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막연한 그리움, 만항재를 스치다_20211028

사려울 2023. 2. 6. 20:50

만항재의 스팟라이트에 가려진 만항재가 아닌 것들.
그래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 만항재 풍경과 달리 인척임에도 지나는 이들을 그리워한다.
이미 만추를 지나 겨울로 접어들어 지는 석양의 가느다란 빛조차 간절한 현실을 방불케 한다.
태백오투전망대를 마지막으로 정선 일대 여정을 접고 백두대간을 넘어 또 다른 가을을 찾으러 떠난다.

만항재 풍력발전소와 그 아래 산허리가 길게 이어진 운탄고도가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화방재에서 함백산로드를 따라 만항재로 가는 오르막길은 그리 버거운 건 아니다.

일대 고도가 1천m 이상이라 도로가 이어진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도 그래서 까마득한 높이가 아니지만 일대 거대한 골짜기를 마주한다면 빼곡하게 중첩된 능선과 골짜기에 모세혈관처럼 이어진 작은 골짜기들이 높은 고도를 새삼 느끼게 해 줬다.

만항재가 가까워질 무렵 길은 잠깐 사행을 하는데 사행이 끝나는 지점에서 길가에 내려 발치에 힘겹게 오르는 길을 보며 고갯길의 힘든 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첩첩한 이끼 계곡과 만항재_20161015

늑장과 지나친 여유의 원흉은 바로 '나'요 일행들이 전혀 가 보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곳을 안내 했던 루키도 바로 '나'였다. 당시에 갑자기 생각 난 이끼 계곡은 사실 평소 잊고 지내던 장소 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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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에서 함백산 입구 방면 내리막길을 따라 한 번만 커브를 틀면 자칫 지나칠 수 있는 함백산소공원에 다다른다.

그리 작은 규모는 아닌데 가을과 겨울이 교착하는 지점이라 무척 황량해 보였다.

더군다나 만항재 쪽에 잔뜩 기운 석양에 마음은 조급해졌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 야외무대에서 멈췄다.

6년 전 이 텅 빈 공원에서 쉬며 걸판지게 음악을 들었더랬다.

물론 그때 비해 을씨년스럽지만 어차피 회상에 투자를 한 거라 잠시 앉아 그때처럼 음악을 틀어 이 공간이 흥건하게 젖도록 했다.

하루 일정의 마지막이 남아 음악이 끝남과 동시에 잰걸음으로 공원을 벗어나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훑어보며 기억을 추스렸다.

초입에 반기는 전나무숲이 떠나는 시점에서는 만추의 정취를 그대로 보여줬다.

 

태백의 밤_20191023

하늘숲길을 빠져 나오는 사이 금새 날이 어둑해지고 발길이 끊이지 않던 만항재는 순식간에 정적으로 휩싸였다.그리 늦은 시각이 아니었음에도 말 그대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고, 한 술 더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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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를 벗어나 태백 일정의 마침표는 오투전망대에서 찍기로 하고 주저 없이 내달렸다.

순식간에 낮이 꺼져버리는 태백에서, 또한 협곡 따라 길게 뻗은 도심 특성상 매크로한 야경 감상은 힘들지만 단편적이나마 태백이 덮은 골짜기 지형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하루 중 남은 햇살이 쏟아지던 태백의 모습을 뒤로하고 서둘러 31번 국도에 실려 통고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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