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200522

사려울 2022. 8. 19. 05:56

해 질 녘 둘레길에 발을 들여놓고 쉴 새 없이 한 바퀴를 둘러보며 아카시꽃이 떠난 흔적을 되짚어 본다.
미려한 향과 형형색색 다른 표정을 지닌 봄의 결실을 이어받아 곧 찾아오는 여름은 과연 어떤 모습 일까?
겨울이 훑고 간 황량한 스케치북에 하나둘 그려진 신록의 싹과 자연의 붓이 찍어낸 고운 색결, 거기에 더해 심심한 여백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역동적인 생명들.
조만간 신록으로 그득히 채워질 약속만 남겨 두고 한 계절을 풍미하던 시절의 흔적들은 이따금 지나는 빗방울에 용해되어 시간처럼 흔적 없이 사라졌다.

노인공원에서 둘레길 곡선에 발을 들인다.

얼마 전 지나간 태풍의 풍마로 쓰러진 아카시 나무지만 여전히 왕성하고 집요한 생존 본능으로 새 생명을 잉태시켰다.

큰 나무들이 또 다른 세상을 만든 것 같은 둘레길의 한 부분.

오산천으로 향한 전망 데크.

진행 방향을 걷다 보면 지그재그로 뿌듯한 내리막길이 나온다.

반석산에서 발원한 귀여운 여울 위로 난 목재 다리를 넘는다.

새 한 마리가 부근에서 가던 길과 같은 방향으로 날다 쉬다를 반복한다.

마치 가던 길을 동행하는 친구 같다.

정상 부근의 낙엽 무늬 전망 데크에 도착.

둘레길을 걷던 중 까마귀와 까치의 힘겨루기 한 판.

하늘 향해 뻗은 나무.

반석산 둘레길을 거의 한 바퀴 돌면 복합문화센터 야외 음악당과 연결되는데 초입에 매력적인 장미가 환하게 만개했다.

야외 음악당에서 통통 튀며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악동 까치들.

싸리나무만 보면 어릴 적 회초리의 추억이 그려진다.

아주 착착 달라붙는 맛이 있다는 쌤의 말씀까지 회상되는데 그 시절 사랑의 회초리라는 미명 하에 좋은 스승이라면 굵직한 싸리나무 회초리 하나는 옆에 끼고 다니는 게 일상이었다.

싸리꽃은 그런 흑역사를 잊은 듯 이쁘기만 하다.

꽃이 지고 그 자리에 봄의 결실이 무르익어간다.

조막손으로 이런 텃밭과 정원을 만들었다.

상상을 해보면 무척 귀여운 영상이 아른거린다.

냥마을에 도착, 녀석들이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익숙한 인기척에 한둘 모여든다.

봄의 훈풍이 불어 초봄처럼 많은 냥이들을 만날 수 없어 가져 가는 밥도 조금만 챙기는데 그마저도 남기기 일쑤다.
경계심이 강한 순둥이 귀욤 3인방 중 가장 예민한 카오스는 이제 많은 경계심을 풀고 가까이 다가와서 이제는 가급적 챙겨 줘야겠다.
어디선가 들리는 인기척에 순간 모두 놀라 달아나고, 어린 냥이 하나가 모처럼 무거운 발걸음을 디디며 처음으로 포식했다.
가장 이쁜 녀석은 먼발치에서 동태를 살피다 그냥 돌아서 버려 그릇에 남겨 두고,
식사 도중 자리를 떠버린 카오스 녀석이 데크 인근에 멍 때리고 있어 봉투 채로 내밀자 말끔히 비웠다. 

어린 냥이가 인척에서 동태를 살피다 다른 냥이들이 후다닥 자리를 비우자 혼자 독식할 기회를 찾았다.

그렇다고 다른 냥이들이 위협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냥마을 녀석들과 친하게 지내는 녀석이라 낮은 서열에 따라 순서만 기다릴 뿐이다.

이쁘니는 먼발치에 서성이다 그냥 발걸음을 돌려 버린다.

어느 정도 낯이 익었는지 태비와 얼룩 태비는 멀찍이 알아보곤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꽁무니를 쫓아온다.

카오스는 식사를 하다 말고 사라졌는데 냥이 마을을 떠나 집으로 가려던 중 뒤에서 냥냥거린다.

아마도 좀 전 식사가 양이 차지 않았나 싶어 남은 밥을 내밀자 한참 먹는다.

보이지 않는 녀석들은 주변을 열심히 캠핑 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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