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전, 그리 이른 시각이 아님에도 여명은 뒤늦게 기지개를 편다.이젠 주위를 둘러 봐도 가을의 흔적은 사그라 들었다. 저녁 무렵에도 땅거미는 찾아든 겨울의 싸늘함을 피해 서둘러 자리를 피해 버렸다.가을의 화려했던 시간들이 지나 겨울의 웅크린 기세는 기실 세상의 시간들을 정적으로 짓누르는 것만 같다. 허나 겨울도 과정의 필연이다.설사 세상 만물을 얼려 버릴 것 같지만 그 계절 속에서도 내겐 어김없이 추억이 있고, 그 고스란히 남은 기억은 겨울 덕분에 따스해져 버렸으니 찾아온 밤의 암흑을 떨치듯 바뀐 계절에 맞물린 내 삶의 희열을 위해 집요하게도 기억을 채우려 할 것이다.난 겨울을 기다리고 겨울은 시절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