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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_20181217

출근 시간 총총히 집을 나서던 중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살얼음이 깨지듯 바스락거린다. 그러다 쭐떡~ 미끌~밤새 내린 무언가가 얼음 알갱이로 부화되고 있다.월요일 아침이라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선 덕에 그 소리의 진원지를 따라 몸을 잔뜩 낮추자 앙증맞은 하얀 결정체들이 서로 조잘거린다.잠시 사진으로 담는 답시고 급한대로 주머니에 자고 있던 폰을 깨웠지만 초점은 떠들썩한 이 녀석들에게 정신이 빼앗겨 덩달아 출렁인다.미끄럽게 괴롭히던 이 녀석들의 장난은 금새 잊고 뽀얀 속살을 출렁이는 아가를 쳐다보듯 잠시 그 익살에 치열하게 전개될 아침을 잊는다.

일상_20181206

이른 아침 출근길, 눈발이 살짝 날려 앙상해져 가는 영산홍에 기대어 앉았다. 어차피 부시시한 정신 머리로 감성이란 게 잔뜩 메말라 있는데 가끔 보이는 아침의 싱그러운 마법에 가던 길을 잠시 멈춰 스치듯 지나는 잔상들을 다시금 되짚어 보면 지나치는 아쉬움이 달래어 진다.겨울이라 설령 찬바람이 부딪히는 뺨은 차가울 지언정 오싹하게 위축되지는 않는다.

일상_20180113

전날 늦은 밤부터 내린 눈은 다음날 이른 아침에도 고스란히 결정체를 유지한 채 내려 앉을 수 있는 모든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한 동안 매형이 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중 몇 군데 매입을 했는데 한 곳에 컨테이너 집을 한 채 두겠단다.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부시시한 잠을 깨워 끌려가다 시피 화성의 한 업체로 찾아 갔는데 생각보다 짜임새 있고 집을 잘 조립해 놓았다. 유명 업체라는데 한참 지난 지금 찾아 가라면 모를 만큼 업체명이나 가는 길이 낯설었다.결국 이 집으로 하지 않았다는 반전.

일상_20171221

연일 눈 내리는 날이 많아 출퇴근 길은 번거롭지만, 그냥 지켜보는 재미는 삭막한 겨울보단 찰지다.새벽에 기습적인 함박눈이 펑펑 내려 눈꽃이 세상에 만발했다.출근길에 이런 여유는 호사라고 해야 할까?아마도 눈꽃의 매력에 도치되어 끌어낸 여유겠다. 목화솜이나 한여름에 인기 있는 빙수가 생각나는 아침, 화사하게 눈부신 세상으로 인해 기분이 전환되는 출근길이었다. 화사하던 아침과 달리 저녁 퇴근길은 빙판으로, 내가 다른 세상으로 온 것만 같다.

소낙눈 오는 밤_20171210

함박눈이 빗물을 담뿍 안고서 하염없이 내리는 이 한밤에 우산 하나 덩그러니 쓰고 거리를 활보했다.워낙 수분이 많은 눈이라 왠만큼 방수되지 않으면 내피까지 흠뻑 젖을 정도라 신기한 구경거리를 만난 아이 마냥 신이 나서 반석산 방향으로 걸어가는 내내 내리는 눈소리가 요란하다. 솔빛초등학교 부근 한산한 거리를 떠들썩하게 때려대는 눈은 제법 많이 내려 거리에 샤베트처럼 두툼히 쌓여 버렸다.

첫 눈_20171124

겨울의 첫 눈 치곤 제법 많이 내리던 날.겨울이라고 해도 한 겨울처럼 기온이 그리 낮지 않아 내린 눈은 금새 녹아버리고 녹은 눈더미들은 진흙처럼 길가에 쌓여 있지만, 그래도 첫 눈의 설레임이 금새 회상되는 날이다.가을이 얼마 지났다고 벌써 겨울의 설레임이라니.모든 계절은 그래서 매력 덩어리고, 그 매력에 취해 계절을 즐기게 된다. 가지에 켠켠이 쌓이고 이파리에 핀 눈꽃은 오래 동안 피어 있지 못할 시기라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겠지만, 내리는 눈이 즉석에서 만들어 내는 작품들은 한결 같이 매혹적이고 화사하다.이제 겨울이다~!!!

일상_20170205

연휴 후의 첫 휴일인 일욜, 그 동안 연휴 후유증으로 사진이고 뭐고 죄다 귀찮고 피곤하고 의욕 상실에 식욕?은 여전했던 한 주를 보냈다. 주말 휴일 종종 걷던 둘레길도 급격히 귀찮아져 발길은 반석산으로 향했지만 도중 옆으로 빠져 지름길을 택했고 내려 오던 길에 텅빈 산중의 공원에 앉아 하염 없이 세월아, 네월아 하며 멍 때렸다.그나마 약하게 날린 눈발의 유혹에 이불 속을 박차고 나갔던 건데 이내 그쳐 버리다니! 반석산에서 유일하게 쏟아 내려 오는 여울은 늘 물기가 있긴 한데 자욱한 낙엽에 덮여 흐를 정도는 아니다.그래도 이런 흔적을 볼 수 있다는게 얼마 남지 않은 위안이긴 하다. 둘레길로 걷던 중 옆길로 빠져 반석산 정상으로 갔다 바로 노인공원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텅빈 공원을 보곤 자리를 틀고 앉아 ..

설 연휴, 넷째 날_20170130

어제 내린 눈이 자취를 감추듯 연휴도 자취를 감추고 어느새 마지막 날. 아! 허탈한 고로 걍 동네 산책 중 영산홍 가지 사이에 걸린 눈 사진 하나로 땡 치자. 내린 눈이 오래 버티질 못하는 것 보면 이제 겨울 예봉도 꺾여 곧 봄을 기다린다는 것도 섣부른 철부지는 아닌가 보다.올해 들어 잘 사지 않는 옷에 내 생애 최고의 거액을 투자한 것 보면 날이 조금 누그러지면서 빠숀에 대한 없던 관심이 생겼던 건가?적당히 추위도 방어하면서 스타일도 살리는 옷들, 허나 급격히 얇아진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으면 거지꼴 못 면한다.

설 연휴, 셋째 날_20170129

연휴 셋째 날에 접어 들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그 시끌벅적했던 착시현상으로 집이 더 휑하니 썰렁하기만 하다. 그런 허전한 적막을 깨고 저녁부터 굵직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평소 내리는 눈은 질퍽대던 도로의 주범이자 출퇴근 시간이면 도로에 더 오랜 시간 발을 묶어 두는 불청객이었다면 연휴에 내리는 눈은 겨울의 운치와 매력을 가장 잘 이해시켜 주고 계절의 공감대를 포근하게 기억으로 변모시켜 주는 매력덩어리 였다. 이렇게 펑펑 내리는 눈을 보곤 판초우의를 입고 온갖 청승을 떨듯 홀로 거리를 활보하며 신이 난 아이처럼 아이뽕 셔터를 허벌나게 눌러 댔다.카메라로 찍는 다면 내리는 눈을 맞으며 내 눈도 눈물을 흘리겠지? 텅빈 도시에 하염 없이 내릴 것만 같은 이 눈을 보고 있자니 겨울이란 계절의..

설 연휴, 첫 날_20170127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설날 연휴, 허나 올해는 연휴 3일 중 이틀이 주말 일요일에 끼여 있어 말 그대로 엿 같은 상황이다.직장인들은 휴일 맞이하는 맛에 주중 근무가 아무리 힘들지라도 위안 삼아 견디는데 이런 힘 빠지는 시츄에이션 같으니라구!많으면 5일, 대체 휴일 포함 적어도 4일이라면 꼴랑 하루 차이에 이렇게 기분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라... 제사 준비를 얼릉 끝내고 자전거를 타며 유유자적하는 사이 하루 해가 지려는데 기록해 놓은 사진은 없고 해서 별 의미 없이 텅빈 공원을 찍어 놓고 잠시 한숨 돌렸다.예년 꾸준히 찍어대던, 하다 못해 폰카로도 자전거 타거나 도보로 틈틈히 찍던 사진이 급 시들해진 느낌이다.귀찮기도 하고 늘 같은 자리에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다 보면 사진으로의 신선한 소재가 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