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 이번 가을의 마지막 페이지에 살짝 책갈피 끼운다.
하루 해가 지고 남은 땅거미와 그 아래 어스름 피어난 가을 물감이 잠들기 전, 흔들어 깨우는 속삭임에 부시시 영근 미소로 울긋불긋 화답하는 인사가 끝나면 겨울 피해 깊은 잠에 빠져 들겠지?
잠시 잡은 손 놓기 싫어 잰걸음으로 길을 타지만 어느새 졸음 참지 못하고 하나둘 가을 등불이 눈을 감는다.
기나긴 동선의 마침표는 밤이라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는 해가 지고 집으로 쫓다 길을 잃은 미약한 볕만 남았다.
서서히 하루 시간이 저무는 것 같지만 사실 뒤쫓는 빠른 걸음보다 더 빠르게 저물었다.
하나둘 등불이 켜지고 그 자극적인 빛을 피해 길 따라 깊은 산으로 향했지만 시간에게 있어 동정심은 생경한 사치일 뿐.
저문 시간이 무색할 만큼 활짝 핀 가을은 아름답기만 했다.
어느새 하루 흔적은 자취를 완전히 감추고 더불어 가을 여정의 시간도 점점 꺼져갔다.
하늘 등불이 완전히 꺼질 무렵 암흑 속 숲에 누워 영혼의 장대한 울림을 감상했다.
가을 여정의 마지막 밤, 찬란한 영혼의 울림에 젖어 묵직한 감동의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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