스해 졌는데 대기는 미세 먼지로 홍역 앓이에 심각하다.

이게 월매나 심각하냐믄 가까이 있는 남산타워가 희미하게 보일 정도에 공기 중에 텁텁한 스멜이 후각 세포가 지칠 틈도 주지 않는다.

날 좋은 봄에 먼지로 황폐해진 대기라...

겨울 동안 응어리진 기운을 봄 기운 처방으로 많이 이완시켜야 될 판에 이런 우중충한 늬우스들은 뛰어 오르려는 스프링을 어거지로 억누르는 형세다.

그 와중에 주말이 왔는데 그렇다고 방구석에 틀어 박혀 마냥 헤엄칠 내가 아닌 만큼 쿨하게 헤쳐 나가자는 다짐을 하고 몸풀기에 들어 갔다.



영양에서 가져온 소나무 씨앗이 봄 기운을 받아 흙을 뚫고 세상을 향해 팔을 뻗기 시작했다.

앞 전에 나온 새싹(겨울과 봄의 경계에서_20160301) 두 녀석은 끝내 씨앗의 딱딱한 껍질은 탈피하지 못하고 사그라들어 안타까웠는데 다른 두 녀석은 껍질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팔을 뻗기 시작한 만큼 좋은 소식이자 설레는 기분을 주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봄기운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나무로 성장하는가의 문제가 남았다.

관심 팍팍 줄텡께 기 죽지 말고 무럭무럭 자라거라~!



해가 지고 간소한 옷차림으로 산책하기 딱! 좋은 봄바람의 유혹에 넘어가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걷기로 했다.

미세 먼지로 인해 안개가 끼인 마냥 대기가 뿌옇게 흐린 편임에도 집 안에 갖혀 있는 것보단 봄구경이 나을 거란 결정은 역시 잘 했다 싶어 목적지를 두지 않고 정처 없이 걷다 분위기 좋은 카페도 들러 한숨을 고르기도 했다.

다행인건 주말이라 그런지 등불이 반석산 둘레길을 밝히고 있어 당장 눈에 들어오는 대로 방향을 틀었는데 겨울이 만들어 놓은 걸 하얀 도화지로 비유한다면 그림을 그리는 붓은 봄이 될 터, 아직 작품은 시작 단계지만 간헐적으로 뿌려 놓은 물감의 흔적은 영락 없이 봄의 작품임에 틀림 없다.

노인 공원에서 출발하여 오산천 전망이 보일 무렵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진달래는 황막한 겨울 배경으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 잡으며 산책의 보람을 충분히 보상 받게 했다.



이내 당도한 오산천 전망 데크에서 가쁜 숨을 달래며 동탄2신도시를 바라 봤더니 맑은 날 이었음 에도 심각하게 뿌옇다.



동탄 유일의 폭포 부근에 다다르면 오산천 산책로와 가까이 만나는데 가끔 지나치게 되는 사람들 또한 나처럼 봄구경에 여념 없다.

봄에 산책하기 좋은 이유는?

활동하기 좋은 기온에 습도가 낮아~

겨우내 동안 삭막한 풍경만 봐오다 색다른 컬러가 튀어 나오니까 반가워~

여름에서 가을 중턱까지 피 맛 보겠다고 혈안이 된 모기 시끼들이 없어~



노작박물관 뒷편에 무장애길에서 한 숨 돌린다.

등불을 보면 그 날 미세 먼지가 월매나 뿌옇게 끼여 있는지 짐작이 가는구먼.



봄이 오는 신호.



오렌지빛으로 물든 도로를 찍기 위해 필터링을 해 봤는데 다른 컬러에 비해 잘 나왔다.



반석산에서 본 진달래와 함께 개나리도 봄꽃으로 아주 유명하신 분이지.

곳곳의 울타리에 진달래가 방긋하다.





필터링 놀이를 매년마다 하는 육교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색등의 컬러들을 가출시켜 봤다.



장노출을 해보면 여러 컬러들이 서로 계모임 중이지만 실제 하나씩만 켜졌다 다른 선수로 자연스럽게 바톤을 넘겨 준다.



필터링에 재미 든 김에 조용한 거리 풍경도 옐로우 필터링으로 담아 봤다.

노랭이가 거리를 지배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색상이 펼쳐져 있다.




집으로 돌아올 무렵 눈에 잘 들지 않는 화단에서 바람결에 살랑이는 화사한 꽃밭을 발견했다.

아직 새싹들이 많지 않은 이른 봄의 들판에 미리 예고하는 여러 색상의 꽃잎들을 보면 머릿속에 미리 짐작하는 봄에 던져 진 것만 같고 추위에 움츠렸던 생명의 꿈틀되는 역동감이 반가워, 그래서 더 봄이 설레는 주말의 방해 받지 않는 산책이 요 맘때만 느낄 수 있는 흥겨움이기에 기다리고 즐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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