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 어우러져 다정한 애정을 협주하는 가을 찬가.
모두 아름다우면 역치의 경계가 무너졌겠지만 한무리 아름다움으로 인해 행복은 걷잡을 수 없고, 가을은 더욱 사무친다.
수하계곡에서 자생화공원으로 향하다 보면 여전히 오지로 남은 영양 일대 도로변 가을도 충분히 감상할 여지가 많았고, 이로 인해 하나의 목적지를 찍긴 해도 과정 또한 지나칠 수 없어 구름이 흐르듯 천천히 주행하며 무얼 찾는 것 마냥 주위를 두리번거려 틈틈이 감상했다.
항골입구 버스 정류장 부근은 지나는 길에 꼭 정차한 뒤 사진으로 담는 곳으로 비교적 작은 용기 안에 가을의 진수를 꾹꾹 눌러 담았다.
어차피 지나는 길이라는 대수롭지 않은 마음이 참 잘했다고 승화되는 순간들이었다.
자생화 공원으로 좀 더 진행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길섶 단풍과 길 옆 여울 너머 단풍이 집요한 잔치를 벌이기 시작했다.
마치 가을 존재가 모여 재즈 파티하는 것만 같았다.
자생화공원에 도착, 특히나 많은 단풍이 모여 길목에서부터 유혹했다.
쪽빠리들이 한민족 피를 철저히 빨아먹던 잔해는 비교적 오래전에 자생화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십 년도 지난 훨씬 이전에 일월산을 지나던 중 경사가 완만해지는 시점에 독특한 공원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독특함은 폐광된 흉물이라기보단 문화재처럼 재현시켜 놓았는데 그런 건 관심 밖인 채 거기에서 자생하는 가을이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자생화공원에 발을 들이며 가장 먼저 너른 광장과 그 너머 산언저리에 시간의 얼룩이 선명한 용화광산이 있는 너른 공원의 전체적인 모습들을 훑었다.
일월 용화광산
용화광산 선광장은 1939년부터 일제가 광물수탈을 목적으로 일월산에서 채굴한 광석을 금, 은, 동, 아연, 연 등으로 생산하는 선광장 및 제련소로 운영하던 곳이다. 해방 후 채산성 악화로 1976년도에 폐광이 된 후, 금속 제련 과정에서 사용한 화학성 독성물질로 인한 토양오염으로 황폐해진 곳을 2001년부터 영양군에서 오염원을 완전히 매립하고 주변에 자생꽃을 심어 야생화 공원으로 조성하였으며, 선광장 구조물들을 그대로 보존하여 전망대를 만들었다.
용화광산 선광장은 일월면 용화리 대티골에 자리하며, 영양 일월면에서 봉화 소천면 방면으로 31번국도 영양로를 타고 이동하면 동측에 자리한 일월산자생공원을 통해 진입한다. 선광장과 공원으로 구성된 이곳은 안산으로 일월산 봉우리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서향하고 있다. 공원 인근 북서측 방향으로 용화리삼층석탑이 있고 도로를 따라 소수의 민가와 용화리 경로당이 있다.
용화광산 선광장은 동측 산자락을 따라 약 15개 층의 계단식 콘크리트 구조물로 형성되어 있으며 그 아래 평지에 일월산자생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계단식 선광장을 중심으로 산의 경사를 따라 양쪽에 계단 및 펜스를 설치하여 선광장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 선광장 정상에 전망대를 설치하여 일월산과 선광장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주변의 숲과 나무를 보존하여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연출하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의 흉물스런 잔해와의 이질성이 느껴지도록 하여 일제 수탈역사 공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용화광산 선광장은 산자락의 경사를 따라 석축으로 단을 쌓아 터를 닦고, 기초와 기단부터 시작하여 채석과 제련을 위한 여러 구조물들을 철골콘크리트를 주축으로 건축되었다. 선광장 상층부는 일월산에서 채석된 광석을 운반하여 저장하는 곳으로 운반용 광차가 전시되어 있다. 이 광석을 컨베이어를 이용해 단계적으로 하층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 여러 차례 파쇄와 거름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계단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층부 콘크리트 구조물에 과정을 거친 광석을 나눠 담아 농축과 탈수의 과정의 거쳐 각종 광물을 추출하여 탱크에 보관하는 과정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용화광산 선광장은 근대기 산업시설 및 광업의 발달사를 보여주고 있어 문화유산적 가치가 높다. 적극적인 홍보와 활용 프로그램을 구축한다면 버려진 폐광산을 새롭게 재생시킨 역사문화공간으로 근대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출처] 영양군청
새로 조성된 전망데크는 가을 단풍을 위한 구조물인 듯 붉게 익은 단풍이 일렬로 늘어서 있어 찾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았다.
몇 번 찾아왔었음에도 광산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고, 광산 옆 오르막길로 오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이번엔 작심하고 광산 좌측편으로 올라갔다 우측 편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쪽빠리들이 민족의 피를 빨아먹은 흔적들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곳이 많다.
계단길로 오르는 중 계단식으로 구성된 광산 시설물들을 천천히 훑어봤다.
시간의 파고를 견디지 못하고 훼손된 곳은 많았지만 원형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광산으로 거의 다 올라 광장을 내려다봤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 중 비교적 너른 곳인데 가을 정취가 물씬 느껴졌다.
광산에 올라 이은 길을 따라가면 드문드문 수탈을 위해 설치된 흔적들이 있었고, 더 이상 올라가도 그리 만날 건 없을 것 같아 여기를 끝으로 다시 왔던 길을 되짚었다.
용화광산 선광장으로 다시 돌아왔을 무렵 지나던 다람쥐와 눈이 마주쳤는데 녀석의 얼굴이 볼록한 걸 보면 겨울 준비가 한창인가 보다.
광산에서 내려가는 길은 오를 때와 다른 길을 이용했다.
두터운 솔잎 사이로 작은 단풍이 이파리를 맺었고, 그조차 붉게 물들었다.
가을 정취가 꽤 괜찮은 곳, 자생화 공원에서 잘게 엮여진 길을 밟으며 뒹구는 낙엽에도 가을에 대한 정취를 이입할 수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따금 지나던 사람들도 떠나 어느덧 텅 빈 공간이 되어 잠시 빌린 자리를 내어줬다.
오래전 일월산자락 영양 터널을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들 무렵 차량에 문제가 생겨 자생화 공원에서 잠시 안착하여 아슬한 한숨 쓸어내린 기억을 회상하며 쓴웃음을 남기고 영양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깊어가는 통고산 가을_20211029 (0) | 2023.02.06 |
---|---|
울진에서의 가을 안부_20211029 (0) | 2023.02.06 |
영양 수하계곡의 가을 이야기_20211029 (0) | 2023.02.06 |
가을 인사, 통고산_20211029 (0) | 2023.02.06 |
은하수 여울 소리, 통고산_20211028 (0) | 2023.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