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다 황사다 해서 한동안 연일 대기가 뿌옇게 흐렸었고 바깥 나들이가 흔치 않을만큼 시간 여유가 없는 나로썬 휴일에 별 기대감이 없었다.
근데 토요일까지 걷힐 것 같지 않던 뿌연 대기가 이튿날인 일요일이 되자 거짓말처럼 화사한 단장을 했고 난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를 동여 메고 집을 나섰다.
센트럴파크-메타폴리스-반석산이 연결된 라인에서 반석산으로 오르는 계단, 동탄신도시 홍보관을 지날 무렵 빌딩숲 사이로 화창한 날씨를 인화지에 도색하듯 상반된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자기들 이야깃거리에 심취한 채 계단을 오르며 봄방학 마지막 날에 대한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새로이 상급 학교로 가서 만난 친구는 아닐게다.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봄방학 마지막 날인데 어색한 얼굴과 마주칠 이유도 없거니와 개학 후 자연스레 시간이 지나면서 가까워질 게 뻔한데 앞서 친해질 노력을 서로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빌딩숲의 중심지며 양지와 응지를 동시에 인화시켜 줬던 숨은 공로자이기도 한 고층 빌딩들.
초점은 가장 뒷편 메타폴리스의 펜트하우스로 잡긴 했는데 딱히 이 사진의 컨셉은 없었다--;
그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반가워 무작정 렌즈를 열었을 뿐~
동탄 라마다호텔 맞은 편 반석산 자락을 끼고 홀로 자리를 틀고 앉아 있는 노작문학관.
한쪽은 양지고 다른 한쪽은 음지를 드리웠다.
국기 계양대에 펼쳐져 펄럭이는 깃발들을 보면 그 당시 세찬 바람을 짐작할 수 있다.
노작공원과 반석산을 연결해 주는 자연 녹지 육교인 녹색교를 지날 무렵 하루가 다르게 성큼성큼 성장해 가는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정중앙에 가장 우뚝 솟은 아파트가 우남건설에서 짓는 아파트란다.
우남아파트 앞이 경부고속도로가 있고 녹색교 밑을 지나는 도로는 경부고속도로 기흥나들목-용서고속도로-동탄-수원을 잇는 간선도로 격이다.
확 트인 전경 만큼이나 지나는 차량들도 시원스럽게 오간다.
드뎌 노작공원에 도착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공원에 나온 시민들이 많더라.
어떤 이는 침목해 놓고 일광을 즐기고 어떤 이들은 애견과 함께, 또 어떤 이들은 나처럼 산책을 하는데 때마침 사진 찍는다고 서 있으니 개 한마리가 사람 둘을 끌고 가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그 강아지가 바로 밑 사진.
수염이 보슬보슬허니 연세가 지긋하신가 보다.
집에 꿀단지 뚜껑 덮는 걸 잊었는지 열라 계단을 타고 올라오고 두 명의 사람은 계단에 끌려 올라 오는 모습이 재밌었는데 사람을 찍으면 기분 거시기할까봐 강아지만 찰깍!!
노작공원에 오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사진을 찍게 되는데 한꺼번에 모아 놓고 보니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볼 수 있다.
계절마다 변하는 나무와 잔디, 공원의 풍경을 보면 나무는 점점 자라고 공원에 깔아 놓은 블록은 빛이 바랜다.
무릇 생명을 가진 것들은 특유의 빛깔들을 잃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변하거나 혹은 되돌리면서 예측불허의 새로운 시간들을 기억하고 적응하며 자신들만의 빛깔을 지키려고 한다.
동탄의 나이가 듦에 따라 생명이 없는 것들의 퇴색이 못내 아쉽다.
그 아쉬움을 달래 주는 건 마치 이들도 사람과 같은 감정이 있고 그 감정을 서서히 표현하는 거라고 짐작하며 동정하는 것 뿐.
무수히 많은 세포들이 모여 하나의 생명체가 되듯 이런 것들이 모여 동탄을 숨쉬게 하기 때문일게다.
오산천변 산책로 양 옆으로 동탄2신도시 개발로 인해 가뜩이나 남아 있는 겨울로 인해 더욱 황량하기만 하다.
사진을 담을 때 가급적이면 공사 중인 걸 넣지 않으려 했는데 그래도 의도한 대로 비교적 담을 것만 담겨졌다.
산책로 너머 재봉산이 보인다.
예상치 못한 반전인지 급작스런 대기의 청량감으로 많은 사람들의 산책을 지켜 볼 수 있었다.
근데 공사장의 푸른 천막은 어쩔 수 없었스~
낙엽과 겨울을 비집고 나온 한 그루 쑥의 빛깔이 도드라지게 반갑다.
쪼그리고 앉아 접사를 시도했는데 이 사진을 제외하곤 전부 바닥의 낙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우째 그걸 내가 간과했나 몰러.
재봉산 습지공원이 참새의 서식지인지 내가 접근하자 많은 참새떼가 이방인의 방문에 요동을 치며 경계를 하다 이내 삼삼오오 자리를 뜨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없어져 버렸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날아가는 참새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도망가는 참새떼를 쫓다 보니 내 모습이 보이네.
풍경 사진을 좋아하다 보니 인물 사진을, 특히나 내 사진은 좋아하지 않는데 이 날은 딱 걸렸스.
바로 앞이 도보 산책로며 조그만 실개천 너머는 자전거 산책로.
근데 여기저기 그런 개념 없이 사람들이 뒤섞여 다닌다.
오산천에 갈대가 한 무리 있고 그 일대 새들의 서식지다.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게 되어 있어 그나마 새들의 휴식이 가능할거다.
강폭이 제법 넓직한데 새들만 쉬어가는 게 아니라 신갈저수지를 떠난 강물도 여기선 잠시 유속을 줄여 쉬어가며 그걸 구경하는 산책하는 시민들도 그 모습들을 지켜 보려고 잠시 걸음을 멈추거나 속도를 늦춘다.
강 너머 동탄2신도시 개발 현장이라 크롭해 버렸다.
어차피 사진 찍는 의도가 벗어난 풍경들은 하등 도움도 안되고 전체적으로 우중충해 보인다.
모든 산책을 잠시 접고 구름과자 하나 먹으며 저녁 땅거미를 생각하지 못해 아차 싶어 급히 카메라를 켜고 사진을 찍는다.
사진에 보이는대로 구름 한 점 없는 아주 화창하면서 맑은 휴일이었다.
그 청량감이 하늘도 아쉬웠는지 땅거미조차 파랗고 청명하다.
마치 봄이 오는 자리를 반가이 맞으려는 듯 깨끗하게 정돈한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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