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만에 찾은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휴일을 맞아 비교적 많은 사람들로 주차장에서부터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케이블카 정거장인 숙암역과 파크로쉬 사이 거대한 광장에는 차량과 사람들이 물 흐르듯 오고 갔다.
회사 숙박 프로그램은 정신머리가 없어 최소 2주 전에 예약해야 되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아쉽게도 뒤뜰을 둘러본 걸로 위안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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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걸음으로 동생을 데리고 마치 관광 가이드처럼 설명하며 돌아다녔던 뒤뜰엔 자작나무가 곧 다가올 만추를 대비해 벌써 노란 이파리로 물들였고, 석탄불은 대낮이라 꺼진 채 뼈대만 남았다.
온실에 들어서자 한 커플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려 그 흥을 깨뜨릴까 싶어 오래 머물지 않고 나왔다.
예전 턱시도 고양이 가족들이 생각 나 마당을 두리번거리자 놀랍게도 녀석들은 여기에 자리를 잡고 살았다.
때마침 셰프님이 냥이들 식사를 챙겨주고 계셨는데 앞에 있던 콧등에 까만 얼룩이 있던 녀석은 분명 기억에 생생히 되살아났다.
당시 아깽이들과 다른 어미가 밥을 챙겨 먹느라 요 녀석은 한 입도 대지 않았던 측은함으로 더욱 또렷하게 기억했었던 데다 다리까지 불편해 보여 더더욱 마음에 남았었는데 이렇게 건강한 모습을 보게 되다니.
다른 아깽이들이 어찌나 정신없이 쫓아다녔는지 궁뎅이가 무겁던 녀석은 정말 의젓해 보였고, 게다가 내가 챙겨준 식사도 모두 양보했던 녀석이라 너무 반가워 하마터면 뛰어갈 뻔했다.
파크로쉬를 한 바퀴 둘러보고 바로 숙암역으로 진입하기 전, 차량과 사람들이 북적대던 케이블카 정거장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앞서 방문했던 운탄고도나 가리왕산에 비해 고도가 낮아서 가을이 그제서야 물들기 시작한 정취는 다가오는 계절과 멀어지는 계절의 성숙과 풋풋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숙암역으로 들기 전 파크로쉬를 뒤돌아 보며 내년 초를 기약했다.
그때 동생도 불러 마치 우리 집처럼 자랑했던 곳의 진면목을 보여주기로 약속하고 서둘러 디지털 관광증을 켠 채 케이블카 탑승권을 구입하여 바로 가리왕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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