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기다림과 그리움.
텅빈 시골 역의 허허로운 플랫폼에서 지는 석양을 바라다 본다.
무심한 석양은 안중에도 없이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에서 서서 출발의 설렘과 도착의 안도를 얼마나 느꼈을까?
덜컹이는 열차의 승차감이 무척 불편하건만 어색한 신경을 마비시키는 기대감은 설사 열차의 좌석이 모두 매진되어 제대로 된 자리도 없이 한정된 공간을 떠도는 와중에도 열차가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지루하던 불편은 금새 메말라 사라져 버린다.
감정이란 오묘하게도 한 순간의 불편과 투정을 극도로 자극시켰다 이내 가라 앉고 모든 설렘에 몸을 맡겨 버린다.
시골 역 치곤 꽤 크다.
해는 서녘으로 기울어 그림자도 덩달아 길게 늘어난다.
가끔 시골 마을에 들렀다 간이역에 들러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플랫폼에 잠시 서서 텅빈 시간을 바라볼 때가 있다.
여전히 사람들은 외면하지 않지만 누군가 찾아올 사람들을 기다리는 플랫폼의 지독한 고독이 이국적일 때가 있다.
어디선가 철길에 함부로 서 계시면 안된다는 승무원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 목소리에서 까닭 모를 반가움이 주위를 환기 시킨다.
역사를 나와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중 눈에 띄는 오래된 공중전화.
무거운 수화기를 들며 많은 사람들은 설레임을 갖고 다이얼을 눌렀을 거다.
서울 명동에도 이런 공중전화가 있지만 시골 마을에서 보는 감회는 남다르다.
반가움과 우울한 운명이 교차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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