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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_20170122

혼자 부시시하게 일어나 눈 내린 휴일 아침, 맑은 햇살이 창 넘어 취한 잠을 깨웠다. 조금 내린 눈에도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 베란다 창을 열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휴일 여유를 누리며 눈이라는 장난감을 맘껏 즐기고 계신다.채 온전치 않은 졸음을 애써 떨치고 대충 끼니를 챙긴 후 커피와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와 정처 없이 걷다가 어느새 반석산으로 돌려진 발걸음을 굳이 돌릴 필요가 있겠는가 싶어 발길이 닿는대로 맡겼다. 이런이런... 정원 초과 하셨구먼.노작마을 노인공원 초입에 도착하자 정원 초과한 썰매가 전복해 버린다.사고와 동시에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에 시선이 갈 수 밖에... 둘레길에 들어서 고스란히 쌓여 있는 눈길에 빛 바랜 낙엽 하나가 꽂혀 있다. 양지 바른 곳은 벌써 눈이..

일상_20170121

제주로 떠난 가족들과 달리 내가 사는 고장을 지키던 주말, 점심을 해치우자 하염 없이 퍼붓던 함박눈도 잠시 소강 상태를 보여 라마다호텔 커피빈으로 커피 한 사발 때리러 왔다.일요일과는 다른 주말의 여유를 벗삼아 창가에 자리 잡고 커피에 심취해 있는 사이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걷히는 구름을 비춘다. 분명 하늘엔 두텁던 구름이 걷히면서 석양이 비추려 하는데 호랭이 장가 가려는지 얕은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눈꽃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부드럽게 엉켜 있는 눈뭉치가 반증해 준다.역시 과일이든 야채든 신선할 때가 최고 아니겠어? 커피빈 테라스에 측백나무? 너머 노작박물관이 보인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눈꽃의 고결한 기품이 아름답다. 테라스에서 사진 찍다가 추워서 냉큼 들어 왔는데 그 잠깐 사이 많..

일상_20161224

성탄전야에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같이 하잖다. 초저녁부터 분주하길래 무언가 봤더니 과메기와 순대볶음을 위시해서 몇 가지 가끔 먹는 음식들. 난 이 비린내가 익숙치 않아 패쓰! 순대곱창볶음은 없어서 못 먹는 음식 중 하나라 개흡입 했지. 며칠 전에 내린 눈이 겨울 추위로 고스란히 얼어 있다.조카들 권유로 걸어서 노작박물관 뒤 무장애길로 갔었는데 그 늦은 시간에도 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걸 보면 성탄 전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무장애길을 따라 올라가는 조카 녀석들은 어릴적에도 이렇게 같이 산책을 다니면 신이 나서 쫓아 다녔더랬는데 이 날도 혈기왕성하다.다만 앞서 가는 녀석은 입대를 몇 달 앞 둔 시점이라 마음이 착잡 했나 보다.길 가던 내내 특유의 입담과 유머가 좀 뜸했고 한사코 여기까지 걷자..

겨울도, 눈도 끝물_20160228

그래도 여전히 겨울이다.기습적으로 찾아 오는 매서운 추위와 퍼붓는 눈은 영락 없이 '아직 겨울이거덩!' 항변하듯 풀어 놓은 긴장의 허술한 빈틈 사이로 매섭게 파고 든다.퍼붓는 눈이야 그래도 이내 녹아 버리니까 이쁘게 봐줄만 한데 추위는 말 그대로 복병한테 허를 찔리는 기분이 든다.사실 그리 추운 날은 아니었음에도 이미 추위에 대한 긴장의 끈을 한풀 늦춰 놓은 탓에 스쳐지나는 추위도 매섭게 느껴지두마 결국 큼지막한 눈송이를 펑펑 떨구어내는 눈 내리는 휴일, 추위를 이겨볼 심산으로 카메라와 음악을 들려줄 스피커를 챙겨 눈구경 산책을 떠났다. 눈 송이 자체도 들쑥날쑥인데 큰 건 목화솜 통채로 뿌리는 정도?다행히 날이 포근한 편이라 내리는 눈으로 생긴 눈꽃들이 먹는 빙수-여전히 먹는 이야기에 몰입-처럼 사각거리..

늦겨울에 눈발을 맞으며 둘레길을 거닐다_20160214

오래 지나버린 기억을 뒤틀고 짜맞춰야 되는데 난감하다. 그냥 두자니 그 때의 감흥을 남겨 두고 싶고 제끼자니 찝찝하고 거시기한 이 기분.분명히 기억 나는 건 나름 휴일 기분을 내자고 산책을 망설이던 때, 하늘에서 바람을 타고 얕게 나마 눈발이 흩날렸다.아직은 내 가슴에 순수한 동심(?)이 남아 있어 날리는 눈발을 보곤 후다닥 준비해서 고고씽~당시 유별나게 반석산 둘레길 탐방이 잦았던 만큼 이 날도 반석산 둘레길로 올라가 매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곳곳을 아이폰 사진으로 기록해 놓았구먼.기습적인 눈과 함께 바람과 추위가 함께 온 휴일이라 대낮 둘레길의 인적은 거의 없어 음악을 곁들여 마음껏 활보하면서도 편하게 내가 사는 고장을 감상할 수 있었고 그 여유가 사진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반석산자락 노인공원에 도착..

눈 내린 반석산

눈이 내리고 며칠 지난 휴일, 내린 눈이 수줍음으로 대지에서 숨기 전에 산책을 나가서 카메라로 떠왔다. 노작로 육교에서 솔빛초등학교를 바라 보고 찍은 설경.며칠 지난 설경이라 눈꽃이 많이 진 후였다.얼마 남지 않은 눈꽃이 이렇게 운치 만발한데 눈 내린 직후의 광경은 어떠했을까?상상의 물감이 멋진 눈밭의 눈부신 화사함을 가늠케 해 준다. 반석산자락 카페촌 너머에 있는 근린공원엔 인적의 발자취가 반가울 정도로 사람의 흔적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덕분에 하얀 세상의 진면목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는데 눈 내린 후 며칠 지나 버려 양지 바른 곳이나 눈꽃은 흔적이 남아 있질 않았다.암자 지붕엔 마치 카스텔라 빵처럼 폭신하게 내려 앉은 눈이 손바닥 도장이라도 찍어 보고 싶을 만큼 깨끗하게 쌓여 있다. 발자욱이 반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