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내륙의 바다 대청호의 연이은 경관들, 직동 근장골과 찬샘정_20220902

사려울 2023. 12. 3. 22:05

자글자글한 주름에는 그만큼 많은 사연과 희열이 있다.
꺾임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한 카오스는 다듬어진 직선에 비해 예측할 수 없는 반면 꿈을 꿀 수 있어 더 많은 이정표를 꾸릴 수 있고, 애써 변증 하지 않아도 역사와 자취는 충분히 설득된다.
지금까지 숨 가쁘게 도로를 질주했다면 한 번 정도 초점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자기 합리화에 적합한 포인트, 발아래 세상을 명징하게 볼 차례였다.

 

djdonggu - 대청호오백리길 드라이브 코스의 숨은 사진 명소 「근장골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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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동 산성에서 출발하여 냉천로를 따라 북쪽으로 천천히 달리자 도로에 닭이며 강아지들이 노니는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펼쳐졌고, 녀석들이 지나길 기다렸다 다시 질주를 하다 보니 도로 우측에 간간이 호수 전망도 따라왔다.

양구례마을을 지나 조금 더 전진하자 사진찍기 좋은 명소가 있다고 해서 우회전하여 칡넝쿨이 무성한 콘크리트 길을 달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비포장 길로 바뀌고 풀은 더욱 무성하여 길 일부까지 막고 있었다.

지도상 거리가 인척이라 도중에 콘크리트 포장이 끝나는 시점에 차량 몇 대 정도 세울 수 있는 여유 공간에 주차를 한 뒤 도보를 이용하여 조금 더 나아가자 적막한 주차장이 나오고, 그 넘어 갑자기 전망이 트이는 호수가 공원이 나타났다.

당시엔 마땅한 명칭 없이 '직동 사진찍기 좋은명소'로 두리뭉실하게 표현된 곳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근장골 전망대'라는 어엿한 이름을 갖게 된 곳.

전방에 나무 한 그루 덩그러니 서 있는 곳으로 다가서자 바로 너른 세상이 펼쳐졌는데 호수와 고도차가 좀 있는 데다 전망을 가리는 나무나 여타 지형지물이 없어 호수 너머까지 시원하게 시계가 트여 있고, 바닥은 무성한 잔디에 틈틈이 타일 석재가 깔려 있어 방치하기엔 아까운 곳이었다.

분명 분위기로나 시설물은 방치된 흔적이 역력했었다.

이렇게 보면 호수로 튀어나온 반도 형태가 마치 밍기적 기어 나오는 거북이 형상이라 보는 재미가 있었던 데다 청명한 대기로 인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자그마한 공원 형태의 공터가 두 군데로 이 전망을 감상한 뒤 뒤편의 다른 공터로 향했다.

북쪽 방면이 트여 있어 여기 또한 너른 호수 경관을 관망하기 좋았는데 건너편은 충북 청주의 후곡리로 뭍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파편이 호수를 떠다니며 유랑을 즐기고 있는 형세였다.

왜 사진 찍기 좋은 명소라고 명명을 했던 건지 충분히 이해가 갔지만 아무런 이름도 던져주지 않고 방치된 게 무척 아까운 곳이었다.

이런 장관을 품은 전망대에서 짧지만 마음에 세세히 담은 뒤 다시 냉천로에 합류하여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향했고,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정차할 수밖에 없었다.

호수가 덩그러니 정자 전망대 하나가 있어 전망대를 넘어 호수에 바짝 다가서자 역시나 대청호의 너른 전망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풍광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고, 호수 건너 나무가 무성한 숲으로 뒤덮인 청주 방면 문의면 일대를 조망할 수 있었다.

 

대청호의 ‘다도해’ 찬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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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샘정은 축조한 지 비교적 오래된 정자로 거미줄이 무성했지만 그 너머 전망 또한 막힌 속을 과감하게 뚫어줄 만큼 멋졌다.

호반의 불규칙하고 복잡한 곡선 따라 많은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보며 정리하는 시간, 늘 끝은 아쉽거나 후련했다.

찬샘정을 끝으로 시원하게 도로를 질주하여 신탄진에 도착, 미강손짜장에서 허기진 속을 달랜 후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곁들여 안도할 때 카페 뒤편에 비교적 감각적인 장면이 있어 이번 여정의 마지막 기억 창고에 담았다.

길의 시작과 끝처럼 여행의 시작을 그리워하게 되는 끝을 밟았다.
사람들이 모두 떠난 을씨년스러운 육각정에서 하늘과 호수가 그린 궁극의 파랑은 길 따라 흐르는 내내 낯선 여행자와 동행하며, 망각과 기억의 멘토로서, 또한 낮게 깔린 안개 마냥 추종하던 미지의 우려를 종식시키는 어미 품처럼 온기의 잔상은 따스한 차 한 잔의 여운으로 감회의 코 끝을 적셨다.
그에 대한 안도의 징표로 온화한 빛이 가득한 카페에 앉아 커피로 말미암아 든든한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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