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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_20200527

경계심이 거의 최신 레이다 수준이던 녀석이 이제는 가까이 다가오고 반가운 눈빛도 나눠 준다. 네가 뭐라고 인색하던 표현 하나에 괜히 설레는 걸까? 그렇다고 스톡홀름 증후군은 아니라 자부하는 건 도리어 너희들이 선한 생명이기 때문일 거야. 무척 경계심 많은 카오스가 어느새 겁을 상실했나? 근데 그게 뭐라고 희안하게 고맙지? 주객이 전도 되어도 유분수지... 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뜨면서 잠시 멈칫하더니 뒤돌아 눈인사를 전한다. 무뚝뚝 하지만 잔정은 많은 녀석 같다. 치즈뚱이와 함께 냥마을 공동 육아를 담당하느라 녀석도 얼마나 힘들꼬. 아직은 경계심 많지만 은근 친해지려는 태비 메롱??? 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벗어나던 중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반석산에 산딸기 군락지가 있다. 열매를 열..

냥이_20200526

만보를 채우고 그 끝에 오는 피로감으로 무기력해질 무렵, 집안에 들어와 반기는 녀석이 있다. 바닥에 철퍼덕 퍼져 있다 눈이 마주치자 예의 그 발끝 껌딱지가 되고, 나지막이 부르는 소리에 절로 미소가 쏟아진다. 저녁 식사로 한 자리에 둘러앉아 대화에 끼이는 모습은 자신도 사람이라 착각하는 거 아닌가? 아님 가족들을 냥이로 보거나.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 가까이 다가와 액체처럼 바닥에 철퍼덕 퍼져 있다. 테이블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 눈빛으로 참견 중. 발치에 달라붙어 눈이 마주치자 냥냥 거린다.

일상_20200526

지나는 길에 들른 회사 사우와 함께 점심과 커피를 즐긴 뒤 넉넉한 시간을 이용해 야외음악당을 산책하고, 길냥이들이 사는 곳으로 안내했다. 울 냥이한테 캣타워를 선물한 동료라 미리 챙겨간 밥을 나눠 주기 위함이었는데 시골 출신 답게 냥이 마을에 들어서자 신중하게 움직이고, 앉아 있을 땐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역시 착한 사람들은 달라~ 다행히 내가 이뻐라 하는 녀석이 이번에 찾아왔는데 늘 식사는 후순위에 경계가 심해 다른 녀석들에 비해 식사 양이 적어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 이번엔 뚱냥이 저리 가라 할 만큼 많이 먹어 안심이다. 덕분에 회사 동료도 쬐끔은 특별한 산책이었겠지? 식사 시간이 되면 가장 먼저 입을 대는 녀석은 언제나 얼룩이 두 녀석이다. 사우와 동행했음에도 별다른 경계를 하지 않는 건 나쁜 사..

빈티지 라디오 산진과 멋진 디자인의 칠리위치_20200523

중국산 제품이라고 무조건 싸구려는 아니다. 5년 이상 사용한 티볼리 라디오 고장으로 공식 애프터서비스센터를 방문하니 간단한 부품 교체 하나가 12만원! 그마저도 다른 부품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이번 부품은 빙산의 일각이란다. 이럴 바에 티볼리 라디오와 비슷한, 성능 좋은 레트로풍 라디오를 하나 장만하자 싶어 알아보던 차, 대만 산진이 성능과 내구성, 가성비에 후한 점수를 주길래 직구를 통해 장만했다. 가격은 티볼리 라디오의 1/5 정도에 수신 감도는 도리어 티볼리 라디오보다 훨씬 좋다. 원래 성능 좋으면서 저렴한 품질의 라디오를 만들어 두루두루 음악과 함께 하길 바라는 창업주의 초심은 우주 저편으로 가고, 향상된 선호도만큼 가격을 올려 버린 레트로풍 라디오의 대명사인 티볼리는 나름 명품을 지향한다지만..

냥이_20200523

제 자리에 누워 졸다가 호기심 유발 사건이 터지면 금세 눈이 초롱해지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앞발도 날린다. 그러다 잠잠해지면 다시 졸음 모드. 다시 신경 거슬리게 하는 호기심 유발 사건이 터지면 어떤 자세에서도 플래시맨처럼 혈기가 끓는다. 테이블 의자에 앉아 열심히 졸고 있는 녀석. 그러다 뭔가 깐족거리면 레이다망이 가동되고, 경고의 눈빛이 반들거린다. 뭐냥?! 선전포고 없이 바로 냥펀치 발사! '뭐가 이리 날뛰냥?' 휴전 상태. 다시 녀석은 평온의 휴식에 빠져든다. 짧은 휴전이 끝나고 다시 레이다망에 요상한 움직임이 포착, 녀석은 금세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다시 찾아온 평화에 따라 녀석은 퍼질러 휴식을 취한다.

일상_20200522

해 질 녘 둘레길에 발을 들여놓고 쉴 새 없이 한 바퀴를 둘러보며 아카시꽃이 떠난 흔적을 되짚어 본다. 미려한 향과 형형색색 다른 표정을 지닌 봄의 결실을 이어받아 곧 찾아오는 여름은 과연 어떤 모습 일까? 겨울이 훑고 간 황량한 스케치북에 하나둘 그려진 신록의 싹과 자연의 붓이 찍어낸 고운 색결, 거기에 더해 심심한 여백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역동적인 생명들. 조만간 신록으로 그득히 채워질 약속만 남겨 두고 한 계절을 풍미하던 시절의 흔적들은 이따금 지나는 빗방울에 용해되어 시간처럼 흔적 없이 사라졌다. 노인공원에서 둘레길 곡선에 발을 들인다. 얼마 전 지나간 태풍의 풍마로 쓰러진 아카시 나무지만 여전히 왕성하고 집요한 생존 본능으로 새 생명을 잉태시켰다. 큰 나무들이 또 다른 세상을 만든 것 같은 둘..

냥이_20200520

보통 현관문을 열고 귀가하게 되면 녀석은 현관까지 어떻게든 마중 나오는데 어쩐 일인지 제 쿠션에 퍼질러 누워 빤히 쳐다보기만 한다. 뒤늦게 녀석이 부시시 나와 간식 하나를 상납하자 언제나처럼 가족들 껌딱지가 된다. 베란다 정원 한 켠 영산홍이 이제서야 만개했다. 늦은 건 게으름과 기만이 아니다. 신뢰와 인내의 시선에선 화답과 확신이며, 인생과 매한가지로 꽃은 매력의 본분이 최선일 수도 있다. 하나의 꽃망울에 두 빛깔이 어우러져 단색의 편견을 뛰어넘는 경이로움처럼 한계는 언제나 내 편견의 부산물이다. 때마침 맑은 대기로 인해 석양의 물결이 흥겨움에 춤을 춘다. 테이블 파수꾼? 테이블 위 모든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의 눈빛이라 이렇게 똘망똘망하다.

냥이_20200501

가족이 무척 그리웠나 보다. 접촉의 희열을 알며 어떻게든 직접 닿아서 관심도 얻고 사랑도 축척하는 영특하면서 애교 넘치는 냥이, 수컷인데 이리도 애교가 많다니, 의외다. 식사 자리에 앉는다는 걸 미리 간파하고 먼저 자리를 잡았다. 집사 나부랭이가 어떻게든 접촉할 수밖에 없는 미끼를 던졌다. 잠깐 무시하면 서 있는 발등에 다리나 몸을 걸쳐서 집사가 개무시하지 않게 낚는 법도 배웠다. 이러니 정이 안 들 수 있겠나! 손녀가 미리 챙겨준 할머니 꽃선물. 매년 빼놓지 않고 실용적인 화분을 꼭 챙겨 준다. 코로나 19로 학교를 가지 않아 초조할 텐데 제 할 일은 꼭 하는 애교쟁이며, 야무진 아이다. 늘 어리다고 여겼던 녀석이 벌써 고3?! 사진 찍을 때는 몰랐는데 꽃 너머에 너구리 같은 녀석이 앉아 있다. 잠들기..

냥이 마을_20200423

복합문화센터 뒤뜰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곧장 냥이 마을로 향했다. 대기가 맑은 데다 화창한 날씨는 덤이라 반석산을 한 바퀴 돌아도 여전히 발걸음은 경쾌했다. 10kg짜리 냥이 밥을 구입한 덕에 당분간 녀석들과 울 냥이에 대한 식사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아 그만큼 녀석들을 찾아오는데 부담도 없었다. 마을에 도착해서 이제는 낯익은 녀석들은 알아서 총총걸음으로 모이며 주위를 맴도는데 처음에 3 녀석이 보여 3 그릇을 나누어 줬고, 뒤따라 두 녀석이 오자 먼저 배를 채우던 녀석 둘이 자리를 양보했다. 식사자리에 가장 먼저 입을 대는 녀석은 치즈얼룩이와 검정얼룩이로 녀석들은 전혀 망설임 없이 식사를 하는데 가끔 식사 중에도 다른 밥그릇에 옮겨 다니며 식사를 하는데 다른 녀석들도 전혀 거부반응이 없는 걸 보면 무..

일상_20200423

여전히 서늘한 봄이지만 그래도 반가운 이유는 맑은 대기로 인해 봄의 매력을 여과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불청객과도 같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언제 다시 습격할지 모르지만, 그런 이유로 인행에서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고 정설처럼 흘러 왔는지 모르겠다. 흐르는 시간이 안타깝다고 여기는 것보단 한껏 팔 벌려 누리기로 한 마당에, 그래서 치열한 시간들 사이에 이런 달콤한 용기를 주는 게 아닐까? 냥이 마을도 찾을 겸 온전하게 맑은 봄도 만날 겸해서 집을 나서 우선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소홀한 반석산 북녘을 관찰하기로 했다. 곧장 반석산 정상을 지나 낙엽무늬전망데크에 다다르자 역시나 성석산을 비롯하여 서울 진입 전 장벽처럼 서 있는 청계산 방면까지 또렷하게 보였고, 급하게 올라와 턱밑까지 차오른 숨은 금세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