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양 이팝나무가 뽀얗게 물들고, 넘실대는 바람결에 향긋한 아카시향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봄은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야생마 같지만 그 계절의 옷깃에 내비치는 풍경은 향기로 가득하다. 살랑이는 아카시향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넋 나간 사람처럼 소담한 길을 따라 피어나는 신록을 만나러 가는 길은 흥겨운 놀이를 쫓는 아이 같다. 산책의 행복을 저미던 시간, 손끝에서 조차 잠자고 있던 유희의 감각이 긴 잠을 깨치고 일어나 어디선가 들리는 아름다운 새의 지저귐도 피부를 간지럽힌다. 노작마을 초입에서 반겨주는 이팝나무의 화사한 인사. 마치 뽀얀 눈이 덮여 눈꽃 만발한 나무 같다. 여기를 지나 곧장 노인공원을 거쳐 냥마을로 향했다. 뽀샤시한 외모와 순둥순둥 성격, 하지만 길냥이 특유의 경계심으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