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에서 곧장 여기를 달려온 이유, 명소의 가을만 가치가 있는 게 아닌 이유와 같다.
오래된 것들과 이미 사라져 고독해져 가는 것들의 조화로움에 가을이 깃들어 기억의 액자로 남은 장면을 꼭 만나야만 했다.
하나만 보자면 그리 이채로울 게 없는, 축 처진 나뭇가지와 오래되어 낡고 지독한 인적의 그리움에 찌든 인공 구조물은 두 개가 함께 만나 각자의 공허함을 상충시켜 비움에서 채움으로 극복했다.
만남보다 기다림이 행복한 설렘을 부풀게 할 때가 있다.
사람이 찾지 않는 텅 빈 버스정류소는 보듬던 발길이 외면해 버리고, 이제는 세월의 먼지만 자욱이 남아 축 늘어선 가을 정취가 여미는 옷깃의 숨결이 되었다.
수 없이 반복되는 굽이자락 헤아리다 잊어버릴 즈음 비좁은 자리 내어 시절을 그리워하는 오래된 이 자리에 정체된 공기와 함께 막연한 기다림을 합창한다.
망각의 먹구름이 떨구는 소나기 아래 작은 우산 같은 나무의 늘어진 가지는 배려의 포옹이자 기다림에 밀려드는 적막을 씻어주는 친구며, 그 따스한 정취를 찾아온 가을은 잊혀져 가는 요람의 눈부신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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