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가을과 닮은 금호강의 겨울

사려울 2014. 2. 26. 15:41

약속이 잡힌 지난 주말, 모처럼 대구에 갔고 그 참에 남는 시간을 이용해 금호강변을 달렸다, 자전거로~

요 근래 특히나 혼탁했던 서울 하늘에 비해 이 곳에서 보낸 이틀 동안 하늘은 맑고 상대적으로 하늘의 청명함도 더 푸르렀다.


 

금호강변 동촌유원지에 터줏대감으로 있던 구름다리는 이제 없어졌더라.

작년 가을에 왔을 때만 해도 있었던 거 같던데...

대신 세대 교체를 예감했던, 나란히 강을 건너던 새로운 구름다리가 이제는 완연히 자리를 잡았으니...

겨울 갈대와 만나 나풀거리는 갈색 물결의 응원을 받들고 그 위용이 사뭇 당당해져 보인다.


 

살짝 자리를 옮겨 한 컷 더~

갈대밭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었더니 괜찮구먼.

허나 여기 지나는 사람들이 많아 어설프게 쪼그린 자세를 보곤 뭥미? 하는 표정들.

 

빌린 자전거를 열심히 저었건만 기관지염+비염으로 인해 당초 목표지인 칠곡까지는 턱 없이 모자란 검단동 즈음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컨디션도 삐리한데다 하필 친구 전화가 와서 동촌으로 온데다 뭐래나, 해서 마음까지 약해지니 더 힘겹게 느껴지더라.

서변동 못 간 지점에서 사진 몇 장 찍고 조금 더 가다가 리턴!

물론 마음은 칠곡까지 계속 보내고(?) 몸은 돌려서 다시 동촌으로 고고씽~

 

 

 

 

강 건너 이시아폴리스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군대 다녀와서 잔뜩 군기가 들어간 듯 정갈하게 줄을 맞춰 서 있는 모습이 깔끔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정감은 안드로메다로 보낸 듯.


 

강이 흐르는 북쪽 팔공산을 향해 사진을 찍으려니 이시아폴리스보단 억새? 갈대? 밭의 광경이 이채롭다.

가끔 다니면서도 그냥 지나쳐 왔던 소소한 풍경들 중 하나라 그 날 만큼은 이 정취에 취해 여기저기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때마침 화창한 날씨와 세찬 강바람을 만나 억새의 하늘거림이 마치 단체로 흥겨운 춤에 빠져든 마냥 신기하기도 했다.

 

 

 

 

오로지 한 방향으로 고개를 숙인 억새.

바람을 동경하는 것일까 아니면 남쪽으로 지나다니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일까?


 

강한 바람으로 억새에 초점을 맞추긴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 동안 여기도 찍고 저기도 찍고 하다 보니 제대로 된 사진에 비해 꽤 많은 사진들이 어느새 카메라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렇게 보면 억새 군락지도 나름 운치가 있다.

억새 너머 이시아폴리스 아파트 단지도, 삭막한 고수부지나 들판, 산수 조차도 겨울의 황량함 대신 과거 아련한 추억으로 머물고 있는 흑백 사진처럼 정겹게 보인다.


 

 

동촌으로 거의 도착할 무렵 먼 발치에 명상교.

과거 철길을 변형, 개조한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왠지 그 위에 오르면 더 많은 세상이 보일 것만 같다.

대구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이라 주위에 큰 건물이 없어 알콩달콩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명상교 아래에서 그 위용을 찍으려고 잠시 머무르는 사이 많은 이채로움이 있다.

때마침 지나가는 철새 무리와 인간새 패러글라이더.

철새는 말 없이 지나는데 패러글라이더는 그림과 달리 완죤 소음 진원지다.

 

조용하고 한적한 고수부지에서 그런 굉음을 열심히 뿜어 대는 건 자신의 취향에 대한 으스댐이거나 인파가 많은 공원에서의 이벤트겠지만 내 눈엔 몰취향일 뿐.


 


 

어쩌다 보니 이번 시간의 주인공은 구름다리 같네, 그려.

무조건 사진을 찍겠다면 모를까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자전거를 타는 입장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깜빡 잊어 버리기도 하거니와 구경 할 수 있는 세상이 작아져 귀찮게도 느껴졌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고로 만사 귀찮기도 했으니...


 

 

여정의 마지막 시간이 될 무렵, 일몰이 고개를 숙이며 지상의 실루엣을 명확하게 보이자 원초적인 도형의 테두리를 보는 듯 하다.

하루 중 원색을 배제한 원형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이 짧기에 세상 구경을 마무리할 무렵 이런 광경은 짧은 여행일지라도 여정의 맛과 향에 대한 여운과 함께 다음 여행의 설렘을 깨쳐 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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