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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_20220914

하루 최소 한 번은 이런 상황에 직면했다.발치에 와서 장난감과 집사를 교차로 쳐다보며 냥냥거리는데 물론 놀고 싶은 비언어라는 거 집사는 흔히 알 수 있지만, 꼭 장난감일 필요는 없었다.어떤 게 되었건 테이블 위를 빠르게 움직이면 녀석 또한 집사의 비언어라는 거 눈치채곤 놀이를 시작했다.허나 가끔은 녀석이 무척 흥분하여 동공이 커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놀이를 조절하여 녀석이 지나치게 흥분하는 걸 막았다. 행주로 테이블 위를 닦으면 녀석은 장난끼를 발동하며 놀이로 인식했다.그러다 이렇게 동공이 확대되면서 흥분하게 되는데 몇 번 놀이 중 이런 경우 녀석은 이성과 본능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어 조절이 필요했다.

화정족발에서 만난 슬픈 냥이_20220908

찐더위와 엉뚱한 버스를 잘못 타는 걸로 인해 일산까지 3시간 소요, 모처럼 만난 지인과 쇠주를 들이켰는데 묘하게 취하지 않는 건 어떤 안주보다 감칠맛 나는 대화 덕분이었다. 잠시 나와 한층 시원해진 바람을 쐬는데 길 생활이 고된 녀석을 만나게 되었고, 녀석으로 인해 우리 냥이 이야기로-사실은 팔불출의 입덕 터지는 자랑질이 맞겠지만- 이렇게 새로운 대화 소재가 흥미진진할 줄이야. 같은 길 생활 하던 냥이라 길에서 잠시 만난 녀석의 모습에 고단함을 유발한 고달픈 숙명이 읽혔다. 그래도 놀라지 않고 잠시 눈인사 건네는 여유와 더불어 녀석의 불편해하는 한 쪽 눈을 보면서 마음이 쓰라렸다. 녀석의 왼쪽 눈이 언뜻 봐도 확연히 불편해 보였다. 냥이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고, 슬픔이 서린 건 그들만의 숙명에 내가 휘..

내륙의 바다 대청호의 연이은 경관들, 직동 근장골과 찬샘정_20220902

자글자글한 주름에는 그만큼 많은 사연과 희열이 있다.꺾임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한 카오스는 다듬어진 직선에 비해 예측할 수 없는 반면 꿈을 꿀 수 있어 더 많은 이정표를 꾸릴 수 있고, 애써 변증 하지 않아도 역사와 자취는 충분히 설득된다.지금까지 숨 가쁘게 도로를 질주했다면 한 번 정도 초점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자기 합리화에 적합한 포인트, 발아래 세상을 명징하게 볼 차례였다. djdonggu - 대청호오백리길 드라이브 코스의 숨은 사진 명소 「근장골 전망대」 www.cdnews.co.kr마산동 산성에서 출발하여 냉천로를 따라 북쪽으로 천천히 달리자 도로에 닭이며 강아지들이 노니는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펼쳐졌고, 녀석들이 지나길 기다렸다 다시 질주를 하다 보니 도로 우측에 간간이 호수 전망도..

돌무더기 아래 역사의 뒤안길, 대전 마산동 산성_20220902

공기마저 졸고 있는 한적한 길의 끝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시간의 빈맥만 울렸다.길을 걷는 동안 거듭 피부에 달라붙는 거미줄은 외면이 쳐놓은 그물로 이방인의 방문을 꽤나 거부했다.정상에 가까워 비탈길을 걷노라면 길의 끝은 기약 없었고, 발밑 입자는 급히 굵어져 중력의 저항을 원망하던 찰나 하늘이 마주하며 지친 손을 잡아줬다.오르는 내내 산성에 대한 의심은 정상에 이르러 돌더미가 희미한 정황인지 한무리 소나무만 위풍당당했던 과거를 속삭이며 허망한 세속에 우두커니 절경을 밟았다.  갑자기 나타난 장수말벌이 흥을 깨기 전까지 주위를 둘러 꽤나 심도 깊은 작품에 몰입하여 금세 올라온 수고를 잊는 사유의 가벼움, 너털웃음으로 대신했다.마산동 산성은 대전광역시 동구에 있는 삼국시대 백제의 테뫼식으로 축조한 석축 성곽이..

대청호의 바람이 머무는 곳, 명상정원_20220902

문화의 힘, 소외의 껍질을 깨고 관심의 노른자를 일깨워줬다.위태로운 비탈에 의지한 마을이 바다와 더불어 재조명받는 시대, 그게 이성적으로 용납되는 시대에 접어들자 질펀한 수풀의 텁텁한 장벽이 거대한 호수와 더불어 재탄생했다.복잡한 호반의 지형은 그들만의 소외에 익숙해져 세상과 유구한 단절에 떠밀렸건만 집요한 문화의 포옹에 더는 버틸 재간 없이 습한 증오를 깨부수고, 햇살 자박한 정원에 길을 그렸다.때마침 옅은 대기의 창이 열리자 비로소 바람의 언어가 들린 날이었다.명상정원은 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지 부근에 2020년에 조성되어 현재 대전시 동구를 대표하는 대청호 관광명소가 되었다. 어린이, 노약자 등도 쉽게 산책할 수 있는 무장애 데크길이 명상정원까지 이어져 있고 정원 내에 전망 데크, 전통담장 등이..

작은 산줄기들 사이의 바다, 대전 대청호 거북바위와 전망대_20220902

너른 세상에 대한 갈망은 비단 인간에 한정되지 않았다.흙과 물의 경계에서 알을 놓고 다시 너른 세상으로 떠나려는 거북 한 마리도, 대청호반길에 동경의 알을 찾는 여행자도 시선의 접점은 호반과 하늘이었으며, 혹독하게 옭아맨 의지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함이었다.그래서 호반길 따라 여행을 결단한 게 아니었을까?대청호의 만수 면적은 72.8㎢이고, 저수지 길이 86㎞, 총저수량은 높이 76.5m에서 80m까지 홍수조절 용량을 합쳐 14억 9000만㎥에 이른다. 이 저수량으로 금강유역의 만성적인 홍수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대전광역시·청주·군산·전주 등 유역 내의 인접 도시에 연간 13억㎥의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한다. 또한 금강 하류 연안·미호천 연안 및 만경강 유역의 농경지에 연간 3억 5,000만㎥의 관계용..

호수 위 태고의 섬, 옥천 대청호 부소담악_20220901

대청호는 대전에서 만만하게 찾을 수 있는 전국구 관광지로 주체할 수 없는 욕심에 해 질 녘 도착, 대전 바로 외곽이면서 이내 오지마을처럼 한산한 도로를 질주하여 급히 목적지로 향했는데 사람이 익숙한 냥이 가족의 환영을 우선적으로 받았다. 금세 어둑한 밤이 찾아와 서둘러 차에 오자 어린 삼색냥이 얌전하게 움츠리고 있어 츄르 하나 꺼내 돌아섰는데 녀석이 어떻게 알고는 뒤를 쫓아와 멀찍이 거리를 두고 있었다. 깨끗한 햇반 그릇에 츄르 하나를 짜서 주자 녀석이 환장했다. 츄르가 없는데도 녀석은 여운이 남았는지 그릇을 계속 핥아 손으로 그릇을 잡아 내밀자 여전히 빈 그릇을 핥았다. 어느 정도 쪼그려 앉아 있다 그릇을 치우고 손가락을 내밀어 봤는데 살짝 경계의 뒷걸음을 치다 한발한발 신중하게 다가와 손끝에 빰을 문..

냥이, 그리고 노을_20220828

'집사, 요상한 물 언제 다 마시냥? 얼른 털어 넣으면 안되냥?' 커피 마시는 자리 옆에 붙어 계속 째려보는 녀석은 사실 잠깐 일어난 사이에 자리를 점거해 버리곤 눈총을 주다 커피가 바닥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돌아 앉아 '참을 인'을 되뇌이고 있었다. 사실 커피 다 마신 뒤에 일부러 빈컵을 입에 갖다 대는 시늉을 했던건데 녀석은 그저 지루할 뿐이었다. 커피 마시면서 흑미식빵도 곁들이라는 걸까? 마치 어린 바다표범 같았다. '아직 마시냥? 얼른 완샷으로 털어 넣으면 안되냥?' 빈컵을 연신 입으로 갖다대며 마시는 척하자 녀석이 아예 돌아섰다. '내가 저 꼴은 못보겠다옹!' 민무늬 달팽이의 펑퍼짐한 골반이 보였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예전 같지 않은지 쾌청한 날이 많아 덩달아 하늘에 찍어 그린 그림에 심도가..

냥이_20220825

집사를 손꼽아 기다린 모습에 녀석이 품안에서 잠든 걸 허락한다옹~ 어느새 나 또한 녀석의 사진을 종종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 짓는 빈도가 늘어나는 건 온전히 녀석 덕분이다. 늦은 밤 퇴근하여 간단히 요기하는 동안 옆에서 집사를 묵묵히 기다렸다. 녀석과 잠시 놀아주곤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갖는데 녀석은 습관처럼 냉큼 집사 무릎에 자리잡고 퍼질러 잤다. 조만간 하계 방학이 끝나고 2학기 시작인데 뭘해야 되나? 잠깐의 사색에 해답은 찾지 못하고 녀석의 집사가 되어 버렸다. 이게 집사의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