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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 겨울 왕국의 밤, 용평_20240121

자욱이 눈 덮인, 그러면서 포근한 겨울 정취는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폭설 내린 횡계를 지나 용평에 다다르자 성탄절에 종종 등장하던 이국적인 겨울 화보가 창 너머에 졸고 있었다. 밤하늘엔 이내 내려앉을 듯 무거운 구름이 버텼고, 눈 내린 발왕산 기슭엔 촉촉한 불빛이 초롱초롱한 빛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이번 겨울 가장 추운 한파, 게다가 유별난 백두대간의 한파도 빛의 스펙트럼을 꺾을 순 없었다. 밤새 감상에 젖어도 아깝지 않을 야경을 용평에서 만나던 날이었다. 모나 용평:타워콘도 본문 시작 타워콘도 가족을 위한 최상의 선택, 다양한 편의시설이 함께 있어 더욱 편리합니다. 18타입 요금안내 SOD(Standard Ondol) / SOT (Standard Twin) / GFO(Garden Floor Ondo..

눈 내리는 일상_20220201

바람과 함께 흐르는 눈발 따라 겨울 정취가 활짝 피어나 걷는 내내 목덜미 촉감을 간지럽힌다. 하늘 아래 두터운 장막을 친 구름이 심술 겨워 햇살 가득 삼켜도 어디선가 달래는 낮의 등불이 환하게 켜져 겨울 연가의 달디단 리듬 따라 흥얼거리게 된다. 황막한 겨울 들판이 하얗게 팔을 벌리면 추위에 쫓긴 생명도 포근한 계절의 품에 고이 잠든다. 전날 밤부터 내린 눈이 그치고 아침에 다시 퍼붓기 시작한 눈에 머리가 젖는 것도 잊고 길의 정취에 취했다. 밤새 내린 눈을 껴안는 아침 눈이 대기를 품어 풍성한 발색 가득하다. 특히 오런 장면도 꽤 괜춘한데! 아침 눈이 가장 강렬했던 속내는 잊고 대기에 점점이 찍힌 눈송이는 첫사랑의 풋풋한 추억 같았다. 두텁게 구름이 덮였지만 눈이 증폭시키고 반사시키는 빛의 굴절로 세상..

눈 내리는 명동_20220131

서울의 설야...라고 하기엔 길이 미끄러워 댄스를 추는 바람에 회사 주변만 몇 컷. 눈꽃이 가장 이쁠 때가 바로 눈이 내려 쌓이기 시작하는 즈음인데 마치 목화솜이 활짝 핀 마냥 뽀송하고 뽀샤시했다. 하늘 등불이 모두 꺼지고, 가로등만 반짝일 때 수줍음 많은 눈꽃은 미약한 불빛을 먹고, 환한 향기를 발산했다. 기세등등한 눈발이 잠시 쉴 무렵, 풍성한 눈꽃이 피기 시작했다. 하얀 도화지 같은 눈밭을 보니 영화 Let Me In의 클로이 모리츠 화보가 연상되었다. 한 차례 눈 내린 명동거리. 사진으로 보면 명동이 다르게 보인다. 그래도 명동은 명동이었다.

하얀 겨울 낙원, 정선 설원_20210302

수줍음 많은 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봄의 시선을 피하려 들겠지? 지상의 피조물과 올올이 엮여 잠시 쉬는 모습이 결 하얀 아기 피부 같아 가던 길에 서서 잠시 눈을 밟아본다. 아직은 눈이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끝을 간지럽히는 보드라운 잔향이 전해지는데 가끔 보이는 눈 위 발자국 또한 나와 같은 기분을 가진 게 분명하다. 다음 숙소로 가는 동안 길머리에 있는 샘터에 들러 물 한모금 들이키자 눈 내린 세상을 질주한 긴장이 역력했는지 긴장과 갈증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고스란히 안도와 만족이 들어찬다. 가는 길에 정선 치곤 꽤 넓은 평원을 하얗게 물들인 설경에 반하여 다시 차를 돌려 다리를 건넌다. 평온한 마을의 첫인상이 정선이구나 싶다. 오대천길은 꽤 자주 다닌 길인데 눈이 내려서야 비로소 숨겨진 아름다움..

산수화 같은 정선 설경_20210302

이번 정선 여행에서 가장 매력적인 설경은 흔하디 흔한 동네 외곽에 몰래 움츠려 있던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별어곡 부근이었다. 마치 가로로 넓게 펼친 한지 위에 정성스레 먹인 먹물로 한땀 한땀 보드라운 붓으로 휘갈긴 듯 여백과 바위 절벽, 단조로울 새라 드물게 서 있는 소나무가 어우러져 담채화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은 자연의 진면목이다. 물론 편집에 대한 귀찮음에 메타데이터를 올리지만 단지 시각적인 심상만으로도 꽤나 수려하다. 산재한 의미 중 여행의 진면목은 이런 예기치 않은 감탄 때문일까? 느림의 미학처럼 평소 인적이 거의 없는 도로에서 속도를 줄인 만큼 자연의 진면목이 들어차 공간을 가득 채웠던 중력의 끈을 놓았다. 가슴이, 머리가, 심장이 여전히 살아 있어, 그래서 고맙다. PS - 정선? 정선. 어쩌..

낡고 썩어버린 낭만, 고한 메이힐즈_20210301

겨울이 봄에게, 추위가 따스함에, 응축된 대지가 푸른 새싹에게 애증과 더불어 그간의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시기. 때마침 내리는 비소리와 기차 경적이 그리운 태백선이 교차하는 풍경과 더불어 묘하게도 마음이 따스해진다. 태백에서 고한으로 넘어오는 길에 해발 1,000m가 넘는 거대한 두문동재를 만난다. 꼬불꼬불 고갯길을 일직선 도로로 닦고, 금대봉 아래 긴 터널을 뚫었다지만 여전히 거대한 고갯길은 일기가 좋은 날에도 숨을 허덕이게 만들 만큼 차량 엔진소리는 꽤 오래 둔탁하다. 그런데 오후 들어 폭설 수준의 눈발이 날리자 가뜩이나 힘겨운 고갯길에 꼬리를 잡아끄는 심술이 동반되었고, 운 좋게 제설차량을 만나 몇 번의 슬립이 있은 후 그나마 수월하게 고갯길을 넘어 무사히 숙소에 다다랐다. 밤새 자욱한 눈발은 ..

떠나지 않은 겨울의 끝, 검룡소_20210301

이른 오후까지 내리던 비가 어느새 따닥따닥 소리가 나서 허리를 낮추자 동글동글한 얼음 알갱이로 변신했다. 강원도 고지대는 눈이 올 수 있다는 예보를 미리 접하긴 했지만 막상 눈앞에 싸락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자 발걸음이 무거운 건 어쩔 수 없다. 허나 눈에 보이는 얼음 알갱이가 보석처럼 반짝이며 아름답다. 고생길은 차치하더라도. 검룡소에 오는 날엔 꼭 눈을 만난다. 처음 왔던 가을에 그랬고, 작년 4월 중순 봄(한강의 세상 만나기, 검룡소_20151128, 평온의 눈이 내리는 검룡소_20200412)에 그랬으며, 이번 또한 마찬가지다. 초입에서 맞이하는 세찬 바람 또한 약속이나 한 것처럼 변함없고, 검룡소에 도착하여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이중적인 얼굴 또한 마찬가지. 겨울은 떠날 채비를 하지 않았는데 이..

강, 산 그리고 사람이 만나는 오작교, 수주팔봉_20210128

오죽하면 강산이 고유명사처럼 사용 되었을까? 뗄 수 없는 인연의 골이 깊어 함께 어울린 자리에 또 다른 강이 함께 하자고 한다. 태생이 다른 세 개의 사무친 그리움이 심연의 갈망을 이루기 위해 지극히 무거운 걸음을 옮겨다다른 곳, 그래서 그 그리움을 잊지 않기 위해 첨예한 자연의 칼로 올곳이 조각하여 그리도 간절한 애정을 주홍글씨 마냥 그려 넣었을까? 만남은 그간의 애달픈 인내 였는지 갑작스런 눈발이 슬픈 곡조로 허공을 활보한다. 달천, 석문동천, 팔봉이 만나는 곳. 숨겨진 명소라 사위는 고요하고 인적은 뜸했다. 허나 숨은 보석처럼 미려한 곳이다. 출렁다리 밑 석문동천이 달천과 합류하는 곳으로 사람이 일부 가공했단다. 칼날 같은 능선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전망대에 다다르게 된다. 데크길이 없..

눈 내리는 월요일_20210118

월요일 이른 아침부터 제법 풍성한 함박눈이 쏟아진다. 심적인 건조함이 가장 극심한 때지만 잠시 여유를 부린다. 눈꽃은 눈이 내릴 때 가장 포근하고 풍성한 망울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면을 보면 겨울연가 삘이 묻어나 물씬한 겨울 감성이 깨어난다. 물론 걸어가는 사람은 위태로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지만. 풍성한 눈꽃이 모여 목화밭에 온 것만 같다.

설경에 함락된 충주산성_20201218

눈이 소복이 덮인 성벽을 따라 걷는 동안 무심한 시간을 탓할 겨를 없이 허공을 채우고 있던 연무와 햇살이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일상을 한발 벗어나고, 인파를 잠시 등지고 있던 찰나가 마치 정적에 휩싸인 허공처럼 한결 같이 머릿속을 맴돌던 잡념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뿌연 안개처럼 걷히며 무념의 가벼움에 도치되었다. 대부분의 산성들이 근래 들어 고증된 역사를 발판 삼아 복원되었지만, 그 땅에 서린 처절 했던 흔적과 달리 마냥 평화롭기만 했던 건 어쩌면 수 없이 흘린 피의 궁극적인 신념과 바램 아니었을까? 위태로운 비탈길을 따라 밟는 오르막길보다 더욱 긴장되는 내리막길은 양귀비의 마력에 혼이 나간 나머지 제 생명을 압박하는 권력의 추악한 이면을 반증하는 만큼 때론 중력이 잡아 끄는 방향을 모르는 게 약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