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대구에 도착하여 인터불고 호텔에 자리를 잡고 해가 중천에 뜨도록 퍼질러 잤다.
어차피 2박 예정이라 느긋하게 보내자는 게 한참 선을 벗어나 버린거지.
아무래도 절친 두 명을 만나 소주 한사발 거나 하게 기울인 화근이다.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추운 날을 이기고자 두터운 패딩 코트를 하나 걸치고 간소한 백팩 차림으로 호텔을 나서 동촌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고, 마침 호텔이 망우당 공원과 동촌 유원지를 끼고 있어 산책하기엔 그만이었다.
도심을 도보로 여행 하자는 취지니까 이 정도 쯤이야!
망우당 공원 옆 금호강 하천과 연결되는 절벽에 어느 한 곳이 허술하게 뚫린 거 같아 다가서자 실제 이렇게 내려가는 좁은 길이 있다.
한 사람 겨우 지나갈 너비에 절벽을 따라 굽이쳐 결국 금호강 고수부지에 다다르자 실제 육안으로 잘 띄이지 않는 보호색이라 신경 써서 보지 않는다면 알 수 없게 교묘히 묻혀 있었다.
절벽 구간을 지나자 이렇게 완만한 길도 트여 있었구만.
절벽 밑은 두터운 낙엽으로 쌓여 있어 그 위를 밟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망우당 공원에서 유원지로 연결되는 뚝방길은 인적이 뜸하고, 강가엔 오리배만 출렁이는 강물에 몸을 맡긴채 햇빛을 반사하여 화사한 손짓을 한다.
동촌 유원지에 걷기 좋은 산책로.
만추에 맞게 세찬 강바람이 무수히도 많은 낙엽을 떨어 뜨린다.
왠지 만추의 분위기가 나지 않나?
옥에 티라면 바로 옆 공사 현장의 굴착기 소리가 심하지만 그 분들 입장이 더 중요한께로.
동촌유원지 내 정원과 카페 내부가 넓직한 투썸에 들러 소주 한 잔 땡긴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잠시 이빨을 털어 본다.
여전히 넉넉할 것만 같지만 시간은 인정도, 배려도 없이 일정 속도로 흘러가는 중이라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를 수 없어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떴다.
시가지 한 가운데는 아니지만 도심에 인접한 유원지는 근래 각광 받는 약속 장소로 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적당한 녹지와 과거 부터 명맥을 이어온 카페며 술집들이 즐비하여 도심에서 부담 없이 즐길 거리를 찾기 좋고, 단순히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을 만큼 큰 강변의 운치도 두루두루 섭렵할 수 있다.
이제 대구 도심으로 출발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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