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200605

사려울 2022. 8. 28. 22:03

새로운 밥이 왔다.
원래 캐닌 키튼+헤어볼케어를 같은 비율로 섞어 울 냥이와 동네냥이들 먹였는데 키튼-물론 시기도 살짝 맞지 않는다-이 떨어지고, 가장 베이직한 피트 10kg짜리와 비교적 중간 가격대의 국산 제품을 섞었더니 더 잘 먹는다.
울 냥이도, 동네냥이들도 좀 더 맛나게 먹는 느낌이라 피트, 헤어볼케어, 국산 비율을 4:1:5로 레시피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점점 녀석들이 내가 온 걸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모여드는 데다 가까이 그릇을 둬도 경계심이 부쩍 줄어 큰 망설임 없이 그릇으로 모인다.
내가 이뻐하는 녀석은 늘 뒤늦게 오는 바람에 제대로 못 먹을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더 친해지길 기다려야 된다. 

냥마을에서 처음으로 내게 다가와 몸을 문지르고 간 얼룩이는 넋살도 좋거니와 식사도 치즈 얼룩이와 함께 1순위다.

처음에 그리 경계심 많던 태비 녀석은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얼룩이와 형제란다.

이 녀석은 급격히 친해져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어디선가 후다닥 나타나 심지어 몸까지 뒤집는데 아직은 버선발로 뛰어 오는 걸로 만족하자.

근래 들어 1빠로 출석 체크하는 녀석이다.

얼룩이와 함께 가장 먼저 식사를 시작하는 녀석인데 아직은 몸을 문지르는 단계는 아니다.

물론 내가 손을 내밀면 피하지는 않는다.

옆에 그릇은 아마도 매일 챙겨주시는 분이 두고 간 식사 같다.

언제나 물과 함께 한가득 담아 두고 가시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챙기신다고.

가장 먼저 식사에 입을 대는 두 얼룩이는 제 그릇에 식사가 남아도 다른 그릇을 습관적으로 기웃거리며, 더 먹기까지 한다.

이게 냥이들의 습성인가 보다.

다른 냥이들이 일제히 식사에 빠져 들어도 여간해서는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이쁘니는 그래도 어디선가 기다리긴 하는지 올 때마다 얼굴을 내민다.

이 녀석은 앞서 카오스의 새끼로 얼룩이, 태비와 같은 가족이라고.

녀석, 그래도 내가 나쁘지는 않은지 눈이 마주쳐 눈인사를 보내자 녀석도 화답한다.

밥그릇을 내밀어 찰랑거리면 삼엄한 경계를 하면서도 밍기적 다가온다.

요 녀석은 벌레 하나를 보고 장난을 친다.

그러다 다른 밥도 챙겨 먹는다.

밍기적 다가오던 이쁘니 녀석은 심한 갈등 중에 잠시 배를 깔고 다시 경계 모드다.

그래도 눈인사를 보내면 빠지지 않고 화답한다.

덩치를 보면 냥마을에 대장을 해도 될 녀석인데 이렇게 소심하다니...

외형은 얼마나 이쁜지, 그래서 냥마을 녀석들 중 가장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다시 밥그릇을 찰랑이면 어렵게 발걸음을 떼는 척하는데.

또다시 갈등 때리는 표정이다.

결국 얼마 남지 않은 밥그릇을 두고 한 발 뒤로 물러나면 녀석은 그제서야 식사를 한다.

먹을 만큼 먹었는지 멀찍이 떨어져 휴식을 취하는 얼룩이는 고개를 돌려 한참 쳐다본다.

내게 체취를 한 번 더 묻힐까, 말까 고민하는 표정 같다.

두 녀석이 같은 가족이었단 걸 오래 케어해 준 분께 전해 들었다.

그래서 닮았구나.

휴식도 차이 난다.

이쁘니는 경계심 많은 녀석 답게 누군가 있으면 냥마을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반면 이 녀석은 냥마을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심지어 배 보이기는 기본이다.

자리를 뜨려하자 한참을 바라보는 이쁘니 녀석.

다음번엔 좀 더 친해지자, 욘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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