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거대한 스릴, 소금산 간현유원지와 출렁다리, 울렁다리_20220825

사려울 2023. 12. 2. 14:09

미려한 알몸에 대한 자신감일까?
구부정한 하천이 보드라운 선율처럼 감싸고도는 소금산 출렁다리에 한발 내디딜 때마다 아낌없는 감탄사로 화답했고, 길이 꺾이는 모퉁이에서 미소의 손수건으로 땀을 털어냈다.
낡고 오래된 원주의 유원지는 복고에 대한 애처로운 관심을 비웃으며 크나큰 부활의 날갯짓하며 광풍의 파장은 꽤나 매섭게 관심을 흡수했다. 
 
오래전 청량리에서 중앙선을 타고 열차 여행을 하던 중 차창 너머 한 폭의 산수화가 재현된 풍경에 기억 속 못을 박은 적 있었고, 스마트폰과 전자맵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기억을 쥐어짜며 지도를 표류했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구전으로 입증된 산수화가 현대 문명의 날개를 달고 새로이 비상하는데 거칠 것 있을까?
4년 만의 방문, 10년도 되지 않았는데 확고한 변화의 의지가 투영되었다.

 

간현 출렁다리_20180226

무한 도전의 여파인가?간현 출렁다리가 매스컴을 한 번 타고나서 거의 신드롬에 가까울 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단숨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몇 년 전 청량리에서 중앙선 열차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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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간현에 도착.

좀 걸을 심산으로 공원 내 주차장 대신 지금은 폐역이 된 간현역에 주차하여 걸어가는데 예전부터 있던 마을인 지정리 거리에 재밌는 벽화가 있었다.

내 청국장을 받아주오~

약 10여 분을 걸어 간현관광지 주차장에 도착하자 소금산 출렁다리와 잔도가 선명하게 보였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이라 사람들은 서둘러 돌아가기 시작했고, 간현유원지로 가는 길은 거의 텅 비다시피 했다.

리뉴얼되기 전의 중앙선이 지금은 떠나는 사람들의 길이 아닌 떠나온 사람들의 목적지가 되어 버렸다.

여기서부터 소금산 출렁다리로 가는 첫걸음으로 키오스크가 도입되어 조금 낯설어하는 사이 직원분이 친절하게 도와주셨다.

게다가 9천원 입장료를 발권하면 5천원 짜리 지역 상품권으로 캐쉬백해 주는 덤까지.

아무리 그래도 산을 오르는 거라 어느새 구슬땀과 더불어 입에서 거친 심호흡이 불거져 나왔다.

잠시 쉴 겸 뒤돌아 왔던 길을 되돌아보자 어느새 이만큼 왔구나 싶을 정도로 왔던 길이 까마득히 아래에 펼쳐져 있었다.

조금만 더 오르자 출렁다리가 나왔고 거기를 건너던 중 새로 생긴 울렁다리가 멀리 그 위용을 드러냈는데 기존 출렁다리와 비교해 한눈에 봐도 그 규모가 압도적이었고, 특히나 거기로 가는 잔도에 심장은 흥분되기 시작했다.

물론 저 잔도가 궁금하여 동해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간현에 들렀지만, 막상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서 출렁다리로 오르던 피로감을 금세 잊어버렸다.

출렁다리 한가운데 서서 아래를 내려보자 여전히 아찔하고 까마득한 높이에 설렘이 증폭되었다.

출렁다리를 반 이상 지나 뒤돌아보자 정말 여기가 소금산이 맞나 싶을 정도로 텅 비어 홀로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사이 울렁다리와 잔도의 위용이 더욱 가깝고 명징하게 느껴졌다.

발아래 아찔한, 그러나 난 여전히 설렜다.

소금산의 멋진 절벽 위 공중부양한 기분도 잠시 느낄 수 있었다.

출렁다리를 건너왔던 길을 뒤돌아봤다.

18년 2월 방문했던 당시, 북새통이자 한 발 나아가는 게 아닌 인파에 떠밀려 갔던 그 당시와 명확히 대조되었다.

물론 거셀 것만 같던 소나기도 한 몪 했고, 지자체의 변화에 도화선이 되기도 했었다.

허나 원본이 가장 중요한 이유, 바로 소금산의 아찔한 절벽과 미려한 산세가 더해져 주변 일대 풍광은 여전히 압권이었다.

출렁다리를 지나 잔도로 가는 멋진 데크길이 생겼다.

잔도로 가는 길과 출렁다리를 우회해서 내려가는 길로 갈라지는 지점, 잔도로 가는 길은 내리막을 지나 다시 완만한 오르막 데크였고, 왔던 길로 돌아가는 출렁다리 우회길은 무장애길처럼 지형을 무시한 편평한 데크길이었다.

저 길도 궁금하긴 한데 가장 핵심은 잔도라 못 먹어도 궈궈!

이걸 보면 원주가 잘하는 것, 데크길로 동선을 한정하여 자연을 조금은 덜 괴롭히게 했다.

물론 이 길을 내는 과정에서 훼손이 있긴 하나 이전 길을 보면 많은 관광객들이 밀려오면서 무분별하게 땅을 밟아 숲에서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다.

여울과 길의 연결을 차단한 치악산이 그랬던 것처럼 훼손 같지만 차라리 인간의 영역을 한정지음으로써 오래 보존할 수 있었다.

잔도로 가는 거리도 그리 가깝지 않은지 이 숲길을 어느 정도 걸어야 했다.

여길 보면 새로운 길과 과거의 길이 평행했는데 이런 명확한 길이 있음에도 길의 영역이 점점 숲의 녹지를 침범했었다.

현재 이런 거추장스럽게 보이는 길이 처음엔 많은 걸 빼앗지만, 훼손은 그것뿐이고, 과거의 길은 친화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무분별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뿌듯한 오르막 끝 작은 정상엔 이렇게 너른 쉼터가 있었고, 그 쉼터엔 작은 정원도 조성되어 있었다.

쉼터에서 잔도가 이어진 길은 역시나 하나의 데크길 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잠시 쉬는 것도 마다하고 바로 길을 따라 걸었다.

소금산 자체가 암벽 구간이 유명하지만 그래서인지 경사도가 꽤 가팔랐다.

이 지점을 지나서부터 완만한 오르막 구간으로 산허리와 골짜기로 접어들었다.

데크길로 전환되면서 기존 등산로를 폐쇄해 버렸다.

지금부터라도 훼손된 숲을 복원하겠단다.

박수 짝짝짝!

잔도와 연결된 데크길은 이렇게 골짜기와 산허리 따라 잔도와 연결되었는데 꽤나 길게 만들어 놓았다.

이래서 유료로 전환된 걸까?

벌써 본전 뽑은 기분에 지금부터는 덤이라 여겨졌다.

데크길은 골짜기로 크게 굽어 들어가는데 그 골짜기 가장 깊은 곳이자 작은 여울의 발원지였다.

사람들 손이 닿지 않고, 눈으로만 즐길 수 있도록 한 부분에 있어 정말 응원했다.

여울 발원지 연못 위를 지나며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봤다.

저 뿌듯한 오르막 데크가 숲에서 조금은 이질적이긴 해도 금세 적응되었다.

여울 발원지의 작은 연못 위치에서 울렁다리를 건너는 시점까지 1.8km 남았단다.

지금까지 왔던 거리가 1.2km라면 꽤 규모가 크다는 방증이었다.

이런 스릴감 넘치는 길의 절반도 오지 않았다는 막막함보다 남은 거리가 허무하게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다시 잔도로 향했다.

아직 잔도는 아니었지만 점점 경사면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골짜기를 지나 산허리에서 나무가 없는 구간에 시계가 급히 트였다.

멀리 지나왔던 출렁다리와 점점 가까워지는 울렁다리가 한눈에 보였다.

역시나 계절이 바뀌어도 절경엔 변함없었다.

이렇게 주변 지형은 바뀌면서 잔도를 예고했다.

이 모퉁이를 크게 돌면 길 옆 풍경이 급격히 변했다.

출렁다리를 우회하는 길도 재정비했다던데 이렇게 매크로하게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이번에 놓쳤다면 다음에 올 또 다른 명분이 있는 거니까.

아찔한 것과 짜릿한 것.
공포가 될 수도, 스릴이 될 수도 있는 건 인식의 차이였지만 그걸 쏟아붓는 열정은 자연의 수작이 만든 산물이었다.
비유할 마땅한 형용사가 없는 산수화에 온기가 전혀 없는 구조물은 몽상가에게 현실을 일깨우는 것 이상의 전혀 어울릴 기미가 없었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서는 순간 그토록 동경하던 매의 천리안에 빙의된 사실조차 잊었다.

절벽에 견고한 길을 만들 정도면 인간도 위대해질 기회였다.

공존할 수 없는 위험과 절경이 공존하는 순간, 바로 잔도 덕분이었다.

그래서 이렇듯 위험을 밟고 절경을 탐닉했다.

생각보다 짧은 구간의 잔도를 지나면 거대한 규모의 울렁다리가 기다렸다.

이런 절경 속에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인공 구조물이었지만, 여기에 정신 빼앗길 겨를이 없었다.

역시 간현암 자태는 어디에서 보든 제대로 형용할 길이 없었다.

막상 스카이타워에 서면 그 규모에 압도되었고, 주변 지형과 절경에 또 한 번 압도당했다.

예전 선로와 새로운 중앙선 선로가 함께 만나는 곳.

스카이타워 아래를 보면 꽤 까마득한데 한 칸에 사람이 들어올 정도였다.

예전 중앙선 열차를 타고 여행 중 졸음을 떨치고 바깥 풍경에 매료되었던 적 있었는데 거기가 바로 여기였다.

스카이타워 가장 꼭대기 너른 전망대.

비가 내려 워킹화가 조금 미끄러웠다.

스카이타워에 홀로 서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아래편 세상을 응시했다.

때마침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나긴 화물열차가 중앙선을 질주했다.

폐선이 되기 전 중앙선로엔 열심히 데이트를 즐기는 폭주족들이 레일바이크로 질주 중이었다.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스카이타워 꼭대기 층에서 내려와 바로 아래층 다섯 손가락 같은 전망대에 들어섰다.

아래 세상을 찍기엔 꼭대기층보다 여기가 조금 수월했다.

스카이타워에 닿기 전, 이렇게 보면 규모가 훨씬 실감이 났었는데 얼핏 출렁다리에 비해 2배 정도 되는 길이에 높이는 한 수 위였다.

스카이타워에 오기 전까지 텅 비다시피 했던 길이 여기에 오면 몇 사람 있었는데 마감 직전 시각이라 직원분들이 시간에 맞춰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을 계도하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물론 내 뒤에도 한 분이 따라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종용하거나 강압적이지 않았다.

드디어 울렁다리에 발을 들였다.

이따금 앉아 아래를 향해 렌즈를 들이밀면 퇴장 중인 직원분이 기다려 주셨고, 비가 내려 미끄러울 수 있으니 괜히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면 다독여 주셨다.

매표에서부터 마지막 퇴장까지 모든 분들이 특히나 친절하시어 여운은 더 향긋했다.

울렁다리를 건너 내려오면 스카이타워가 까마득히 보였다.

게다가 아래에 내려오면 투썸 카페도 들어섰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있나!

바로 앞에서 간현암에 취했다.

바람이 거의 없던 순간이라 물 표면이 거울 같았다.

올 때처럼 갈 때에도 간현교를 지나며 멀리 백운산 방면을 바라봤다.

비는 개기 시작했고, 하루 등불은 꽤나 어두워졌다.

이번 여정의 마무리자, 하루의 마무리로 멋진 경험을 선사한 소금산을 뒤돌아보며 감사를 전했다.

원주에서 저녁 식후 땡을 하려는데 이걸 보고 잠시 망부석이 되었다.
비가 완전히 그치고 뜨거운 폭죽을 터트리는 하늘에 예상치 못한 감동으로 망연자실.
저 불구덩이에 하늘은 온전히 버틸 수 있을까?

비 온 뒤라 더 선명하고 반가운 표식을 보며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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