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28

산소 가는 날, 봄도 만나_20160319

올 성묘는 예년에 비해 빨리 다녀온 게 오마니 모시고 다녀 오기도 했고 올해 들어 삐즘한 여행에 대한 갈증도 해소할 목적도 있어 아직 추위의 잔해가 남은 3월 중순으로 택했다.주말을 이용해서 내려가자 마자 산소에 먼저 들러 해야 될 숙원(?)을 먼저 이행해야 되므로 절 몇 번 꾸벅꾸벅.공원 묘지라 대체적으로 관리는 잘 되고 있으니까 크게 손 볼 곳은 없고 봄볕 받으려고 올라 오는 잡초나 얼었다가 녹은 땅이 흐물해져 좀 다졌다.대부분 혼자 오다가 이번에 오마니 모시고 온 덕분에 간단히 준비해야 될 음식들은 꼼꼼히 챙겨 크게 아쉽거나 부족한 것도 없어서 냉큼 끝내고 관리사무소 부근으로 올라와 인증샷으로 파노라마 한 컷 촬영. 처음 왔을 때 비하면 많이 변했다.공원 묘지가 변해봐야 얼마나 변하겠는가 하겠지만 ..

겨울 나기_20151212

서슬퍼런 겨울의 첫자락은 그리 날카롭지 않다. 하여 사람들 발길이 뜸한 강변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 잠시 강바람에 땀을 맡길 무렵 거대한 오리떼가 평화의 시간을 보내는 광경이 들어찬다. 강물을 따라 흐르는 것 같다가도 일사분란하게 방향을 틀곤 다시 바람을 따라 흐르는 모습이 제법 절도가 있다.잔뜩 움츠리게 만드는 겨울 강바람은 그리 호락하지 않건만 그 모습은 그저 훈훈한 미풍의 착각마저 들게 한다. 봄에, 가을에 그랬던 것처럼 겨울 또한 쉬고 등 돌리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세상의 이치련만 늘 우리는 현재의 핍박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닌가?그렇다고 시간은, 계절은 기다림도 없고 다만 동정의 귀띔만 해줄 뿐이련만.

가을 성묘_20151017

한가위 성묘를 가는 건 늦어 버리면 찾아 오는 추위의 날카로움으로 차를 이용해야 되는데 요맘때가 자전거로 다녀 오기 가장 시기 적절한 타이밍이다.간편한 복장에 강한 햇빛만 적당히 방어한다면 자전거를 타고 50여 킬로미터가 그리 부담 되지 않거니와 강을 따라 한창 만개해 있는 가을 운치를 백 배 누릴 수 있음이다. 황금네거리 부근에 잡아 놓은 숙소를 빠져 나와 눈팅도 만족시킬 겸 대중교통으로 이동, 따스한 햇살이 눈부실 만큼 전형적인 가을이라 날은 기가 막히게 잘 잡았다.만약 차를 이용했더라면 이런 호사를 호사라 느낄 수 없이 그저 지나치는 과정으로만 봤을터라 누가 내린 결정인지 몰라도 현명했다라고 봐! 1차 목적지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대여한 후 뱃속 허기를 달래고 출발~새로 조성한 공원인지 아주 빈약해 ..

지루한 여름의 시작_20150613

정작 부산을 가도 친구와의 추억이 될만한 징표라곤 그 녀석이 평소 믿고 따르던 형님과 동생 뿐이었는데 형님은 사정상 뵐 수 없었다.그래도 빈 손으로 가지말란 인연인지 원양 해운을 하던 그 동생이 때마침 육지로 나와 있던 찰나였으니 어찌나 감사하고 반갑던지.1시간 정도 살아왔던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지고 부산에서 하룻밤을 쉬고 바로 상행선을 타고 대구를 들렀다.대구에 오면 꼭 연락하라던 지인을 만나기 전, 무료함도 달래고 뒤숭숭하던 머릿속도 비울 겸 낮 시간에 자전거를 빌려 금호강변을 나섰다. 역시나 강바람의 기세는 대단했다.15킬로 정도 가는 사이 가슴에 바람이 안기어 앞으로 나가는데 힘을 너무 많이 뺀 탓에 얼마 못 가서 자전거를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왔다.기진맥진하여 되돌아갈 힘도 용기도 생기지 않아..

금호강 봄소식_20150404

전날 마신 커피향을 상기시키며 동촌유원지 투썸으로 가봤더니 전날 바람결에 살랑이던 벚꽃잎이 보얗게 땅을 뒤덮곤 바람이 부는대로 흰파도를 넘실거린다. 그 파도를 바라보며 테라스에서 진한 커피 내음에 정신을 바짝 차린 뒤 자전거를 타고 강정고령보를 향해 돌격! 봄이 되면 찾게 되는 꽃 중 하나가 이 앙증맞고 이쁜 빛깔을 물들인 녀석인데 내가 사는 주변엔 찾기 힘든 꽃이 여기선 지천에 널려 있다.김 샐 거 같은데 도리어 혼자서 반가워 흐뭇한 썩소를 주고 받는다. 벌써 개나리가 한창전망도 좋고 밑에서 바라 보면 봄꽃에 잔뜩 둘러싸여 응원 받는 이 건물은 다름 아닌 온천장이라는 나름 역사와 뼈대를 자랑하는 여관이란다.워째 여관 건물을 살짝 손 본다면 펜션이라고 구라 때려도 속을 만한 포스. 자전거를 타고 아양교를..

망우공원 야경_20150403

인터불고 호텔에 숙소를 잡은 덕분으로 한결 마음이 가벼운 상태로 대구에 도착해서 보니 이미 해는 지고 배는 고프고 몸은 쑤신다. 얼릉 저녁을 해결할 겸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가 보니 텅빈 망우공원에 바람 뿐인데 아직은 바람살이 차다. 동촌유원지 투썸을 먼저 들린건 커피가 고파서.딱 피부에 와닿는 촉감 좋은 봄바람이 벚꽃 만개한 가지를 사정없이 흔들어대는 모습이 더욱 화사한 꽃바람이자 봄바람 같다.사진 외에 동영상도 찍어 뒀는데 이건 귀차니즘을 극복한 다음에 올려야 긋다. 인터불고 호텔에 짐을 풀고 활동하기 좋은 복장으로 단장한 후 바로 옆 망우공원으로 나가봤더니 도시 근교의 공원이라 그런가?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썰렁하기까지 하다.허긴 이른 봄의 밤인데다 바람이 워낙 넘실거려서 좀 추울 수도 있겠다.적당..

망우공원 인터불고_20150131

1월말에 친한 지인을 만나러 가기 위해 예약했던 숙소는 인터불고호텔. 금호강이 내려다 보이는, 나름 전망이 좋고 깔끔한 호텔인데 건물과 기물들 나이는 연로하시다. 금요일 도착해서 우선 짐을 푼 뒤 편안히 꿈나라 가야겠지.책상이나 티비 수납장이 70~80년대 제품인듯. 야경 조코~옆이 금호강과 망우공원이란다.도심 외곽에 있는 호텔이라 도심 야경과 비유할 수 없는 대신 녹지와 공원이 넓어 나 같은 사람은 이게 취향이다. 옆에 큰 누각? 같은게 망우공원.좀 전엔 북쪽을 보고 찍었고 이건 서쪽 도심 중심부를 향해 렌즈를 들이 밀었다.건물 높이가 낮아 한눈에 보는 건 쉽지 않군. 다음날 산책 나갔다가 돌아와서 해 질 무렵 도심을 향해 바라봤다.저녁에 지인을 만나기로 했으니 아직 시간은 넉넉한 편이다. 전날 금호강..

강변의 가을_20141011

여행을 떠났으니 흔적은 남겨야 겠는데 급격하게 식어버린 사진 찍기 놀이가 지금 보면 참 아쉽다. 지금이라고 충실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는 건 역쉬 사진이고 그 사진을 보면 당시 기억이 놀랄만큼 생생하게 기억에 살아 나니까 나에겐 딱 맞는 기록이다. 그래도 어딜 가나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챙기는 기특한 모습을 보면 열정이 완전 식어 버린건 아닌가 보다. 작년 가을의 한가운데 떠난 여행에서도 몇 장 찍어 놓은게 있는걸 보면 난 여전히 사진에 관심이 있다는 반증인게로... 어떤 기억을 되살리나 함 볼까나~ 10월의 전형적인 가을인데도 들판은 여름 잔해가 많이 남아 있는 반면 대기는 완죤 가을 같다, 아니 영락 없는 가을이다. 명상교를 덮고 있는 하늘엔 하나의 티끌도 보이지 않을만큼 구름 한 점 없으니 이런 날..

낙동강 자전거 여행_돌아오는 길

더는 앞으로 전진할 수 없었다. 더위는 각오했다손 치더라도 갈증엔 방법이 없었고 적당히 가던 길목에 해소책이 있었더라면 위안이 되어 더 전진했겠지.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봉촌 제방들의 수풀지대를 지나면서 편차가 적은 풍경의 갑갑함이 등짝에 진 무거운 짐인 양 어깨를 짓눌렀다. 하는 수 없이 주안교회라고 새겨진 오래된 적벽돌 건물을 바라 보곤 하나님의 계시에 의거, 왔던 방향으로 자전거를 돌려 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기특한 결정인겨. 뚝방길을 따라 잠시 달렸을까? 관망대가 보이고 뒷편엔 하천관리소가 나온다. 옮다구나! 싶어 주머니에 담겨진 쓰레기도 버릴 겸 해서 두드려 보니 어르신께서 홀로 지키고 계시길래 이만저만해서 허벌나게 갈증이 심한데 물 한 모금 주십사 말씀드리니 흔쾌히 몇 잔이고 마셔도 된다고 하..

낙동강 자전거 여행_떠나는 길

기상청 비소식은 거의 확실한 정보라고 생각했고 비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는 마친 상태로 선글라스니 텀블러 같은 건 짐짝이 될 거 같아 과감히 숙소에 모셔 두고 왔건만... 비는 커녕 비교적 화창한 날씨 덕분에 깨달은 바, 대구는 역시 덥구나! 25km 정도의 자전거 여행이 50km보다 더 인내를 요구하는 여행이 될 줄이야. 물론 당시만 해도 기상청의 왕창시리 비싼 슈퍼컴퓨터나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껌 씹듯 원망했었지만 역시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하나의 값진 경험이라 여겨도 아깝지 않다. 도인이 된 것처럼 여길 수 있겠으나 여행이란 거 이런 사소한데 실망하면 관광이나 가야되는데다 엄청시리 싸돌아 다니다 보니 이 정도는 새발에 피가 되겠다. 또한 이런 사소한 고생 정도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