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9월24일 미완성한 채 남겨진 글과 사진

사려울 2013. 10. 6. 02:21

초저녁 어스름에서 가을 냄새가 나고 그 냄새의 청량감에 이끌려 땅거미 조차 완전히 대기에서 사라질 때까지 가을 흔적들을 집요하게 찾아 헤매었다.

가을은 색깔에서만 암시를 실어 주는 것이 아닌가 보다.





비 뿌리는 전날 퇴근 길에 요행히 들고 갔던 카메라가 부지불식간에 젖어 드는 가을의 증거물들을 교묘하게 포착해 내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내 눈에도 그 기운의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록의 비슷했던 톤, 습했던 냄새와 감촉들에 지루함을 느낄 새라 자연은 서막에 불과할 뿐이라고 조소하듯 여름과는 확연히 다른 냄새, 색깔, 감촉의 짜릿한, 그러나 전혀 갑작스럽지 않게 적절한 기회를 만들어 폐부까지 그 넘치는 에너지를 한껏 웅크리고 있다가 조금씩 입고 있던 옷의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외투처럼 다가 온다.



편식하거나 편애하지도 않고 차들이 무심히 달리기만 하는 도로 옆 가로수에도 흔적의 씨를 뿌려서 싹을 틔운다.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무심코 흘러가는 일상처럼 느낄 순 없지만 그런 눈치는 전혀 보지 않는 호연지기가 있다.



신록이 잠시 자리를 비우는 건 시간 문제일 뿐.

그 녹색 푸르던 천지가 언제 그랬냐는 듯 엷어지고 퇴색되어 질 것이다.



지나던 길에 만난 문명은 계절에 무관심하지만 사람은 문명의 이기에 완전 젖지 않았는지 곳곳에서 마중 나온 사람들도 눈에 심심찮게 띄인다.

숨죽인 듯 단아한 거리의 가로등 불빛 아래엔 모든 피조물들이 싸늘하게 보이고 그 싸늘한 대기를 헤엄치듯 힘겹게 걷는 사람들과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 갑갑한 대기에 환멸의 표정이 보인다.







불쑥 끼어든 가스등 불빛이 산책로에서 졸고 있는 모노톤 석재에 원색의 싱그러움이 전염되기 시작한다.



9월24일에 만들다 만 포스트가 티스토리 임시저장소에 남아 있어서 완성되지 않은 모습으로 걍 올려버린다.

한가위 연휴 시작하면서 찍은 사진인 듯 한데 그 때의 기분을 거슬러 오르기가 어렵고 반감되었으니 있는 것 만으로도 만족을 하며...

반응형

'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 일출 전, 장관  (0) 2013.10.08
근린공원의 새벽  (0) 2013.10.06
야심한 산책  (0) 2013.10.02
오랫 동안 마음의 이완제  (0) 2013.10.01
아침 일출 전.  (0) 2013.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