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끝나간다 싶었는데 복병처럼 출몰하는 늦추위는 냉혹하다.
풀어진 긴장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허술해진 방어막을 보란 듯이 허물어뜨리곤 그에 대한 방어를 할라 치면 다시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듯 웅크려 버린다.
지나가는 주말 시간이 아쉬워 뒤늦게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온 발걸음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둘레길로 향했고 낙엽 무늬 전망 데크에 도착한 시각은 이미 자정이 가까워진 무렵, 사람의 발길도 끊어지고 오로지 간헐적으로 들리는 무언가가 낙엽을 파헤치는 소리.
처음엔 이 소리 땜시롱 입에서 자연스럽게 개거품 나오는 줄 알았다.
거기다 둘레길을 걷다 갑자기 인척에서 터져 나오는 푸다닥 소리는 왠만해서 익숙해져 있는 반석산에 두려움이 없던 나조차 십자가를 들거나 묵주를 들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 소리를 몇 번 듣다 보면 반석산 터줏대감인 꿩이나 까치로 알 수 있다.
특이하게도 새끼 고라니 한 마리가 반석산 여기저기 출몰하는 것 보면 이 녀석이 도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하여 갈 곳을 잃은 거 같다.
밤엔 조금 먼 발치에서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보니 렌턴을 비추면 두 개의 파란색 불빛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러다 어디론가 쏜살 같이 달아나는데 반석산에서 가봐야 어디를 가겠는가.
둘레길 한 바퀴를 돌고 내려올 무렵이면 다시 마주칠 때가 왕왕 있어부러.
노작호수공원 인접한 반석산은 하루 대부분이 음지라 둘레길에 눈이 얼어 조금 조심스럽다.
빛이 거의 없는 밤이지만 간헐적으로 띄엄띄엄 있는 등불과 내가 비추는 불빛에 의지해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한 솜씨로 얼어 있는 둘레길의 일부 코스를 헤쳐 나가는 내 자화자찬에 흘린 땀과 더불어 개운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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