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1 5

일상_20250116

퇴근 후 도서관에 주차를 한 뒤 내부로 들어가기 전 헤드폰을 끼고 잠시 생활체육공원으로 산책을 가던 중 노이즈 캔슬러와 헤드폰을 뚫고 미세하게 들리는 냥이 울음소리.헤드폰을 벗고 귀를 기울이자 정말 냥이 울음소리가 들렸다.두리번거리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녀석이 울고 있었고, 주저할 겨를 없이 기다리라고 한 뒤 500m 정도 떨어진 차로 달려가 츄르와 밥을 챙겨 다시 오자 녀석은 말귀를 알아 들었던 건지 그 자리에 있었다.건식 밥을 주고 그 위에 체온으로 따스해진 츄르를 뿌려주자 녀석은 허벌나게 식사를 했다.동네 캣맘이 급식소를 만들어 놓았는데 누군가 밥을 쏟아놓은 흔적이 있었고, 그래서 굶주렸나 보다.푸짐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녀석에게 한 끼를 줘서 그나마 안심이었다.허나 이날 이후 녀석은 볼 수 없었다.

냥이_20250112

이사와 더불어 긴 휴가도 훌쩍 지나 마지막 날, 이른 아침에 부스스 눈을 떠보니 녀석이 캣타워에 올라 창 너머 세상 구경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그러다 내가 일어난 인기척을 느끼곤 지그시 쳐다봤는데 긴 연휴 마지막 날로 다가와 이런 정겨운 모습도 잠시 묻어둬야 한다니!연휴 내내 혹독한 한파로 바깥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아 그 시간 동안 굵직한 추억이 거의 없어 조금 어깨 쳐지는 추억이긴 했다.

냥이_20250110

이사를 가면 힘들어하는 건 사람보단 냥이가 더 심하다.영역 동물이라 완전히 뒤바뀐 영역인 데다 가구며 낯선 새로운 가전들이 있어 녀석은 이사를 하는 동안 차에 있다 이사가 끝나고 집으로 옮겨도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어딘가에 숨어 있기만 했다.그러다 이튿날 조금씩 집을 탐색했는데 밤이 될 무렵엔 많이 적응했는지 제법 꼬리를 세우고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비교적 적응력이 뛰어난 녀석인가 보다.밤에는 여느 날처럼 사람 품에 안겨 잠이 들다가도 누군가 돌아다니면 가슴팍에 묻어둔 얼굴을 번쩍 들어 주시했다.그러다 내 모습을 확인하곤 다시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지난번 동탄에서도 새집이었는데 이번에도 새집이라 사람은 좋아라 하지만 냥이들은 이런 부분에서 사람과 완전 달라 적응에 힘들어 며칠 경계한다는데 다행히 ..

이사 가는 날_20250109

정든 동네를 떠나는 이삿날, 집에서 가장 큰 가구였던 옷장은 거의 40년 가까운 오래된 가구였는데 과감하게 버릴 수밖에 없었던 건 뒤편에 곰팡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아마도 같은 자리에 오래 동안 있어서, 냥이를 가족으로 맞이하면서 겨울 동안 난방을 1~2도 정도 더 올려서, 그도 저도 아닌 워낙 오래된 가구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건 곰팡이와 같이 사는 건 건강에도, 심리적으로도 악영향을 주는 건 확실해서 과감히 정리했다.곰팡이가 있는 뒤판만 수리할까 생각도 했었지만 덩치가 워낙 커서 옮기는 과정도 만만치 않아 그동안 이사를 많이 한 건 아니었지만 앞으로도 짐짝이라 정리하는데 모두 동의했다.어릴 적 추억이 끼어있는 옷장이여, 다음 생엔 멋진 작품으로 태어나길.살을 에는 추위의 위력은 대단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