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200612

사려울 2022. 8. 30. 01:56

무르익은 밤꽃이 무심하게 지나는 바람에도 떨어질 무렵, 무심할 것만 같은 바람 속에서도 여름 향기가 흥건하다.
약속한 사람 마냥 같은 길을 걸어 파릇하게 피어나는 신록도 찾고, 동산을 누비는 길냥이 가족들도 찾는다.
전부 비슷하게만 보이던 냥이들도 이제는 짬밥이 쌓였다고 특징과 생김새를 알아볼 경지에 이르렀다.
유별나게 산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녘에서 내 의지를 갖고 찾아간 첫 발걸음이 4월 9일이었고, 어느덧 2개월이라는 출석 도장을 듬성듬성 찍었다.
인연이란, 정이란 이렇게 알흠알흠 쌓인 시간의 벽돌처럼 어느샌가 빈자리의 허전함에 공허함을 느끼는 것과 같다.
빈약한 가지에 위태롭게 남은 밤꽃이 떨어지고 나면 바람에 섞인 여름 내음도 더욱 텁텁해지겠지? 

냥마을 인근에 이런 매혹적인 야생화가 군락을 이뤘다.

냥이들이 그랬듯 이 생명들도 이제는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 안도하나 보다.

적극적으로 반겨주는 두 얼룩이.

어미 카오스는 항상 부근에 있어서 부르면 살갑게 맞이하지 않지만 부근을 맴돈다.

간단히 식사를 끝내고 다시 돌아서는 카오스.

카오스 아이인 얼룩이는 유일하게 나를 비비며 맴도는 녀석으로 넋살은 알아줘야 한다.

삼색태비는 종종 냥마을을 벗어나지만 여간해서는 어미 곁을 떠나지 않는다.

밤꽃이 지천에 폈다.

냥마을을 벗어나 집으로 출발하려는데 카오스 가족이 뒤꽁무니를 쫓아 데크까지 나왔다.

오기 직전에 내린 잠깐의 소나기가 고여 있는데 녀석이 그걸 마시는 모습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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