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2291

지리산

제목이 그렇다고 산행을 한 건 아니다. 함양과 남원을 들렀다 가방에서 잠자고 있던 엑백스를 깨워 바람 좀 새워 준 정도?요즘 들어 업무 과중? 과다?라는 핑계를 들어 이 이쁜이에게 관심이 뜸했을 뿐! 함양 구룡리에서 남원 성산리로 넘어 가는 길에 오도재로 향하는 굽이굽이 잿길이 보인다.그 날 무쟈게 추워서 사진도 대충대충.결정적으로 엑백스가 줌 기능이 없단 것! 이제는 잊혀져 가는 시골 버스 정류장.단아함이 그리울 때 이런 풍경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겠다.잠시 동안 사진을 찍는다고 이리저리 둘러 봐도 여기에 잠시 앉는 이 하나 없다. 버스 정류장 옆에 예전엔 흔히 볼 수 있었던 농협 창고가 퇴색의 진수를 보여 준다.누군가는 퇴물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사라져 가는 그리운 것들 중 하나라고 표현하는 게 더 아..

모처럼의 흔적

한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귀차니즘에 쩔어 블로그를 손 놓고 있었다. 이런 건 따박따박 했을 때의 희열이 있는 벱인데 그걸 몇 번 미뤄두었더니 그 희열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 팽개치다 시피 했던 것.아산 온양온천역 부근 제일호텔 파스쿠찌에 들러 내 블로그를 펼쳐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내 시간의 흔적들인데... 그래서 뭔가 살아가는 시간들을 타임캡슐처럼 묻어 두려고 했던 흔적들을 보니 숙연해진다.그게 불과 이번 달 초, 지금이 월 말이라 잊지는 않았지만 방관해왔던 것.아직 돌아와서 내 안방으로 쓰기엔 그 공백이 허허하다.그래도 내 삶이자 시간들인걸.맥북과 내 노트북을 통해 바라본 내 사진들과 글들이 화려하게만 보인다.

가을 금호강 자전거길을 따라

혼자서 훌쩍 떠나는, 아니 떠나버린 여행. 이지만 별 거 있나? 걍 가을 냄새 맡으려고 KTX표를 어렵게 구해서 금호강으로 갔다.자전거 여행이나 해 볼까 했는데 이번엔 40km정도 타곤 육체적인 한계점에 다다라 당초 목표에 2/3 정도만 타고 뻗어 버렸다.학창시절에 궁뎅이가 몽뎅이 찜질 당한 것처럼 무진장 아픈데 처음엔 자전거 빌린 것만도 감지덕지다 했건만 간사함이 여지 없이 드러나 공짜가 다그렇지,뭐. 그랬던 내 자신이 쑥스럽구먼, 시방.말이 길어 지면 안되니 고고씽~ 금호강 가천역 부근 자전거 길에 이런 멋진 코스모스 군락지가 있었다.그 날(10월19일) 바람이 많음에도 싸늘하지 않으면서 흐린, 그러면서도 대기가 맑아 시야가 탁 트인 청량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날이었다.자전거 길의 좌측은 한 눈..

두 번째 만남, 세종

두 번째 방문한 세종. 이른 아침에 잔뜩 대기를 덮었던 안개가 거짓말처럼 사라지자 마치 막이 열린 무대를 서서히 걸어 나오는 곱게 단장한 아이 같은 모습이다.넉넉치 않은 시간이라 오전 이른 시간에 잠시 들러 첫 번째 방문 때 미쳐 생각치도 못했던 호수공원 최북단의 습지섬으로 향했다. 다음보단 네이버 지도에 이렇게 위성사진을 통해 습지섬이 나와 있는 고로. 호수 북단 습지섬 초입에 이렇게 섬이 물에 떠 있다.위성 사진에서 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의 불기둥 같은 그런 유연한 곡선인데 실제 보면 한달음에 훌쩍 뛰어 건널 수 있을 것처럼 가까이에 일렬로 늘어선 매끈한 정원같이 보인다. 지도 상의 둥그런 습지섬으로 가는 다리. 이게 바로 습지섬이닷.둥근 섬 안에 작은 원이 두개 있는데 그걸 찍으려다 뭔 생..

갈대와 어울리는 가을

가을하면 떠오르는 풍경들 중 하나가 바로 갈대겠다.근데 동탄 오산천 인근에도 갈대가 예년처럼 한창이라 언젠가부터 벼르고 별렀다는 듯 거의 매주마다 가서 그 녀석들이 잘 크고 무르익어가나 싶어 찾아보곤 하는데 아뿔사! 마음이 넘무 앞선 나머지 나으 엑백스를 놔두고 가버렸지라잉~하는 수 없이 아이뽕5로 찍는 수 밖에 없어, 내 실력 문제였지 도구 문제는 아니었지 않나 싶어 돌리려던 발걸음을 고쳐 잡고 가던 길로 고고씽. 아직은 녹색이 빠지지 않아 갈대밭 특유의 멋이 조금 덜하지만 텅빈 의자가 있어 서로의 공허함을 상충시켜 준다.하나씩 놓고 보면 초라하게 보이는 것들이 모여 초라하기 보단 도리어 화사하고 정겨워져 다시 가서 이곳에 잠시 머무르고 싶은 충동까지 생긴다.바람결에 살랑이는 갈대가 사색의 소재도 제공..

노을

어제 초저녁 노을이 내가 기다리던 백미 였었는데 커피 마신다고 노닥거리면서 걍 놓쳐 버렸다.아차 싶어 밖으로 나와 보니 이미 도시 빌딩에 가려져 장대하게 펼쳐진 노을이 산산이 조각나 버린 채...오후 산책하면서 하늘을 보니 노을에 대한 강렬한 삘이 충만했었는데 그 찰나의 장관을 놓쳐 버리다니...아.. 그렇게 기다리던 순간이었는데, 그래서 단단히 벼르고 별렀건만.

아버지 산소, 그리고 가족들과...

지난 초 여름에 자전거를 이용해서 혼자 온 이후 모처럼 찾은 아버지 산소. 이번엔 혼자가 아닌 누나 식구들과 같이 움직였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찾은 산골짜기는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들었고 일행들 또한 설레는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공원 묘지 관리 사무소 뒷편에 강아지 한 마리가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기웃거리길래 다가갔더니 올 듯 말 듯 하면서 도망가 버린다. 조카들이 강아지가 이 쪽으로 갔다는 말에 봤더니 대가족이 오손도손 살며 어쩌다 지나는 길손을 반가워 하듯 꼬리를 사정 없이 흔들어 댄다. 원래 사납게 짖어 대는 개가 몇 마리 있었는데 작년부턴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이 순둥이만 남아 지나는 사람마다 꼬리를 흔들어 대더니 이렇게 떡!하니 귀여운 강아지를 거느리게 되었고 강아지들도 덩달아 사..

원주 오크밸리

지난 주 잠시 다녀 왔던 원주 오크밸리. 여긴 조경이 참 이쁘고 멋지다.나무가 있어야 될 자리며 풀들과 건물들의 조화를 보고 있노라면 노심초사한 흔적이 보인다. 거기다 여길 간 그 날, 하늘과 구름이 왜캐 이쁜기야!서울로 돌아오는 길이 쉼 없이 아쉽고 안타깝기만 했다.그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며칠 지난 오늘까지도 여전하다. 아뿔사~!

대구 강정보 자전거 여행

강정보가 보고 싶진 않았다. 돈 지랄 떨어 놓은 작품에 대한 경외심보단 증오심이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으니.그럼에도 강정보를 택한 이유는 금호강 따라 가는 길의 가장 현실적이고 선명한 성취감이 강정보였기 때문이고 작년 라섹수술 후 그 부근, 다사까지 갔다가 지치고 지친 나머지 강정보는 내 목적지가 처음부터 아니었다는 자기 당착에 빠져 뎁따시 큰 아메리까~노 한 잔만 마시고 돌아 왔기 때문에 남은 숙원(?)도 풀 목적이었다.토 욜 점심 즈음, 동촌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발. 출발 하자 마자 수 년 동안 그냥 방치해 온 아양철교의 새로운 단장이 보여서 한 컷.뭔가 싶어 구글링해 봤더니 명상교로 탈바꿈 한단다.명상교?다리는 그대로 둔 채 유리로 마감하여 전망대와 전시관으로 만든다네? 한 쪽에선 이렇게 비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