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냥이_20200220

사려울 2021. 8. 4. 12:23

입양 한 달이 지나자 급격하게 변신했다.
지금까지는 아무런 살림살이에 관심도, 호기심도 없던 녀석이 이제는 내 집이란 걸 알고 꽁꽁 숨겨 왔던 끼를 발산했다.
일일이 검열하고, 숨겨진 걸 찾아내고... 그러다 냉장고 밑에서 10원짜리 동전도 찾아 냈지만, 이제는 살림살이 허투루 하게 두지 못하겠다.
괜한 걱정에 행여 삼킨다면 큰 일이거든.
집에서 시도 때도 없이 쫓아다니지만 여전히 가벼운 발걸음에 민폐 수준은 아니고, 차라리 주눅들어 차분한 것보다 명랑하여 익살 다분한 게 낫다.
사진에서는 얼굴이 넙디디하게 나왔지만 실제 손가락 4개 합친 것보다 얼굴이 작은 녀석이라 직접 보는 가족들마다 이 녀석을 귀여워하고 심지어 전화 통화의 첫인사말이 "고 녀석" 잘 있냐는 말에 주객이 전도되는 건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 있으니 금세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는 집사는 긴장해야겠다. 

 

이제는 자기 집인 줄 알고 제법 텃새(?)도 부리고 청소기도 지레 겁먹지 않는다.

편안할 땐 이렇게 눈빛만 봐도 모든 걸 내려놓은 삘인데 그러다가도 사냥감이 깐족거리면 바로 눈빛과 수염이 달라진다.

종전에 비해 체력도, 활동량도 훨씬 증가하고, 피로도는 낮아졌다.

그 말인 즉슨 집사가 되려면 덩달아 체력이 좋아야 된다.

사냥감을 두고 저얼대 포기란 없다.

포기는 배추 셀 때 줘버렷!

안 되면 드러누워 360도 방향으로 시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러다 사냥감이 없어지면 그대로 뻗는다.

내 누운 자리가 곧 나의 잠자리다냥!

가장 흔하게 퍼질러 자는 자세로 짧은 기간 동안 배는 원 없이 봤다.

반응형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냥이_20200222  (0) 2021.08.04
냥이_20200221  (0) 2021.08.04
냥이_20200218  (0) 2021.08.04
냥이_20200216  (0) 2021.08.04
냥이_20200215  (0) 2021.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