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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업어 온 미니멀 스피커

어쩌다 보니 두 개의 스피커를 한 나절 간격으로 영입했다. 우선 30핀 아이폰 독 스피커는 오전 중 회사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는 아주 늦은 밤 집에서 수령했다.30핀 아이폰 독 스피커는 아이폰 커넥터 변화로 재고 처분 성격이 강하지만 아이팟 클래식과 나노, 아이폰 4s를 사용 중인 관계로 이참에 극강의 가성비를 가진 초소형 스피커를 득템할 수 있었다.블루투스 스피커는 얼마 전 구입했던 JBL Charge의 충전 문제로 교품 받곤 바로 지인에게 구입 가격으로 팔아 버렸으니 머스트 아이템이라 이것저것 보던 중 호기심 발동으로 조금 색 다른 걸 선택했다. JBL 아이폰 독 스피커.이름하야 JBL On-Time-Micro20만원을 호가하던 아주 앙증 맞은 사이즈임에도 소리는 거짓말처럼 우렁차다.6만원에 업어 오..

새로운 만남, 세종

가을의 정점에서 만난 세종시의 호수 공원.터진 봉오리 마냥 수줍기만 한 입가의 미소가 도시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충분하진 않았지만 그 설렘을 담아 오기엔 모자람 없는, 가을과 어우러진 세종의 호수엔 거울처럼 유유자적의 낭만이 도사리고 있었다. 거울이 갖지 못하는 심연의 무게감을 호수는 잔잔히 보여 줄 뿐 부연 설명하거나 장황한 법이 없다.어린 묘목 한 그루 조차 호수는 시각적인 느낌보단 그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파동의 스펙트럼을 보여 줄 배려심을 가지고 있다. 지나가던 가느다란 바람 한 줄기가 호수에게 투정을 부리는 거라 착각했지만 기실 담소를 나누곤 홀연히 자취를 감추는 무척이나 가까운 벗이었다.호수 너머 비치는 세상 만물은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호수와 가까워지려 한다.언젠가 그들이 한데 친해..

아침 일출 전, 장관

월 요일 아침, 기상을 해 보니 구름과 지평선 사이 잠시 틈이 생긴 곳으로 일몰의 잔해가 비집고 나온다.행여나 일몰이 보일까 싶어 잠시 기다려 봤더니 부끄러운 햇님은 온데간데 없고 층층이 구름 위를 칠했던 햇살이 구름의 테두리를 붉게 지워 버렸다.미리 찍어 둔 사진이 이뻐-물론 내 생각이지만- 잠이 덜 깬 부시시한 졸음을 떨치고 순간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댄 희열의 징표가 남아 있구나.

노을

어제 초저녁 노을이 내가 기다리던 백미 였었는데 커피 마신다고 노닥거리면서 걍 놓쳐 버렸다.아차 싶어 밖으로 나와 보니 이미 도시 빌딩에 가려져 장대하게 펼쳐진 노을이 산산이 조각나 버린 채...오후 산책하면서 하늘을 보니 노을에 대한 강렬한 삘이 충만했었는데 그 찰나의 장관을 놓쳐 버리다니...아.. 그렇게 기다리던 순간이었는데, 그래서 단단히 벼르고 별렀건만.

근린공원의 새벽

내 귀한 친구 우한이를 오랫만에 만나 사진 하나 찍지 못한 채 잠시 그 친구를 다시 만나기 전 혼자서 덩그러니 앉아 있던 근린공원 새벽 풍경만 쓸쓸히 찍혔다. 술잔을 열심히 기울이느라 반갑고 정겨운 사람을 찍지 못해 혼자서 미안하고 면목이 없는 이유는 그 친구가 내게 있어서 평생 동안 남아 있을 사람이고 끝까지 붙잡아 놓을 사람이기 때문이다.내 주위에서 모습은 변해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들 중 하나가 이 친구이자 나도 이 친구에게 편하지 않길 간절한 존재가 되도록 겸손을 잃지 말지어다.

9월24일 미완성한 채 남겨진 글과 사진

초저녁 어스름에서 가을 냄새가 나고 그 냄새의 청량감에 이끌려 땅거미 조차 완전히 대기에서 사라질 때까지 가을 흔적들을 집요하게 찾아 헤매었다.가을은 색깔에서만 암시를 실어 주는 것이 아닌가 보다. 비 뿌리는 전날 퇴근 길에 요행히 들고 갔던 카메라가 부지불식간에 젖어 드는 가을의 증거물들을 교묘하게 포착해 내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내 눈에도 그 기운의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신록의 비슷했던 톤, 습했던 냄새와 감촉들에 지루함을 느낄 새라 자연은 서막에 불과할 뿐이라고 조소하듯 여름과는 확연히 다른 냄새, 색깔, 감촉의 짜릿한, 그러나 전혀 갑작스럽지 않게 적절한 기회를 만들어 폐부까지 그 넘치는 에너지를 한껏 웅크리고 있다가 조금씩 입고 있던 옷의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외투처럼 다가 온다. 편식하거나..

아버지 산소, 그리고 가족들과...

지난 초 여름에 자전거를 이용해서 혼자 온 이후 모처럼 찾은 아버지 산소. 이번엔 혼자가 아닌 누나 식구들과 같이 움직였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찾은 산골짜기는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들었고 일행들 또한 설레는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공원 묘지 관리 사무소 뒷편에 강아지 한 마리가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기웃거리길래 다가갔더니 올 듯 말 듯 하면서 도망가 버린다. 조카들이 강아지가 이 쪽으로 갔다는 말에 봤더니 대가족이 오손도손 살며 어쩌다 지나는 길손을 반가워 하듯 꼬리를 사정 없이 흔들어 댄다. 원래 사납게 짖어 대는 개가 몇 마리 있었는데 작년부턴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이 순둥이만 남아 지나는 사람마다 꼬리를 흔들어 대더니 이렇게 떡!하니 귀여운 강아지를 거느리게 되었고 강아지들도 덩달아 사..

경품으로 굴러 들어 온 텀블러

KT 이벤트에서 당첨된 커피빈 아령 텀블러. 스몰사이즈의 라이트 블루 색상에 무광인데 실제 손에 잡아 본 느낌이 아싸~ 좋쿠나 좋다~자주 커피빈 매장에 들러 아메리까~노 한 사발 때리는데 잠시 커피를 기다리는 사이 엄청시리 만져 봤지만 아무 생각은 없었다.근데 이걸 득템하고 나니 느낌이 왜 이리 다를꼬나? 커피빈 홈피에 들어가 보니 유광은 비교적 다양한 색상이 갖춰져 있고 무광은 퍼플, 핑크, 라이트블루 뿐.유광보단 무광이 오래 사용하기 좋고, 그 중에서도 내 취향은 딱! 라이트블루렸다.오늘 커피빈 대신 투썸플레이스 가서 커피를 채워 마셔봤더니 도구가 틀려서 그런지 왠쥐~ 향도 좋고 촉감도 뭔가 딱 달라 붙는 느낌이었다.원래 사용 중인 써모스보단 보온 능력이 떨어지고 가로 사이즈가 좀 더 크지만 그립감과..

야심한 산책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하자마자 스원야릇한 바람을 맞으러 집을 나섰다. 비교적 서늘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오는 그 냄새에 끌려 정처 없이 방황하길 약 2시간 가량.아직은 나뭇잎사귀들이 울긋불긋하진 않지만 머지 않아 그리 변할 것처럼 이파리 끝부터 녹색이 빠져 나갈 조짐을 보인다. 세찬 바람으로 주변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려 상이 제대로 잡히지 않지만 유독 은행나무는 꼿꼿하다.밤에 도시의 조명에서 뻗어 나온 희미한 빛들이 은행잎을 투과하자 고운 빛깔이 묻어 나와 꽃의 화려함을 부러워 하지 않는 꼿꼿함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나무가 있는 와중에도 그 색상의 투명함으로 인해 한눈에 봐도 눈부실 만큼 돋보인다. 동탄국제고 뒷편에 사람들이 떠난 을씨년스런 놀이터에도 나름대로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나..

대구 강정보 자전거 여행

강정보가 보고 싶진 않았다. 돈 지랄 떨어 놓은 작품에 대한 경외심보단 증오심이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으니.그럼에도 강정보를 택한 이유는 금호강 따라 가는 길의 가장 현실적이고 선명한 성취감이 강정보였기 때문이고 작년 라섹수술 후 그 부근, 다사까지 갔다가 지치고 지친 나머지 강정보는 내 목적지가 처음부터 아니었다는 자기 당착에 빠져 뎁따시 큰 아메리까~노 한 잔만 마시고 돌아 왔기 때문에 남은 숙원(?)도 풀 목적이었다.토 욜 점심 즈음, 동촌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발. 출발 하자 마자 수 년 동안 그냥 방치해 온 아양철교의 새로운 단장이 보여서 한 컷.뭔가 싶어 구글링해 봤더니 명상교로 탈바꿈 한단다.명상교?다리는 그대로 둔 채 유리로 마감하여 전망대와 전시관으로 만든다네? 한 쪽에선 이렇게 비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