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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_20200617

여행을 다녀오느라 며칠 자리를 비운 사이 반가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냥이가 결국 내 껌딱지가 되었다.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에 대한 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되었고, 특히 긴 시간 지나 집으로 돌아오면 계속해서 꽁무니를 쫓아다닌다. 그러다 취침 시간이 가까워지면 찰싹 달라붙어 그 어느 접착제보다 견고하게 붙어 버린다. 눈앞에서 집사가 보이는 곳에 자리 잡아 새근 졸고 있다. 발치에 달라붙어 걷기를 멈추면 그 자리에 망부석이 될 기세다. 움직이지 않아 졸고 있나 싶어 몸을 숙이면 초롱초롱 눈망울과 마주친다. 거나하게 하품 한 번 때리고, 입을 다무는 찰나 야수의 이빨! 옆에 붙어 앉아 있어 가족이 손을 내밀면 고민한다. 줘야 되냥, 말아야 되냥? 잠시 망설이다 응한다. 잠시만 줄 고양~ 반가..

일상_20200612

무르익은 밤꽃이 무심하게 지나는 바람에도 떨어질 무렵, 무심할 것만 같은 바람 속에서도 여름 향기가 흥건하다. 약속한 사람 마냥 같은 길을 걸어 파릇하게 피어나는 신록도 찾고, 동산을 누비는 길냥이 가족들도 찾는다. 전부 비슷하게만 보이던 냥이들도 이제는 짬밥이 쌓였다고 특징과 생김새를 알아볼 경지에 이르렀다. 유별나게 산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녘에서 내 의지를 갖고 찾아간 첫 발걸음이 4월 9일이었고, 어느덧 2개월이라는 출석 도장을 듬성듬성 찍었다. 인연이란, 정이란 이렇게 알흠알흠 쌓인 시간의 벽돌처럼 어느샌가 빈자리의 허전함에 공허함을 느끼는 것과 같다. 빈약한 가지에 위태롭게 남은 밤꽃이 떨어지고 나면 바람에 섞인 여름 내음도 더욱 텁텁해지겠지? 냥마을 인근에 이런 매혹적인 야생화가 군락을 이뤘다..

냥이_20200611

하루 종일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녀석이다. 식사량과 횟수가 줄고, 특히나 냥마을에 다녀오고 나면 신발에 한참 냄새를 맡는다. 그렇다고 내 족발 냄새에 취한 건 아닌데 활동적이고 애교가 많은 녀석이 이러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SNS 고견을 들은 결과 대부분은 더위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단다. 그러면 다행이지만 좀 더 관찰해 봐야 되는, 초보 냥집사의 흔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사람처럼 팔을 괴고 누워 있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몸을 뒤집는데 왠지 경쾌한 뒤집기가 아닌 억지로 뒤집는 것만 같다. 의자에 다리를 뻗으면 넙쭉 달라붙어 힘 없이 눕는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츄르로 달래 본다. 일시적이긴 해도 이런 녀석의 윤기 나는 눈빛이 좋다. 이런 모습에 마음 한..

일상_20200608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건강 검진은 강제성이 있지만 간과할 수 없는 종합 검진이라 사람들이 몰리는 하반기를 피해 일찌감치 받았다. 가장 가까운 곳에 아주대병원과 삼성병원 수원센터가 있던데 후자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위내시경에선 대기 시간이 꽤 길었지만, 앉은 자리에서 한 번 졸고 일어나자 차례가 다가왔다. 대체적으로 깨끗하고 정갈한 시설보다 더욱 인상 깊었던 건 40층 높이에서 바라보는 광교와 영통 일대의 전경이다. 심지어 동탄까지 보인다. 검진 결과는 2주 정도 지나서 나오겠지만 스스로 주문을 외자. 별일 없을 거야~!! 광교 초입에 위치한 건진센터라 창 너머 정갈한 광교가 펼쳐진다. 멀리 동탄도 보인다. 오전 일찍 건강 검진을 시작했고, 수면 내시경이 끝날 무렵엔 정오가 가까워질 정도로 꽤나..

일상_20200605

새로운 밥이 왔다. 원래 캐닌 키튼+헤어볼케어를 같은 비율로 섞어 울 냥이와 동네냥이들 먹였는데 키튼-물론 시기도 살짝 맞지 않는다-이 떨어지고, 가장 베이직한 피트 10kg짜리와 비교적 중간 가격대의 국산 제품을 섞었더니 더 잘 먹는다. 울 냥이도, 동네냥이들도 좀 더 맛나게 먹는 느낌이라 피트, 헤어볼케어, 국산 비율을 4:1:5로 레시피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점점 녀석들이 내가 온 걸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모여드는 데다 가까이 그릇을 둬도 경계심이 부쩍 줄어 큰 망설임 없이 그릇으로 모인다. 내가 이뻐하는 녀석은 늘 뒤늦게 오는 바람에 제대로 못 먹을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더 친해지길 기다려야 된다. 냥마을에서 처음으로 내게 다가와 몸을 문지르고 간 얼룩이는 넋살도 좋거니와 식사도 치즈 얼..

일상_20200531

편애라는 단어는 내가 아닌 입장에서 그리 유쾌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근래 길냥이들 식사를 몇 번 제공했답시고 몇몇 냥이들과 안면을 틔우는 사이 그런 편애가 생겨 버렸다. 뽀얀 얼굴에 태비 얼룩 무늬로 다른 동네 냥이가 와서 하악질 한 번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주위 인기척에 도망치듯 몸을 급히 숨길만큼 경계도 심한 녀석.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밥을 챙겨 가는 위생 봉투에 이 녀석이 행여나 나타나 먹으려나 싶어 조금 남겨 두는 습관이 있는데 용캐 나타나 꿍셔둔 밥을 챙겨 먹이려면 나도 긴장된다. 그러다 먹으면 다행인 거고... 감사의 표정이라기 보단 놀라 달아나기 전 남은 식사에 대한 미련 같다. 다른 냥이들이 먹을 때까지 기다리고, 주위를 삼엄하게 경계하는 이쁘니. 그러다 이렇게 먹게 된..

일상_20200530

화창한 날씨에 맞춰 가벼운 차림으로 만보 걷기에 도전한다. 일상처럼 피부에 쏟아지는 햇살이 부쩍 다가온 여름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어느새 흥건해진 등짝을 달래며 꾸역꾸역 길을 오로지 하는 사이 꽤나 많은 걸음수를 채웠고, 집안에서 솟구치는 게으름을 떨치는 보람을 정직한 숫자에 위안 삼는다. 휴일 시곗바늘은 조급한 성격을 감추지 못하고 질주하는데 그럼에도 더위를 뚫고 가슴에 안기는 간헐적인 바람이 개운함만 남긴 채 피로를 망각시키는 휴일은 여전히 행복에 겹다. 장미의 미소? 살짝 물 빠진 듯한 이 색감이 도리어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 정상 인근 낙엽무늬 전망데크에 서서 사정없이 흐르는 땀방울을 어르고 달랜다. 더불어 눈은 시원하다. 호수공원으로 내려와 바삐 움직이는 꿀벌의 꽁무니를 쫓아 몰입의 희열도 맛..

냥이_20200530

이래서 냥이 귀여움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걸까? 처음 키우게 되면서 모습 자체도 그렇지만 하는 행동과 관심을 끄는 방법 또한 무척 귀엽다. 특히 이 모습, 졸음을 못 이겨 두 손을 크로스로 교차시켜 얼굴을 비비는 행동은 귀염이 작렬한다. 녀석은 별 대수롭지 않겠지만 어떻게 저런 몸짓이 나올까? 얼굴을 감싸 쥐며 기지개를 켜곤 다시 잠든 녀석의 얼굴을 보면 나도 모르게 평화롭다. 깨어나면 사람의 시선이 닿는 곳을 골라 하루 종일 버티고 있다. 이러니 정이 들 수밖에. 현관을 열고 들어오거나 뭔가 필요할 때면 뒷다리로 발등을 밟거나 화장실을 걸쳐 놓는다. 간식이 필요할까? 아니면 심심해서일까? 녀석에게 있어 호의적인 표현인 건 분명하다. 동네 한바퀴를 다녀온 사이 피로감에 잠시 앉아있는데 꼬물이 껌딱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