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410

절경과 절벽의 경계에서, 칠족령과 하늘벽 구름다리_20200224

가끔 이럴 때가 있다.멀쩡하던 몸이 휴일을 맞아 탈수기에 쥐어 짤 듯 쑤시고,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월요일이 되면 거짓말처럼 멀쩡해진다.뭔 말인고 허니, 긴장감이 작은 느낌을 극대화시켜주고, 공포가 잠자고 있던 초인적인 능력과 집중력을 흔들어 깨울 때가 있다는 말인데 우리나라에서 최애 절경을 간직한 동강에 매년마다 최소 한 번 정도 여행하며 극도의 몰입감을 즐긴다.(칠족령 설화가 남긴 절경_20190217, 칼끝 벼랑에 서다, 하늘벽 구름다리_20190217, 칠족령의 마법_20190329) 칠족령 설화가 남긴 절경_20190217칠족령에 대한 설화. 백운산 자락 근교 제장마을의 한 선비가 옻칠을 하는 옻칠쟁이었는데 그 선비 집에 누렁이란 개가 살고 있었다. 그 누렁이가 저녁 때만 되면 마실 나갔다가 항..

가리왕산 휴양림_20200223

21시 무렵 가리왕산 휴양림에 도착하여 살림을 후딱 옮기곤 바로 카메라를 메고 숙소 일대를 돌아다녔다. 밤하늘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아쉽게도 은하수는 보이지 않고 그저 별빛만 싸늘하게 반짝였다. 희안하지? 밤에 찍은 사진 몇 장만 사라졌는데 다른 SNS에는 그 사진들이 있다. 애석하게도 원본은 증발하고 그나마 SNS에 사진이 남아 다행이다. 은하수는 볼 수 없었지만 여전히 깊은 오지의 밤하늘은 매력적이다. 가끔 정적과 암흑이 무서울 때, 이런 익숙한 소리가 위안이 되는데 이 자리에서 그걸 실감한다.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중 휴양림 직원과 마주쳤는데 밤하늘을 향해 렌즈를 들이민 행태가 이해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가리왕산 지도는 휴양림 내 숲속의 집이 모여 있던 초입에 있는데 아슬아슬하게 ..

냥이_20200223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해서 티비 동물농장에 심취한 나머지 옆에서 사진을 찍거나 불러도 마지 못해 눈길만 건성으로 주곤 이내 동료들 모습을 주시한다. 가장 편한 자세로 미동도 않고 그냥 보는 수준을 넘어 거의 째려보는 수준이다. 지나친 감정이입의 부작용으로 티비 앞에 앉아 주인공으로 착각하는 거 아닌가? 한번씩 부르면 그제서야 눈길 한 번 마지못해 준다. 때론 티비에 바짝 붙어 빤치도 날리고, 빤히 쳐다 보게 되는데 진지한 그 눈빛이 사람 같다.

냥이_20200222

회사 동료가 선물해 준 쇼파형 스크래쳐는 집에 오는 즉시 제2의 둥지가 되어 이제는 쇼파와 스크래쳐는 의례히 녀석의 쉼터가 되어 버렸다. 거기에 다른 동료는 캣타워나 캣폴을 선물해 주겠단다. 고마워서 어쩌나. 내가 올라타거나 다리를 걸칠 것도 아닌데 이런 감사는 이 녀석이 해야 되는거 아닌가? 스크래쳐는 제2의 둥지다. 밤엔 쇼파에서, 낮잠은 스크래쳐에서... 확실하게 분류된 용도라 쇼파와 스크래쳐 끼리 싸울 일 없다. 이런 게 자주 있어 생활의 루틴이 되었다. 스크래쳐에서 혼자 놀다가... 그대로 낮잠을 자는데 극도로 불편한 자세와 달리 표정은 너무 평온하다.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자 웅크린 상태로 시선이 떨어지지 않게 계속 주시하고 있다. 외출한다는 걸 알고 있다. 출근할라 치면 이렇게 발밑에 납쭉 ..

냥이_20200220

입양 한 달이 지나자 급격하게 변신했다. 지금까지는 아무런 살림살이에 관심도, 호기심도 없던 녀석이 이제는 내 집이란 걸 알고 꽁꽁 숨겨 왔던 끼를 발산했다. 일일이 검열하고, 숨겨진 걸 찾아내고... 그러다 냉장고 밑에서 10원짜리 동전도 찾아 냈지만, 이제는 살림살이 허투루 하게 두지 못하겠다. 괜한 걱정에 행여 삼킨다면 큰 일이거든. 집에서 시도 때도 없이 쫓아다니지만 여전히 가벼운 발걸음에 민폐 수준은 아니고, 차라리 주눅들어 차분한 것보다 명랑하여 익살 다분한 게 낫다. 사진에서는 얼굴이 넙디디하게 나왔지만 실제 손가락 4개 합친 것보다 얼굴이 작은 녀석이라 직접 보는 가족들마다 이 녀석을 귀여워하고 심지어 전화 통화의 첫인사말이 "고 녀석" 잘 있냐는 말에 주객이 전도되는 건 하루아침에 일어날..

마스크 쟁탈전_20200220

코로나19 창궐로 마스크가 극심한 품귀현상을 겪는다. 기본적으로 집에 비치해 둔 제품들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코로나19 확진자 등장 이후 어디를 가나 마스크 구하기 하늘에 별 따기다. 그나마 구할 수 있는 것들은 국산이 아닌 중국산 싸구려 마스크뿐인데 한눈에 봐도 마스크에 미세먼지가 더 많아 보일 만큼 마감이 허접한 것들이 가격은 엄청나게 비싸게 받아 쳐드신다. 다행히 2월 중순부터 빠른 손놀림으로 몇 달 동안 걱정 없이 쓸 분량을 비축해뒀다. LG생활건강에서 나온 마스크는 완성도가 극강이고, 에티카 마스크는 천편일률적인 마스크와 달리 나름 패션에도 신경 써 이걸 끼는 것만으로도 멋진 재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기분이 든다.

냥이_20200218

중성화 수술 이후 확연히 달라진 점은 활력이다. 물론 잠자는 시간은 비슷한데 깨어 있는 동안 확실히 활동적이고 호기심에 따른 모험심이 강해졌다. 입양 1달이 지난 시점에서 수술 이전까지 관심 없는 물품에 대해 아무리 흩어 놓아도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면 지금은 공간이 조금 비어 있는 책장에 뛰어 올라 쉬고 있다거나 작은액세서리에 대해 재미난 놀이(?)를 찾아내어 혼자서도 사냥 본능을 드러낸다. 털을 제거하기 위해 돌돌이를 사용하고 털에 흥건해진 테잎을 떼어내어 말아 놓았더니 그걸 가지고 쥐잡이 놀이처럼 앞발로 톡톡 쳐대며 축구를 한다. 사냥놀이에 민첩성 뿐만 아니라 과격한 모습도 드러내고, 사냥감에 대한 집착은 더욱 커졌다. 방석 아래 꿈틀대는 사냥감을 발견하여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몇 가..

눈 내리는 산책에서 만난 냥이_20200216

그립던 눈이 사무치도록 내리던 휴일, 반석산 둘레길을 한 바퀴 걷는 동안 변덕스럽게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한다.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내리던 눈은 이내 흔적 없이 자취를 감추지만, 발길이 쉬이 닫지 않는 곳에선 서로 모여 무던히도 조잘댄다. 겨울에만, 그것도 눈이 내릴 때만 만날 수 있는 뽀송뽀송한 눈꽃이 화사한 꽃잎을 부풀려 이따금 내비치는 햇살을 굴절시켜 망막이 시큰거리지만 뭐가 그리 좋은지 모든 신경은 지칠 기색이 없다. 햇살을 가르며 그치질 않는 눈송이가 어느새 무르익어 추운 겨울밤도 따스하게 저민다. 눈이 내린 시간은 좀 지났지만 여전히 눈발은 날려 눈이 쌓일만한 곳엔 풍성한 솜을 뿌린 것 같다. 굶주린 길냥이 가족을 만난 곳, 세찬 눈보라와 달리 정취는 따스하다. 올라프?는 아니구나. 굵직..

냥이_20200216

겨울도 미련이 남았는지 봄에 대한 기대감이 솔솔 부푸는 시기에 눈과 함께 한파가 밀려왔다. 냥이의 겨울도 막바지에 다다랐는지 하루 종일 퍼질러 자던 액체 같은 생활에도 종지부를 찍으려 했다. 눈보라치며 느지막이 한파가 찾아올 무렵, 겨울잠을 자는지 하루 종일 잠에 취해 있다. 춥지 마라고 방석을 덮어 주자 그것도 모르고 잔다. 잠깐 눈을 뜨는가 싶더니... 또 잔다. 자다가 몸부림인지 몸을 한 번 굴리고 계속 잔다. 저녁 무렵까지 자던 녀석, 동네 한 바퀴 돌고 해가 지고 나서도 같은 자리에서 계속 잠만 잔다. 잠에서 깨어 일어나 부시시한 눈으로 앉아 있을 때 이렇게 괴롭혔지만 별로 관심 없는 표정이다. 일어나 좀 뛰어 다니는가 싶다가도 눈이 마주치자 간식 달라고 보챈다. 간식을 먹고 식사를 한 뒤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