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아버지 산소, 그리고 가족들과...

사려울 2013. 10. 6. 02:15

지난 초 여름에 자전거를 이용해서 혼자 온 이후 모처럼 찾은 아버지 산소.

이번엔 혼자가 아닌 누나 식구들과 같이 움직였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찾은 산골짜기는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들었고 일행들 또한 설레는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공원 묘지 관리 사무소 뒷편에 강아지 한 마리가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기웃거리길래 다가갔더니 올 듯 말 듯 하면서 도망가 버린다.

조카들이 강아지가 이 쪽으로 갔다는 말에 봤더니 대가족이 오손도손 살며 어쩌다 지나는 길손을 반가워 하듯 꼬리를 사정 없이 흔들어 댄다.

원래 사납게 짖어 대는 개가 몇 마리 있었는데 작년부턴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이 순둥이만 남아 지나는 사람마다 꼬리를 흔들어 대더니 이렇게 떡!하니 귀여운 강아지를 거느리게 되었고 강아지들도 덩달아 사람 소리에 경삿날인 양 분주하다.

 

 

대략 2004년부터 여기 오게 되면 이 자리, 비슷한 구도로 사진을 찍게 되었고 이번에도 찍었다.

초기엔 포장하지 않고 흙만 다졌던 길이 어느 순간 콘크리트 포장을 해놓았는데 사실 보고 걷기엔 비포장도로가 제격이다.

특히 가을엔 퇴색된 나무 터널 아래 무성한 낙엽을 밟으며 걷던 재미가 없어 졌으니 아쉽긴 해도 장마철이나 비가 많이 내릴 때 질퍽대던 비탈진 흙길에 차가 오르내리기 힘드니 어쩔 수 없겠다.

 

 

길 아래엔 이렇게 넓직한 주차장 같은 공터가 있다.

 

 

산소에서 능선을 올려다 보며 찍었는데 과거와 달리 조경에도 점점 신경을 쓰는지 전망도 나날이 좋아진다.

일 년 중 얼마 올 수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이런 전망이 힘들게 온 길의 잠시나마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잡초를 열심히 뽑고 계신 울 조카님.

그런데 어쩌다 길쭉한 게 뽑히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다시 흙 속으로 밀어 넣는다.

 

 

산소 옆에 매년마다 이렇듯 같은 자리에 코스모스가 만발하다.

2년 전에도 비슷한 시기에 왔었는데 이곳에 핀 코스모스와 파란 하늘을 보곤 한참을 쳐다 보며 감상에 젖었더랬지.

 

 

풀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땅에 나팔꽃이 만개했다.

땅을 보아하니 비가 많이 내리면 흙과 자그마한 자갈이 흘러 넘치는 빗물에 씻겨 내려와 모든 걸 덮어 버린 형상인데 거기에 핀 쓸쓸한 나팔꽃 한 송이가 외롭다기 보단 죽은 땅에 새생명을 불어 넣은 첨병이다.

 

 

코스모스 꽃에 앉아 열심히 꿀을 채집하는 꿀벌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뒷 자태를 담아 두었다.

부는 산바람 덕분에 아마도 주위에 다가오는 나를 신경 쓰지 못한 것 같다.

 

 

좀전과 다른 오르막길.

거대한 골짜기에 온통 산소로 가득하지만 예전처럼 흉흉한 느낌을 달래고자 곳곳에 신경 쓴 조경 덕분에 많이 포근해졌다.

조카들은 이 길을 통해 능선까지 올라갔다 왔는데 보기와는 다르게 한참을 걸어야 된다고 한다.

 

 

가을 하늘을 향해 온 몸을 펼치고 있는 코스모스 꽃.

파란 하늘색과의 대비로 인해 먼 곳에서도 눈에 띄이지만 이 녀석이 없는 가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가을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숱하게 많은 가을 사진 중 하늘로 팔을 뻗은 코스모스 사진도 단골 손님이시다.

긴 연휴로 인해 마음 속에 여유를 챙겨서 인지 코스모스 하나, 떨어져 있는 도토리 하나조차도 가을과 함께 마중 나온 귀한 손님처럼 보이고 극진하다.어떤 경로로 어떻게 다녀온 것보단 여기 와서 그저 어떤 걸 봤다는 것 자체로도 글이 풍성해지고 향긋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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