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은하수 여울 소리, 통고산_20211028

사려울 2023. 2. 6. 20:52

잰걸음으로 태백에서 넘어왔지만 석양은 끝끝내 뒤를 밟고 따라와 어둑해져서야 통고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백의 도로에 몸을 싣고 높은 산, 터널을 지날 때마다 가을 여정길에 만난 정겨움은 배가 되고, 막연히 그립던 마음은 온 세상이 잠든 밤이 되어 날갯짓하며 옅은 운무를 조금씩 벗겨냈다.

카메라 하나 동여매고 통고산 휴양림의 가장 깊은 공터에 다다를 무렵 희미하게나마 운해 너머 이따금씩 밤하늘 별들이 하나둘 불을 밝혔다.

통고산
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면 쌍전리·광회리·왕피리에 걸쳐 있는 산.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서서히 구름이 자리를 뜰 무렵 암흑의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은하수의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더 이상 진척이 없을 것 같아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앞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메라 렌즈를 열었는데 도리어 가로등의 방해가 있음에도 은하수는 더욱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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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운무로 은하수는 요원한 갈망인 줄 알았다.
잠시 후 구름이 걷히고 망망대해 밤하늘에 하나둘 불이 켜지며 어디론가 흘러가는 별무리의 이끌림에 숨어있던 은하수가 찰랑거린다.
막연한 상상이지만 해맑은 영혼을 품고 간절한 삶을 영위하던 생명이 영원의 동요를 따라 흘러가는 곳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상실을 충만으로 인도하여 방향을 잃은 선한 존재의 등대가 된다.
은하수는 보고 싶다는 의지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가혹한 문명의 위선이 걷히며 자연의 관용이 광해를 잠재울 때 비로소 수줍은 실루엣을 드러낸다.
가을 내음이 팔랑거리는 산중에서 장대한 서사시 한 편을 흐뭇하게 감상하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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