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28

찜통 같은 대구, 욱수골과 금호강변_20220708

녹음이 무성한 개울가 산책로를 따라 잠시 걷는 사이 대구를 떠올렸다. 대구! 그냥 덥다는 생각뿐. 어차피 여름이면 어디든 덥다고 생각했지만 대구에 도착해서 도어를 여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헉!'소리가 난다. 서울도 열섬 현상으로 찌는 듯한 여름을 보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대구는 묘하게 찜통 같다. 2013년 한여름에 지인 잔치가 있어 대구를 왔을 때, 차량 온도는 30도를 조금 넘는 수치를 보여주다 대구에 가까워질 때부터 1도씩 오르다 결국 범어네거리 도착하는 순간 39도를 찍었던 기억도 있다. 차를 내리던 순간 선글라스에 뿌연 김이 서려 확실한 여름을 체험한 날이었는데 그 이후부터 여름에 대구를 오면 진정한 여름을 체험한다. 욱수골공영주차장에 주차, 요람을 회상하면서 길을 걸었다. 물론 당시..

봄을 만나러 금호강변을 걷다_20220430

인가와 불쑥 떨어진 강변의 봄은 움튼 녹색 물결이 출렁이는 가운데 그 물결 위로 이따금 손짓하는 봄꽃이 바다 파도의 하얀 물거품을 대신했다. 강을 따라 힘차게 흐르는 바람이 신이 난 이유는 어디든 내민 손을 맞잡아줄 새로운 생명이 강변 위에 공백 없이 자라 심지어 바람의 신명에 덩달아 밝은 색의 물결을 잘게 부숴줬고, 때마침 황사도, 미세 먼지도 어디론가 숨어 세상은 넘치는 유희가 강이 되고, 산이 되던 날이었다. 고산서당에서 나와 반대 방면인 금호강과 합류하는 방향으로 걸어 얼마 지나지 않아 야구 꿈나무들이 비지땀을 흘리는 리틀야구장에 다다랐고, 봄에 맞춰 각종 야생화들이 지천에 흐드러지게 폈다. 꿈나무들의 재능 잔치라 꽤 많은 가족들이 한데 모여 열기도 높았고, 좁은 길가에 아슬아슬하게 세워놓은 차량..

봄꽃 너울대는 평온한 고산서당_20220430

꽃들의 잔치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만큼 온갖 색상이 풍년을 이루는 길을 따라 찾는 이가 없는 서당을 들러 잠시 흐르는 시간을 잊었다. 만발한 아까시 꽃이 강바람 따라 흥겨운 춤을 추는 마당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그 매혹적인 향은 어디론가 사라져 공허한 정취가 자욱한데 잠시 위안 삼아 작은 언덕 아래 몸을 숨긴 서당을 산책하며 평온의 한숨을 들이켰다. 오래된 나무와 근래 끼워진 목재, 아무렇게나 핀 들꽃은 마치 뒤엉킨 것처럼 난무했지만 나름 자연이 살아가는 질서에 따라 오랜 시간 익숙해져 비교적 그들만의 규율에서 절제와 절도가 공존하는 작은 세상이 평온을 떠받드는 곳이었다. 호텔에서 출발하여 용무차 서변동으로 가기 전에 금방 다다를 수 있는 동대구 IC 부근 금호강으로 향했고, 율하동 육상 선수단지 인..

셋째 주 캠퍼스 특강_20181122

특강이지만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오늘은 강의는 없고 강의실만 개방되어 있는 셈이다.내일만 강의가 있는데 강의실에 한데 모여 공부를 하기로 하고, 시각은 점심 이후로 잡았다.그간 밀린 잠을 잔답시고 정오 가까이 퍼질러 자고 일어나 커튼을 열어 젖히자 눈과 머리가 시원해지는 금호강과 그 너머 전경이 깨끗한 대기로 인해 선명하게 펼쳐져 있다. 점심은 복현동 캠퍼스 부근 너른 냉면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택시를 이용해 출발. 식곤증이 쏟아질까 싶어 점심은 냉면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캠퍼스로 걸어가 커피 한 잔에 학우들과 잠깐 머리를 식힌다.가을이 선명할 때 특강을 시작하여 낙엽이 지고 가을색이 빠질 무렵 특강이 끝난다. 가을이 선명하던 나무들도 한 주 차이로 급격히 사라져 이제는 겨울을 기다린다. 하루 종일 따사로운..

마지막 특강으로 대구 도착_20181121

특강도 마지막 주, 셋째 주까지 흘렀다.퇴근 하곤 곧장 대구에 도착하여 미리 예약한 인터불고 호텔로 가기 위해 광장으로 나서자 텅빈 광장에 겨울이 다가온 듯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탈까? 아님 지하철을 타고 동촌역에서 내려 걸어갈까 하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라 버스를 타고 인터불고호텔 앞에서 내려 우선 체크인을 하고 짐을 두고 나와 망우당 공원을 따라 곽재우동상까지 갔다가 호텔로 돌아온다.셀카봉을 이용해서 유료어플로 촬영을 하는데 수동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거 같다.장노출을 했지만 대체적으로 어둡게 나오는 걸 보면 장노출이 안된다는 건데 내 돈 돌리도! 화랑교의 뻥 뚫린 도로를 시원스럽게 질주하는 차량들. 곽재우동상 옆에 금호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벤치는 예나 지금이나 ..

늦은 성묘_20180823

졸업장과 같은 걸 받을 려고 그리 고생했나 싶으면서도 뿌듯한 감회를 느끼며 대구에서 하루를 보냈다.한 달 넘게 폭염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지만 그 예봉은 조금 꺾여 아침 저녁으로 그나마 숨이 막히는 정도는 아니었고, 특히나 기형적인 게 서울보다 대구, 아니 대프리카가 좀 시원했다.이왕 내려 온 거 아버지 산소도 가고 예전 살면서 자주 다녔던 산책로도 찾아 과거 회상에 젖기로 했다. 고산을 지나는 금호강은 광활한 야생의 습지가 그대로 남아 있어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여전히 북쪽에 우두커니 서서 거대한 분지를 이루며 이 지역의 수호신 같은 팔공산과 그와 함께 장벽을 이루는 여러 봉우리들이 구름에 섞여 있다. 대구 온 김에 올 처음 찾아뵌 아버지 산소는 얼마 전 내린 세찬 비의 흔적이 남아 군데군데 흙이 패..

강의 전 날에 먹는 막창_20180618

2주 막판으로 흘러간 강의를 앞두고 여전히 하루 일찍 도착하여 지인을 만나 조촐하게 막창을 곁들인 소주 한 사발 때린 날이다.숙소는 인터불고 호텔 예약을 놓쳐 인근 동촌유원지에 어느 깔끔한 모텔이었다.보통 모텔들, 특히 동대구역 인근 모텔들은 대실 손님으로 인해 밤 늦은 시간부터 체크인이 가능한데 동촌유원지에 강의 시작 전날 몇 번 숙소로 잡은 알토모텔은 일반 호텔처럼 3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하여 역시나 이 모텔로 하루 숙박을 잡았다.게다가 동촌유원지 특성상 먹거리 넘쳐나, 강 인근이라 전망-실제 내가 잡은 방은 강을 볼 수 없는 위치-이고, 방도 넓직하니 왠만한 숙소로 잡았던 모텔이나 호텔보다 공간이 컸다. 지인을 만나러 가는 막창집은 숙소와 가까이 있는 곳으로 막창집이 맞나 싶을 만큼 넓고 깨끗하고 인..

집으로 출발하는 길목_20171201

3일의 일정 마지막 날이라 모든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간다.역시나 망우당공원을 지나 동촌 지하철역을 거쳐 동대구역에서 상행 열차를 타면 끝이지. 밤에 지나면서 얼핏 보면 사람이 없는 어둑한 공원에 포졸들한테 하이라이트가 비춰져 있어 개거품 물 수 있을 만큼 무서울 때가 있다.낮에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영남제일관은 언제나 이렇게 썰렁하다. 어차피 시간도 넉넉해서 영남제일관 위에 올라 사방을 훑어 봤다.관의 정면은 시원스레 뚫린 아양교가 뻗어있고, 그 위로 차들이 시원하게 질주한다.금호강이 발치에 있지만 역시나 이른 추위로 넓은 고수 부지는 텅 비었다. 망우당공원에서 가장 운치 있는 벤치는 방과 달리 낮엔 그저 전망 좋은 곳에 불과하다.역시나 가로등의 역할도 무시 못하겠구만. 벤치에 잠시 앉아 멀리 가..

추억을 정리하며_20171130

숨 가쁘게 지나간 하루 일정을 끝내고 숙소인 인터불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엔 친구들과 조촐하게 한 잔 박살내고 느긋하게 걸어갔다. 하루 동안 이렇게 많이 걸어 본 게 얼마 만인가?초겨울 치곤 서늘 했지만 든든하게 입어서 대기에 노출된 뺨만 살짝 얼얼한 정도라 걷기 딱이다.가져간 블루투스 스피커에 음악을 연결해 짱짱하게 틀고 텅빈 공원을 걷는다는게 기분이 좋았다. 망우당공원 곽재우 동상 부근을 지날 무렵 출발할 때 강가 절벽은 세상 모든 평화를 품은 듯 고요하다. 가볍게 요동치는 금호강 너머 고수 부지는 일찍 찾아온 추위로 텅 비었다.망우당공원도 평소 발길이 거의 없는데다 추위로 호텔까지 걷는 동안 전혀 인기척이 없었다. 강가 절벽 위 전망 좋고 운치 있는 소나무 밑 벤치는 여전히 텅비어 있어 잠시 내가 앉..

도심 산책, 동촌유원지_20171130

전날 밤 대구에 도착하여 인터불고 호텔에 자리를 잡고 해가 중천에 뜨도록 퍼질러 잤다.어차피 2박 예정이라 느긋하게 보내자는 게 한참 선을 벗어나 버린거지.아무래도 절친 두 명을 만나 소주 한사발 거나 하게 기울인 화근이다.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추운 날을 이기고자 두터운 패딩 코트를 하나 걸치고 간소한 백팩 차림으로 호텔을 나서 동촌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고, 마침 호텔이 망우당 공원과 동촌 유원지를 끼고 있어 산책하기엔 그만이었다.도심을 도보로 여행 하자는 취지니까 이 정도 쯤이야!망우당 공원 옆 금호강 하천과 연결되는 절벽에 어느 한 곳이 허술하게 뚫린 거 같아 다가서자 실제 이렇게 내려가는 좁은 길이 있다.한 사람 겨우 지나갈 너비에 절벽을 따라 굽이쳐 결국 금호강 고수부지에 다다르자 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