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협곡과 계곡들이 실타래처럼 엮인 주왕산을 한 줄로 논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주왕산은 논하고자 한다면 우선 이 절경을 직면한 뒤에라도 늦지 않겠다.
때론 멀찌감치, 때론 머리 위로 쏟아질 듯, 때론 발치에서 디딤돌이 되어준 계곡길 따라 영원의 여울 폭포는 현세의 시름마저 잠들게 했다.
용추협곡의 깊은 곳을 울리는 용연폭포를 지나며, 심약한 다짐을 채찍질하여 날 것 그대로의 적막한 산길 따라 금은광이로 재촉했다.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경상북도 청송군은 대부분 지역이 경상분지에 속해 있어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암-화산암 지층 경상 누층군 하양층군과 유천층군 그리고 이들을 관입한 불국사 화강암류가 분포하며 일부 지역에는 영남 육괴의 선캄브리아기 지층이 분포한다. 또한 주왕산, 청송 신성계곡 공룡발자국 화석, 청송 신성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청송 송강리 습곡구조와 같은 특이한 지질 유산들이 다수 발달한다. 청송은 2014년 4월 11일 대한민국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으며 국제적으로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주왕산 기암단애는 주방천 계곡에 위치한 봉우리로 층서상 유문암질 용결 회류응회암으로 구성된 주왕산 응회암에 속한다. 암체의 수축으로 인해 수직 방향의 절리를 따라 침식이 이루어졌고 현재의 단애를 이루고 있다. 대전사 방향에서 바라볼 때 사람의 손가락을 모아 하늘로 향한 형상을 보이며 크게 7개의 봉우리로 구성된다.
주왕산 급수대 주상절리는 주왕산 응회암의 용결 회류응회암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방천 계곡의 산책로를 따라 대전사에서 약 3km 지점에 위치하는 응회암질 단애이다. 급수대는 주왕산의 많은 응회암질 단애들 중 주상절리가 가장 뚜렷하게 발달하며 수직의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와 수직절리를 관찰할 수 있다.
주산지는 중생대 백악기에 분출한 경상 누층군 유천증군 치밀용결응회암 위에 만들어졌으며 이 암석은 암석 내에 광물이 치밀하게 붙어있어 물이 통과하기 어렵다.
[출처]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_위키백과
용추협곡은 경상북도 주왕산면 상의리 주왕계곡 일대에 형성된 협곡.
협곡은 양쪽 곡벽이 급경사를 이루는 곡벽이 좁고 깊은 계곡으로, 심한 하각작용으로 인해 폭에 비해 깊고 급한 곡벽을 갖게 된 골짜기를 말한다. 협곡의 곡벽의 경사는 대체로 수직에 가까우며, 좁은 V자형의 횡단면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용추협곡은 주왕계곡 일대에 형성된 협곡으로, 대전사 일대에서부터 북동쪽으로 용추폭포 일대까지 약 1㎞ 정도 이어진다. 용추협곡은 청학과 백학이 살았다고 하여 청학동으로 불려지기도 했으며, 옛날 선비들이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기던 장소로도 애용되어 왔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용추는 '용이 폭포에 살다가 하늘로 승천한 웅덩이'란 뜻.
용추협곡은 곡벽 경사가 거의 수직을 이루고 곡벽 높이가 거의 100m 이상이다. 바닥 폭이 학소대에서 대전사 일대까지는 10~20m이지만, 용추폭포 일대에서는 3~5m 내외로 급격히 좁아진다. 그러나 횡단면은 여전히 거의 수직에 가까운 V자형을 보인다. 용추협곡에는 용추폭포가 형성되어 있다. 용추폭포는 총 3단으로, 1단 폭포와 2단 폭포는 낙수 폭이 2m, 낙차가 1~2m로 소규모이지만, 폭포 아래에는 유수의 흐름에 의한 마식작용으로 포트홀(pothole)이 각각 폭 3m, 깊이 2m 그리고 폭 8m, 길이 5m, 깊이 1m 정도로 발달되어 있다. 하부의 3단 폭포는 용추폭포의 주 폭포로, 폭 2m, 낙차 5m 규모로 나타나며, 아래에 큰 규모의 폭호를 형성하고 있다. 용추협곡을 구성하는 기반암은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경상계 불국사층군의 각력질 안산암이다. 이 암석은 풍화 및 침식에 저항력이 강하며, 불규칙한 주상절리가 발달한다.
[출처] 용추협곡_청송군청
주왕산의 명물이자 유네스코 등재의 주역, 용추협곡은 앞서 기암절벽과는 또 다른 절경을 보여줬다.
협곡 초입의 쉼터에서 다람쥐한테 견과류 간식을 주던 팀이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에 몇 컷 찍어 드린 뒤 바위틈을 지나는 길 따라 여울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걸었다.
길을 걷다 뒤돌아보자 까마득한 절벽의 급수대가 여전히 우렁찬 위용을 과시했다.
바위손은 부처손목 부처손과에 속하는 양치식물이다. 산지 바위지대나 절벽 주변에서 상록성 여러해살이풀이다. 많은 수염뿌리가 얽혀 헛줄기를 만든다. 줄기는 뿌리 끝에서 나오며, 여러 개가 모여 방사상으로 퍼지고 높이 15~25cm이다. 잎은 건조할 때 공처럼 말리고 습기가 있으면 다시 펴진다. 영양잎은 2가지 형태가 있으며, 난형으로 배 쪽 잎과 등 쪽 잎으로 나뉜다. 배 쪽 잎은 줄기 양쪽에 수직으로 붙고 끝은 가늘어지며, 가장자리는 막질이고 톱니가 있다. 등 쪽 잎은 2줄로 배열하며, 줄기와 수평으로 붙고 끝은 실처럼 가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포자잎은 삼각상 난형, 끝은 가늘게 뻗어 털 모양의 돌기처럼 된다. 포자낭이삭은 가지 끝에 1개씩 달리며, 사각 기둥 모양으로 길이 5~15mm이다. 관상용으로 심으며, 전초는 약용한다. 우리나라 전역에 나며, 러시아 동시베리아, 인도 북부, 일본, 중국, 타이완, 필리핀 등에 분포한다.
[출처] 바위손_국립생물자원관
주왕산에 오면 유난히 바위손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바위손을 권백이라 하고, 누군가는 부처손을 권백이라 하던데 척박한 환경에서도 바위에 붙어 생존하는 걸 보면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도 필시 이로운 약초가 아닐까 싶다.
바위 틈으로 교묘히 지나는 길을 밟으며 걷는 기분은 마치 엄숙한 자연의 초대를 받은 착각이 들었다.
수직의 바위 틈을 지나면 이내 흐르는 물소리의 실체가 드러났다.
세찬 힘의 근원, 용추폭포는 물이 억겁 동안 만든 작품이자 절경의 필수 요소 중 하나로 협곡의 신비를 빚어낸 장본인이며, 건조한 바위들 사이에서 활력의 근원이기도 했다.
폭포 규모 자체는 작지만 어우러진 모습은 딱 알맞은 규모며 전체적인 조화로움을 배가 시켜줬다.
용추협곡을 통과하여 완만한 오르막길에 지나왔던 길과 협곡을 되살폈다.
어디서 봐도 절묘한 절경이었다.
행여 주왕산을 찾는 이유가 이 하나를 위해 먼 길 달려왔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거니와 협곡을 찾았다 예기치 않게 기암의 절경까지도 누릴 수 있는, 일석이조였다.
용추폭포 위엔 물이 여러 개의 소를 만들어 그 형태도 신비로운 구룡소가 있었고, 그런 특이한 형상의 소와 폭포가 길 바로 옆에서 협곡에 대한 찬가를 연주했다.
용추협곡을 지나 용연폭포와 절구폭포로 가는 길은 여전히 걷기 좋은 길로 근래 열풍인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이자 가파르지 않아 연세 드신 분들도 많으셨다.
계곡을 만든 주방천은 주왕산을 절경을 빚어낸 주역이기도 한데 주왕산의 깊은 곳에서부터 발원하여 이렇게 소소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흘러 내려오는 저 너머 어딘가에 이제 지나게 될 산너미며, 인적이 거의 없는 금은광이가 있을 터.
절구폭포 기점으로 용연폭포를 지나 외씨버선길로 경로를 잡았기 때문에 우선 가까이 있는 절구폭포로 향했다.
대전사에서 3km의 거리며, 주차장에서부터 주왕암을 비롯하여 자연관찰로를 지나왔기 때문에 5km를 조금 넘긴 거리였다.
절구폭포로 향하는 길 또한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에 비해 좁긴 해도 걷기엔 무리가 없었다.
절구폭포는 폭포 아래에 형성된 폭호가 절구 모양처럼 생겼다고 하여 절구폭포라 불린다.
절구폭포는 2단 폭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1단 폭포는 낙수 폭이 약 3m, 2단 폭포는 낙수 폭이 약 4m이다. 1단 폭포 아래에는 폭 약 3m의 폭호(瀑壺)가 형성되어 있으며, 2단 폭포 아래에는 폭 약 30m 규모의 폭호가 형성되어 있다. 절구폭포 일대의 기반암은 응회암이며, 기반암상에 부석질 피아메(fiamme)[응회암 노두에서 나타나는 렌즈 모양의 흑요석 결정체]가 풍화에 의해 제거되면서 빈 곳만이 남아 피아메가 있었던 흔적이 나타난다. 협곡 내부에 자리하고 있어 평균습도가 높다. 따라서 폭포 주변의 기반암 노두(路頭)는 높은 습도로 인해 어두운 암색을 띠고 있으며, 노두의 표면에 지의류와 선태류가 많이 분포하고 있다.
[출처] 절구폭포_디지털청송문화대전
길은 외줄기, 그러나 2단의 정교한 폭포를 본 것만으로도 막다른 길에 갑갑함을 느낄 수 없었다.
장마가 오기 전의 초여름 건기라 수량은 적었지만, 절묘하게 빚은 형태는 신비로웠다.
때마침 주변에 한 쌍의 중년이 쉬고 있어 평온한 가운데 동심원을 그리며 잔잔히 퍼지는 폭포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렸다.
절구폭포에서 다시 기점으로 향했다.
길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흥미의 연속이었다.
용연폭포로 가는 길에 가메봉으로 가는 갈림길이자 대피소가 있었는데 여기까지 온 사람들의 절반은 가메봉으로, 나머지 절반은 인척의 용연폭포로 향했고, 길목이자 쉼터라 여기서도 다람쥐들이 사람들을 기다렸다.
여길 지날 무렵 다람쥐 한 녀석이 행여나 싶어 다가왔지만 그냥 지나쳐 가자 어느 정도 뒤따른 뒤 다시 뒤돌아 대피소로 날렵하게 멀어져 갔다.
용연폭포로 향하는 길도 절구폭포로 향하는 길처럼 넓지 않지만 걷기엔 무리가 전혀 없었다.
다만 용연폭포를 관망한 뒤 돌아나가는 길엔 일방통행의 계단길로 빠져나가 다시 이길로 합류하여 돌아나가도록 되어 있어 자칫 걷기 힘든 분들은 그 계단길 구간만 주의하면 되겠다.
가는 길에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용연폭포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소와 폭호가 함께 있는 기묘하고 절묘한 형태의 용연폭포는 가볍게 주왕산을 찾는 사람들의 반환점인 만큼 멋진 세상을 담았다.
가장 깊은 위치에, 가장 절묘한 형상을 띤 용연폭포는 돌개와 2단 폭포가 뒤섞여 있어 주왕의 진수에 정점을 찍었다.
용연폭포 바로 옆 누가 봐도 부인할 수 없는 작은 고갯마루를 지나면 금은광이로 향하는 첫걸음이 되는데 지금까지의 주왕산은 잊어야 했다.
하나의 산에 두 개의 세상이 존재하는 경계로 용연폭포까지는 자연의 정교하고 과감한 칼날을 휘둘러 생명이 부여된 것 같은 기암의 퍼레이드였다면 고갯마루 너머 금은광이로 향하는 세상은 오지 특유의 텁텁하고 야생적인 적막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공간 이동으로 다른 세상이 자생했다.
오후로 접어들어 폭염의 기세는 맹위를 떨치며 어느 하나 음영 지역 없이 더위의 홍수를 이루는 외씨버선길의 고행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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