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498

낙동강의 침묵이 만든 절경, 안동 고산정_20240729

여행 동지를 만나기로 했던 정오가 살짝 넘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웬일인가 싶을 정도로 식사를 위해 줄을 서야만 했다.아직 도착하지 않은 인천팀이 1시간 넘어야 될 정도로 도로는 정체 구간이 비교적 길었는데 그동안 고구맘카페에서 고구마파이 하나만 입가심으로 때웠고, 점심 식사를 제대로 못할까 싶어 달달한 식욕을 애써 억눌러야 했다.인천팀이 도착하여 10분 정도 대기 시간을 기다린 뒤 청국장 정식으로 식사를 해결했는데 당초 우려와 달리 여행 동지들 모두 탐닉할 정도로 음식을 맛나게 해치워 행여 청국장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지울 만큼 밑반찬과 개별적으로 할당된 분량까지 모두 비웠다. 부쩍 다가온 겨울 바람, 풍기역_20211224부석사에 들렀던 날은 매서운 기습 한파가 들이닥치던 날이라 집으로 돌아가는..

평화의 소녀상과 한반도정원이 깃든 화성 매향리 평화생태공원_20240621

평화의 소녀상.  바다를 메우던 그 숱한 아픔을 위로합니다.인간다운 삶을 간구한 모든 마음과 함께 합니다.  폭격 소리 사라진 마을에 매화 향기 퍼져나가고두런두런 다시 풍요의 이야기가 전해지기를 소망합니다.  평화와 인권이 생동하는 매향리에역사를 기억하는 화성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이 비를 세웁니다.  -화성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꽃과 나무를 뒤섞은 작은 정원들을 떠나 광활한 잔디밭에 한반도 형상을 새겨놓은 한반도정원으로 향했다.여전히 폭염은 지칠 줄 몰랐고, 서해 바다가 인척임에도 바람은 폭염을 피해 어디론가 숨어 더위를 피했다.평화의 나래를 합창하듯 새떼가 하늘로 힘차게 비상했다 나무 위에 가지런히 자리 잡았다.막상 직접 걸어서 한반도정원에 접근하자 예상했던 것보다 훠어어얼씬 넓었다.위성지도에 ..

되찾은 계절과 평화, 화성 매향리 평화생태공원_20240621

총칼과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매향리에 상처를 딛고 평화의 바램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공원은 이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선량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여러 테마가 공존하면서도 그 접점은 결국 평화로 자연이 배제된 평화는 이기일 뿐, 마치 이 땅을 도화지인 양 자연의 붓으로 그린 그림에 하나씩 동화되어 가는 쾌감에 폭염도 잊었던 순간이었다.더불어 주옥같은 작품과 땀방울이 알알이 들어차 있어 시를 읽는 마음으로 천천히 하나씩 가슴에 새겼다.매향리 평화생태공원은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 있는 자연 생태공원으로 과거 54년간 미 공군 사격장[쿠니사격장]으로 사용되면서 미군의 공중 사격훈련으로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었던 과거의 아픔과 훼손된 환경을 치유하고, 외부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남한강 울타리 속 자연, 충주 비내섬_20240620

적당한 물비린내와 풀내음이 뒤섞인 비내섬은 남한강이 만든 섬으로 장자섬과 함께 가끔 들러 봄에는 공허함 가운데 신록의 파릇한 민낯을, 가을엔 생명의 성숙을 가르며 잔잔한 산문집을 읽는 기분으로 거닐던 곳이었는데, 문화 컨텐츠의 화력으로 인해 갑자기 신데렐라가 된 명소다.산문집이 그렇듯 그리 드라마틱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쉽게 읽히지도 않는 것처럼 빼어난 풍광이나 특출 난 경관을 바란다면 이 또한 처음 몇 페이지만 읽다 덮고 서가에 먼지가 쌓이는 산문집과 같았다.걸음을 멈추고 익숙해진 화이트 노이즈를 잊어버린다면 무성한 풀섶 어딘가에서 들리는 여러 종의 새소리 화음이 뒤늦게 들렸고, 여러 종의 생명이 바람에 응수하는 제각각의 노래를 깨칠 수 있었다.이왕 비내섬에 왔다면 이미 떠나버린 사랑의 불시착보단 늘 ..

하늘재가 이어준 베바위, 충주와 문경의 하늘재_20240619

하늘재를 넘어 포암산 베바위 아래 포암사를 거쳐 다시 하늘재로, 하늘재에서 내려오는 길은 오를 때와 다른 숲 속 자연관찰로를 밟아 원점으로 돌아왔다.무성한 숲이라고 폭염을 피할 수 없지만 이겨낼 수 있도록 함께 무거운 더위를 떠받쳐주는 산의 숲에서 말 없는 유약한 길도 그 품을 파고든다.예전엔 끈적한 여름이 싫었는데 어느 순간 나이를 짊어져 무거운 추회를 읽는 순간부터 여름은 피하고 떨치는 계절이 아니라 내 인생에서 자연이 주는 축복이었고, 이렇게 내게 주어진 축복을 덤덤히 즐기는 것 또한 자연에게서 배웠다.더위에 흠뻑 젖은 내게 봇짐을 파는 분이 내민 생수 한 잔은 그 축복의 연장선상이었으며, 인근 수안보 온천에서 몸을 이완시키는 건 행복이었다.하늘재옛길을 걸어 포암산 베바위 아래 포암사에 도착했다.베..

이천 년 삶의 희로애락, 충주 계립령 하늘재_20240619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이자 남북을 잇는 요충지인 계립령로 초입에 자리한 절터에 도착하여 폭염을 뚫고 하늘재로 향하기 전, 역사의 흔적에 잠시 숙연한 상상에 빠졌다.한 때는 성행했고, 또 한 때는 외면받았던 하늘재 길목은 창칼을 겨누거나 큰 희망의 고갯길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무거운 공기만 가득했다.그래서 그 무거운 정적의 내음과 자취가 이끄는 대로 길을 밟으며 둔중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하늘재는 충북 충주와 경북 문경을 잇는 고갯길로 공교롭게도 충주 방면은 미륵리, 문경 방면은 관음리란 지명을 갖고 있었다.미륵과 관음이라...이승과 저승의 고갯길이 하늘재, 계립령이란 말일까?미륵대원지는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에 있는 고려전기 석굴을 주불전으로 하는 사찰터로 1987년 사적으로 지정되었다.하늘재[..

아산을 만날 결심, 곡교천 은행나무길_20240614

바람이 많은 날에 문득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걷고 싶었다.곡교천에는 강물이 흐르고, 거리엔 바람이 꿈틀거리고, 허공엔 하늘이 흐르는 곳.덩달아 사람들도 은행의 녹음 제방 사이로 흘러흘러 삶의 단맛을 머금었다.버스를 타고, 다시 1호선 전철을 타고, 그러곤 온양온천역에 내려 버스를 타면 충분히 닿을 수 있어 가끔 차가 짐이라 여겨질 때 부담 없이 올만했다.사람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생명이라 같은 존재를 제각기 다르게 받아들이기 마련인데 내게 있어 아산은 단순히 온천을 넘어 여행의 기분을 배부르게 채워주는 곳이었으며, 거룩한 현충사가 있는 의미심장한 곳이기도 했다.그래서 아산에 와서 덤덤히 걸으며 멋진 은행나무 가로수길의 낭만을 배웠다.아산을 가로질러 아산만으로 흘러드는 곡교천은 천안천, 온양천 등 모..

은둔의 산촌을 걷다, 영주 소백산 달밭골과 자락길_20240612

소백산 비로봉 최단 코스, 삼가동 탐방소를 지나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평소라면 잘 포장된 길은 워밍업 구간이겠지만 폭염 아래에선 걸음 뿐만 아니라 양어깨에 둘러 쳐진 백팩조차 천근만근이었고, 사찰 탐방 또한 둔턱이었다.이왕 발길을 돌리기로 마음먹었다면 미련을 두지 말자.그래도 무슨 힘이 남았는지, 아님 나무숲에 대한 집착이었는지 가까이 잣나무숲이 있어 소백산 자락길을 걸어 울창한 잣나무숲에 들어섰고, 잣나무숲에서 만날 수 있는 내음과 소리에 흠뻑 취했다.비로사를 지나 소백산 중턱 잣나무숲을 가기 전에 고도 700m 가까운 곳의 산속 달밭골 작은 마을이 있었는데 예전 여정에서 귀동냥으로 들었던 마을이 바로 여기였다.전쟁이 일어난 줄 모르고 살았다던 소백산 자락, 구병산 자락, 지리산 자..

오지의 깊은 고독, 외씨버선길 1코스_20240611

지금까지의 주왕산은 잊어야 될 주왕산의 또 다른 얼굴, 용연폭포를 지나 고갯마루를 지나는 순간부터 정취는 완연히 바뀌며, 각종 기암 협곡과 마천루는 사라지고, 낯선 생명의 방문을 거부하듯 극도의 적막한 숲 속 진공관과 같은 산길을 지난한 걸음으로 옮겼다.1.6km의 뿌듯한 오르막길을 걷는 동안, 아니 금은광이를 넘어 첫 번째 인가를 만나기 전 약 4km 산길에서 어떠한 인적도, 심지어 주왕계곡에서 줄곧 따라붙던 요란한 개울 소리조차 사라진 길에서 묘한 산중의 무거운 몰입감에 취한 사이 무심코 내딛는 발자국조차 진중한 울림이 오감으로 전해져 깊은 숲 속에 심취했다.빈약한 경험상 산에 오를 때는 정상에 대한 갈망이 있거나 산길을 걷는 과정에 갈망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엔 산의 터주인 숲에 스며드는 각별한 경험..

자연이 빚은 주상절리 협곡, 청송 주왕산 용추협곡_20240611

거대한 협곡과 계곡들이 실타래처럼 엮인 주왕산을 한 줄로 논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주왕산은 논하고자 한다면 우선 이 절경을 직면한 뒤에라도 늦지 않겠다.때론 멀찌감치, 때론 머리 위로 쏟아질 듯, 때론 발치에서 디딤돌이 되어준 계곡길 따라 영원의 여울 폭포는 현세의 시름마저 잠들게 했다.용추협곡의 깊은 곳을 울리는 용연폭포를 지나며, 심약한 다짐을 채찍질하여 날 것 그대로의 적막한 산길 따라 금은광이로 재촉했다.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경상북도 청송군은 대부분 지역이 경상분지에 속해 있어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암-화산암 지층 경상 누층군 하양층군과 유천층군 그리고 이들을 관입한 불국사 화강암류가 분포하며 일부 지역에는 영남 육괴의 선캄브리아기 지층이 분포한다. 또한 주왕산, 청송 신성계곡 공룡발자국 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