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재를 넘어 포암산 베바위 아래 포암사를 거쳐 다시 하늘재로, 하늘재에서 내려오는 길은 오를 때와 다른 숲 속 자연관찰로를 밟아 원점으로 돌아왔다.
무성한 숲이라고 폭염을 피할 수 없지만 이겨낼 수 있도록 함께 무거운 더위를 떠받쳐주는 산의 숲에서 말 없는 유약한 길도 그 품을 파고든다.
예전엔 끈적한 여름이 싫었는데 어느 순간 나이를 짊어져 무거운 추회를 읽는 순간부터 여름은 피하고 떨치는 계절이 아니라 내 인생에서 자연이 주는 축복이었고, 이렇게 내게 주어진 축복을 덤덤히 즐기는 것 또한 자연에게서 배웠다.
더위에 흠뻑 젖은 내게 봇짐을 파는 분이 내민 생수 한 잔은 그 축복의 연장선상이었으며, 인근 수안보 온천에서 몸을 이완시키는 건 행복이었다.
하늘재옛길을 걸어 포암산 베바위 아래 포암사에 도착했다.
베바위가 머리 위에서 위압적인 모습을 드러냈고, 그 아래 일련의 돌탑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인상적인 포암사에서 베바위 방향으로 뿌듯한 오르막길이 있어 호기심을 못 참고 거기로 걸었다.
돌탑엔 누군가의 이름이 있을 걸 보면 일정한 돈으로 염원을 이루고자 하는 인간의 관습이 박혀 있었다.
일련의 돌탑을 지나 산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고, 우측엔 석재로 만든 누군가의 염원이 줄지어 서 있었다.
계단 끝에 다다른 산신각은 여느 곳과 형태가 조금 달랐고, 규모도 작은 법당 형태의 여타 산신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산신각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빠져나오며 승마꽃인지 소소한 생명을 이어갔다.
문경 방면 탁 트인 전망 앞에 놓은 멋진 소나무도 산신각 앞에 자랐다.
언뜻 둘러보니 포암사는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찰 같았다.
법당을 포함한 건물들이 얼마 되지 않은 윤기가 있었기 때문.
역시 베바위 절경은 육안으로 그 가치가 가장 높았고, 그걸 사진으로 옮기는 순간 감회는 증발해 버렸다.
도로를 거쳐 포암사로 들어서는 초입에도 연이어 거대 돌탑이 세워져 있었다.
사찰 진입로를 걸어 포암사를 빠져나와 하늘재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산 너머 구름인지 연기인지 한 줄기 솟구쳤다.
길을 걷던 중 연이어 따라온 베바위의 위엄은 그저 경탄할 뿐.
하루 동안 짧은 구간을 걸어 비교적 여유를 찾았는지 이런 장난도 즐겼다.
두 손가락 사이에 들어선 포암산이라...
폭염이 짙은 도로를 걸어 결국 포암사로 갈 때 이용했던 하늘재옛길 초입을 지났다.
다시 하늘재로 돌아왔을 무렵엔 해가 부쩍 기울었다.
그나마 여름이 좋은 건 낮이 길어진 만큼 하루에 누릴 수 있는 여유의 상대적인 가치도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하늘재를 지나 오를 때 봤던 양갈래 길에 도착했고, 그래서 이번엔 오를 때와 달리 우측 자연관찰로를 통해 숲으로 걸었다.
막상 자연관찰로에 들어서자 생각보다 길도 평탄했고 폭도 넓었다.
하늘재로 가는 길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을 뿐 숲길치곤 넓고 완만했으며 평탄했다.
하늘로 길고 곧게 뻗은 소나무 숲 아래 쉼터.
그 쉼터를 지나 여울과 만나는 길은 정갈한 데크길이었다.
꾸준히 걸어 어느덧 미륵지 원터 앞 오래된 다리를 지났다.
다리를 가까이서 보면 비교적 오래되어 낡은 티가 역력했는데 천 년 지난 길은 여전히 견고했던데 반해 인공 구조물은 벌써 낡았다.
다리 위에서 미륵지 원터는 적나라하게 보였다.
미륵지 원터를 지나 미륵대원지에 들어서 텅 빈 절터를 훑어봤다.
오래된 절터의 황막한 풍경이 건조한 대신 역사의 흔적처럼 보여 비교적 분위기가 잘 어울렸다.
원점인 주차장에 도착하여 더위에 흠뻑 젖은 내게 생수 한 잔 권해주신 분.
인정의 향기는 여운만큼 짙고 감미로웠다.
미륵대원지를 벗어나 곧장 인근 수안보 온천에 들러 여독을 풀기 위해 들어섰는데 내부엔 온천 이용객이 정말 많았다.
역시 구관이 명관인 겐가?
12,000원을 투자하여 보드랍게 몸을 감싸는 온천을 끝으로 짧은 충주 하늘재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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