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410

퍼붓는 함박눈_201512

산골 오지마을에서 교직 생활을 하는 후배가 가끔 보내주는 사진들 중에서 이채롭고 흔히 볼 수 없는 풍경들이 많다. 물론 그 친구야 일상에서 늘 접하는 환경이겠지만 문명에 휩싸여 있는 나를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까마득한 기억의 창고 구석에 꺼낼 엄두를 못내는 뽀얗게 먼지 쌓인 추억들이라 회상하기도 쉽지 않은 것들이 왕왕 있다.작년 가을엔 바람결에 떨어지는 은행잎 사진도 좀 특이했으니까.(떨어지는 낙엽_20141026) 길가에 자유롭게 자라는 갈대며 소나무에 살포시 핀 눈꽃은 우리가 종종보는 눈꽃과 다를 바 없으나 깊은 산중을 암시하는 주변 산세가 더해져 다르게 보이긴 한다.여긴 한 번 눈이 퍼부으면 도로가 얼어 붙어 학교와 대부분 멀리 떨어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임시휴교란다.내가 생각하는 눈이 ..

산중에서의 차 한 잔, 백년찻집_20151212

팔공산 자락에 고급 음식점이 즐비한 곳에서 오랫 동안 장수하는 백년찻집을 처음 간 건 새천년 전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중 경주 보문단지에서 감포 넘어 가는 옛길이 지나는 추령재 고갯마루에도 우연찮게 있다는 걸 알고 2007년 찾아갔더랬다. 특별히 그 집 차향이 그립다거나 강렬해서라기 보단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돌아가고 있단게 참 기특하고 대견해서 대구 간 차, 으슥한 밤에 찾아갔고 비교적 늦은 밤임에도 멀리서 알아 볼 수 있을만큼 톡특한 풍광의 빛을 은은히 발하고 있었다. 그 시간에 사람이 올까?왠걸!출입구 가까운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자리엔 이미 찾잔이 놓여져 있고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오고 갔다.들어가는 입구부터 공간공간 놓여져 있는 소품들이 예전과 별로 변하지 않았다.그런 뚝심..

겨울 나기_20151212

서슬퍼런 겨울의 첫자락은 그리 날카롭지 않다. 하여 사람들 발길이 뜸한 강변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 잠시 강바람에 땀을 맡길 무렵 거대한 오리떼가 평화의 시간을 보내는 광경이 들어찬다. 강물을 따라 흐르는 것 같다가도 일사분란하게 방향을 틀곤 다시 바람을 따라 흐르는 모습이 제법 절도가 있다.잔뜩 움츠리게 만드는 겨울 강바람은 그리 호락하지 않건만 그 모습은 그저 훈훈한 미풍의 착각마저 들게 한다. 봄에, 가을에 그랬던 것처럼 겨울 또한 쉬고 등 돌리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세상의 이치련만 늘 우리는 현재의 핍박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닌가?그렇다고 시간은, 계절은 기다림도 없고 다만 동정의 귀띔만 해줄 뿐이련만.

일상_20151206

몰아서 폭풍잠을 자고 일어나자 이미 정오를 지나 있었고 방바닥 헤엄을 떨치고 자전거 타러 오산천으로 고고씽~ 올 봄부터 새로운 자전거 코스로 잡은 오산 시내를 관통하는 오산천 고수부지(참조:오산으로 자전거 첫 출정_20150509)는 이제 자전거 핸들이 습관적으로 돌아가는 곳이라 더 이상 새롭다거나 사진으로 남겨둘 만큼 이채롭지는 않다.그저 일상에서 늘 접하는 편안한 곳일 뿐. 돌아 오는 길에 남은 커피를 마시며 한숨 돌리는 쉼터가 있는데 대략 산척저수지를 연결해 주는 송방천이 큰 강의 오산천과 만나는 곳이다.한적하면서도 사방이 트여 있고 그러면서도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귀로점과 같은데라 음악을 조금 크게 틀어 놓더라도 누구 하나 방해 되지 않아 그 잠깐의 여유에 커피도 한 모금하며 가쁜 숨을 진정시켜주..

일상_20151205

칼퇴근 후 긴장이 풀리니까 세상 만사가 귀차니즘 덩어리라 저녁은 외식으로 결정, 모처럼 방문한 마미교자칼국수(참조:20140517_주말 밤 풍경들)에 기어 갔다-힘은 풀리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귀찮은데 먹고는 살아야지. 오이소박이와 통김치, 총각김치를 순풍순풍 자를때 이미 입에서 한 바가지 알을 품듯 물고 있는 고인 침을 참는 것도 곤혹이다. 드뎌 나온 해물칼국수가 불에 사정 없이 브레이크댄스를 추는데 그 몸짓과 피어오르는 스멜이 얼시구 조~타. 교자칼국수를 주문하면 덩달아 먹어 달라고 떼 쓰며 앙칼스럽게 냄새와 빛깔을 발하는 요 먹음직한 쫄병들.보쌈 조금과 만두는 생각이 깊어지면 안 되는 고로 주저 없이 한입에 쳐묵하시고~ 저녁 칼국수와의 사투에서 모든 칼국수 군대를 전멸시킨 끝에 내 뱃속에 평화가..

눈꽃들만의 세상, 함백산_20151128

기대했던 일들에 반하여 아쉬움도 크다면 떨칠 수 있는 노력은 해봐야 되지 않겠는가. 사북 하늘길이 막혀 버려 검룡소를 가게 되었는데 예상외로 멋진 눈꽃 세상을 보게 되어 내 마음 속의 프랑켄슈타인이 간땡이가 커져 버렸다.그 표정을 알아 차린 일행의 제안으로 망설임 없이 함백산 자락에 얹혀 살아가고 있는 오투리조트로 날아갔다. 큰 산들 사이를 비집고 자리를 튼 태백시내가 어렴풋이 보이는데 대기가 조금 뿌옇긴 해도 검룡소에서 내린 눈발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하늘은 아이의 눈망울처럼 맑기만 하고 앞으로도 눈비는 커녕 먹구름조차 개미 똥꼬만큼도 보일 기색이 없었다.망원으로 찍어서 가깝게 보이지 실제 라섹수술하지 않았다면 태백시내는 보이지 않았겠지.멀리 오렌지색 건물들이 청정지역 태백의 대기를 뚫고 해맑게 ..

한강의 세상 만나기, 검룡소_20151128

작년 11월 말에 정선 하늘길 트래킹(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을 다녀온 후 몰아 닥친 한파는 마치 내 여행길을 자연의 배려로 착각했고, 올해도 비슷한 시기인 11월 마지막 주말을 이용해 여행 계획을 잡으며 의례히 축복을 자만했건만 이번엔 그런 자만을 비웃듯 여행을 터나기 하루 전에 한파가 복병이 될 줄이야.그렇더라도 내 꿋꿋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는 벱이라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설레는 마음을 그대로 실은채 신고한터미널로 3시간 반 동안 날아갔다.동서울에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리즈로 꿈 꾼걸 보면 한 주 동안의 피로 회복엔 더할나위 없는 명약 처방이었다.이번 숙소는 고한과 사북의 길목에 자리잡은 메이힐즈 리조트.원래 하이캐슬을 선호한데다 원래 여행의 코스가 하..

일상_20151127

주말을 앞둔 금요일, 여행을 떠나기 전 저녁을 먹자니 시간이 이르고, 안 먹자니 늦은 밤에 도착할 그 지난한 시간들이 고통스러울 거 같아 선택한 메뉴! 바로 햄버거~ 이름하야 허니갈릭치즈-욜라 긴 이름만큼 내용물이 채워져 만취된 사람 마냥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비틀대고 무너질 만큼 불안한 포즈를 취하고 있길래 냉큼 난도질해서 뱃속 세상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퇴근 후 4시간 반 후에 걸리는 동안 편히 쉬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