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498

간극의 숙명, 고창 병바위_20220917

이별도, 그리움도 못내 지우지 못할 운명, 그러면서 홀로 설 수 없는 숙명을 가진 묘한 인연은 마치 악몽을 떨치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 현실임을 간파하는 형세였다.서강의 선돌이 그렇고, 선유도 망주봉이 그렇듯 절묘한 간극이 빚어낸 두 개의 홀로서기가 그려낸 하나의 평행은 병바위 또한 시선의 종착점을 기렸다.석양이 지기 전 마지막 여정, 무장으로 떠나는 걸음이 무거운 이유였다.병바위는 고창군 아산면 반암리에 위치하며, 신선이 잔치를 벌이고 취하여 자다가 소반을 걷어차 거꾸로 선 술병이 병바위가 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1992년 고창군지편찬위원회에서 발행한 '고창군지'에 실려 있으며, 2009년 고창군지편찬위원회에서 간행한 '고창군지'에 병바위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선동(仙洞) 뒤 선인봉에 사는 신선이 ..

바위와 하늘이 만든 고창 두암초당_20220917

염원과 신념은 자연 위에 군림하지 못할지언정 아우를 수는 있다.바위에 새겨진 불상처럼 철학과 종교의 아슬한 경계의 외줄을 타고 신념 혹은 염원의 추에 매달려 아찔하게 지탱한 결실은 시간도 숙연해한다. 어릴 적 시골집에 독사가 무척 많았는데, 바위산 중턱에 웬 비단개구리가 많나 했더니 어김없이 녹색으로 독이 잔뜩 오른 독사 하나 황급히 계단길을 벗어났다.아이 때 독사를-심지어 뒷산 이름은 뱀산이었다- 지겹도록 봤음에도 여전히 친근함과 거리는 먼데 다행이라면 사람보다 뱀이 더 놀라 자빠질 정도라 괜한 위협보다 침착하게 주위를 살피는 게 낫겠다.두암초당은 고창 아산면 반암리에 있는 초당으로 호암 변성온(1530~1614)과 인천 변성진(1549~1623) 형제가 만년에 머물렀던 곳.[출처] 두암초당_디지털고창..

꽃무릇 화염 속 선운산 도솔암_20220917

파도를 타듯 엄청난 인파에 휩쓸려도 좋다.선한 여름기 남아 성숙의 결실을 위한 파란만장한 자연의 추동과 더불어 그 모든 걸 담은 선운산의 옹골찬 의지와 염원은 인파만큼 충천한 꽃무릇과 비할만하다.급한 계단을 오른 의지는 바위틈을 흐르는 목탁소리의 유혹이라 하기엔 이끌린 여운이 대기를 비집고 사방으로 은은히 퍼지는 풍경소리에 비할 수 있다.지고지순한 소망의 결정체, 석탑의 한 귀퉁이가 깨질지언정 바스러질 수 없고, 산사의 기세 등등한 칼바람이 옷깃 여밀지언정 끈끈한 거미줄의 숙명을 도려낼 수 없다.선운산은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아산면과 심원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그리 높지 않은 336m 고도지만 울창한 수림과 계곡, 사찰과 많은 문화재가 있어 1979년 12월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원래 도솔산이었으나 ..

내륙의 바다 대청호의 연이은 경관들, 직동 근장골과 찬샘정_20220902

자글자글한 주름에는 그만큼 많은 사연과 희열이 있다.꺾임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한 카오스는 다듬어진 직선에 비해 예측할 수 없는 반면 꿈을 꿀 수 있어 더 많은 이정표를 꾸릴 수 있고, 애써 변증 하지 않아도 역사와 자취는 충분히 설득된다.지금까지 숨 가쁘게 도로를 질주했다면 한 번 정도 초점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자기 합리화에 적합한 포인트, 발아래 세상을 명징하게 볼 차례였다. djdonggu - 대청호오백리길 드라이브 코스의 숨은 사진 명소 「근장골 전망대」 www.cdnews.co.kr마산동 산성에서 출발하여 냉천로를 따라 북쪽으로 천천히 달리자 도로에 닭이며 강아지들이 노니는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펼쳐졌고, 녀석들이 지나길 기다렸다 다시 질주를 하다 보니 도로 우측에 간간이 호수 전망도..

돌무더기 아래 역사의 뒤안길, 대전 마산동 산성_20220902

공기마저 졸고 있는 한적한 길의 끝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시간의 빈맥만 울렸다.길을 걷는 동안 거듭 피부에 달라붙는 거미줄은 외면이 쳐놓은 그물로 이방인의 방문을 꽤나 거부했다.정상에 가까워 비탈길을 걷노라면 길의 끝은 기약 없었고, 발밑 입자는 급히 굵어져 중력의 저항을 원망하던 찰나 하늘이 마주하며 지친 손을 잡아줬다.오르는 내내 산성에 대한 의심은 정상에 이르러 돌더미가 희미한 정황인지 한무리 소나무만 위풍당당했던 과거를 속삭이며 허망한 세속에 우두커니 절경을 밟았다.  갑자기 나타난 장수말벌이 흥을 깨기 전까지 주위를 둘러 꽤나 심도 깊은 작품에 몰입하여 금세 올라온 수고를 잊는 사유의 가벼움, 너털웃음으로 대신했다.마산동 산성은 대전광역시 동구에 있는 삼국시대 백제의 테뫼식으로 축조한 석축 성곽이..

대청호의 바람이 머무는 곳, 명상정원_20220902

문화의 힘, 소외의 껍질을 깨고 관심의 노른자를 일깨워줬다.위태로운 비탈에 의지한 마을이 바다와 더불어 재조명받는 시대, 그게 이성적으로 용납되는 시대에 접어들자 질펀한 수풀의 텁텁한 장벽이 거대한 호수와 더불어 재탄생했다.복잡한 호반의 지형은 그들만의 소외에 익숙해져 세상과 유구한 단절에 떠밀렸건만 집요한 문화의 포옹에 더는 버틸 재간 없이 습한 증오를 깨부수고, 햇살 자박한 정원에 길을 그렸다.때마침 옅은 대기의 창이 열리자 비로소 바람의 언어가 들린 날이었다.명상정원은 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지 부근에 2020년에 조성되어 현재 대전시 동구를 대표하는 대청호 관광명소가 되었다. 어린이, 노약자 등도 쉽게 산책할 수 있는 무장애 데크길이 명상정원까지 이어져 있고 정원 내에 전망 데크, 전통담장 등이..

호수 위 태고의 섬, 옥천 대청호 부소담악_20220901

대청호는 대전에서 만만하게 찾을 수 있는 전국구 관광지로 주체할 수 없는 욕심에 해 질 녘 도착, 대전 바로 외곽이면서 이내 오지마을처럼 한산한 도로를 질주하여 급히 목적지로 향했는데 사람이 익숙한 냥이 가족의 환영을 우선적으로 받았다. 금세 어둑한 밤이 찾아와 서둘러 차에 오자 어린 삼색냥이 얌전하게 움츠리고 있어 츄르 하나 꺼내 돌아섰는데 녀석이 어떻게 알고는 뒤를 쫓아와 멀찍이 거리를 두고 있었다. 깨끗한 햇반 그릇에 츄르 하나를 짜서 주자 녀석이 환장했다. 츄르가 없는데도 녀석은 여운이 남았는지 그릇을 계속 핥아 손으로 그릇을 잡아 내밀자 여전히 빈 그릇을 핥았다. 어느 정도 쪼그려 앉아 있다 그릇을 치우고 손가락을 내밀어 봤는데 살짝 경계의 뒷걸음을 치다 한발한발 신중하게 다가와 손끝에 빰을 문..

거대한 스릴, 원주 소금산 간현유원지와 출렁다리, 울렁다리_20220825

미려한 알몸에 대한 자신감일까?구부정한 하천이 보드라운 선율처럼 감싸고도는 소금산 출렁다리에 한발 내디딜 때마다 아낌없는 감탄사로 화답했고, 길이 꺾이는 모퉁이에서 미소의 손수건으로 땀을 털어냈다.낡고 오래된 원주의 유원지는 복고에 대한 애처로운 관심을 비웃으며 크나큰 부활의 날갯짓하며 광풍의 파장은 꽤나 매섭게 관심을 흡수했다.  오래전 청량리에서 중앙선을 타고 열차 여행을 하던 중 차창 너머 한 폭의 산수화가 재현된 풍경에 기억 속 못을 박은 적 있었고, 스마트폰과 전자맵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기억을 쥐어짜며 지도를 표류했었다.구관이 명관이라고 구전으로 입증된 산수화가 현대 문명의 날개를 달고 새로이 비상하는데 거칠 것 있을까?4년 만의 방문, 10년도 되지 않았는데 확고한 변화의 의지가 투영되었다...

갯마을 삶의 모세혈관, 논골담길_20220824

삼척과 또 다른 정취의 갯마을. 급경사의 척박한 현실에서 처절한 인고의 세월을 말해주듯 어느 하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었고, 그로 인해 그 흔적은 문자가 되고, 언어가 되었다. 그렇기에 바다 앞에서도 당당했고, 아름다웠다. 도째비골 해랑전망대에서 도째비는 도깨비의 방언이다. 도깨비방망이를 형상화하여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85m 길이의 해상보도 교량이다. 해랑은 바다와 태양 그리고 내가 함께 하는 공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입구에는 도깨비 영역으로 들어가는 의미를 가진 파란색 진입 터널이 있고, 가운데 조형물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전망대의 봉오리 진 슈퍼트리가 도깨비방망이를 통해 만개했다는 스토리를 조형화했다.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는 바다 위 파도를 발아래서 느낄 수 있도록 유리바닥과 메쉬바닥으로 ..

미려한 동해 해안도로, 새천년 해안도로(이사부길)_20220824

바다 따라 해안길로 미끄러져 가는 사이 그리 집요 하던 잡념도 무뎌진 관심에 어느 순간 하얀 파도처럼 흩어져 버리고, 사유는 하얀 도화지처럼 또 다른 낙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념 깃발을 따라 가더라도 정해진 길은 없고, 다만 그 깃발의 말미암아 펄럭이는 순간의 기억이 이 여정의 백미 아닐까?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도 수많은 여행자들이 익숙한지 보드라운 손길로 자연을 그려 흔한 일상은 접고 추억의 채도를 높였다. 동해의 마지막 여정, 묵호 등대 불빛은 졸고 있지만 매혹의 나침반은 혼돈의 유혹도 뿌리치고 강인한 지남력을 따라 그렇게 그렇게 흘러간다. 새천년해안도로(이사부길)은 삼척해수욕장과 삼척항을 잇는 4.6km의 해안 길이다. 동해안 최고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