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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조청_20221016

선물 받은 전통 조청의 캡을 개봉하는 순간, 환영의 꽃다발이 땋! 눈에 띄었다. 9월 초 제조한 제품인데 이건 어디서부터 믿어야 되나? 선물이라 주신 분께 알리기 난감해서 교품을 위해 직접 연락을 취했다만 난감하구먼. 곰팡이 배양 키트? 생산자-판매자-소비자 간 신뢰란 건 시장 경제에서 접점이 없는 걸까? 교품을 받더라도 찝찝해서 쉽게 손이 가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많은 제품들 중 한 건을 전체인 양 일반화시킬 수 없어 브랜드는 노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런 사례를 찾는 것도 귀찮아 내돈내산은 하지 않겠다.

가을 젖는 반계리 은행나무_20221011

시대의 순응과 시간에 대한 평온이 800년을 버티게 한 원동력일 수 있겠다. 나무의 껍질을 빌려 세상을 유유자적하는 신선 같은 존재, 원주 거돈사지 느티나무와 함께 생명의 그늘이라 불러도 그 표현이 모자를 숭고한 존재 앞에서 가을 향연에 물들었다. 거대한 시간 앞에서, 반계리 은행나무_20200912 찾는 이 없는 고요한 시골마을을 지나며, 그 적막한 울림에 잠시 기댄다. 지나는 이도, 마을 인가도 거의 없는 외딴 깊은 산속 마을처럼 수풀이 무성하고, 바위 틈틈 이끼가 자욱하지만, 그렇더 meta-roid.tistory.com 천년 사찰의 흉터, 원주 법천사지와 거돈사지_20201015 벌판에 덩그러니 움튼 잊혀진 시간들. 전쟁의 상흔과 희생의 파고에 제 한 몸 지킬 수 없었던 치욕은 기나긴 시간의 빗줄..

가을 찾기, 일상_20220926

정처 없이 걷는 가을 길목에서, 어차피 계절은 명확한 길을 선택하지 않고 가장 화평하며 뚜렷한 간극도 없었다. 인생의 변곡점처럼 시간에 대한 명징한 기약은 없어도 필연의 만남과 작별만 명제로 다짐할 뿐이었다. 걷는 걸음 사이 로즈의 이쁜 품새에 깊은 한숨 뱉어 버리듯 잠깐의 휴식은 혐오가 도저히 가장할 수 없는 뽀얀 사색의 선물이었다. 베란다에 어느새 방아나물이 제 안방처럼 자라 꽃을 선물한다. 서로의 관심에 함께 화답하는 징표다. 가을이 짧다고 여겨지는 건 사람들 머릿속에 그려진 전형적인 가을만 추동하기 때문이다. 오는 가을에서 아름다운 진면목을 찾는다면 가을은 충분히 긴 시간이다. 로즈 동생이면서 무척 경계심이 많으면서 다가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녀석이지만 이쁜 옷을 입었다. 얼굴만 이쁜 게 아니라 ..

노을 지붕,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_20220925

지나는 길에 굳이 들러야 할 곳, 800년 수령의 은행나무는 존재 만으로도 먼 길 수고로움조차 지나치게 가볍다. 기나긴 세월 동안 희로애락의 쓰고 단맛을 셀 수 없는 세포 속에 저장시켜 무성한 상호작용을 몸소 표현하자면 실타래처럼 뿌리는 뒤엉키고, 가지는 형용할 수 있는 방향의 범주를 벗어나 모든 걸 기린다. 1시간 채 걸리지 않는 시간에 존재를 규정짓기보다 기나긴 서사시 한 편 읽는 기분으로 물끄러미 감상하는 사이 퇴색된 표지는 도리어 찬연한 노을빛으로 덮는다. 거대한 시간 앞에서, 반계리 은행나무_20200912찾는 이 없는 고요한 시골마을을 지나며, 그 적막한 울림에 잠시 기댄다. 지나는 이도, 마을 인가도 거의 없는 외딴 깊은 산속 마을처럼 수풀이 무성하고, 바위 틈틈 이끼가 자욱하지만, 그렇더m..

간극의 숙명, 고창 병바위_20220917

이별도, 그리움도 못내 지우지 못할 운명, 그러면서 홀로 설 수 없는 숙명을 가진 묘한 인연은 마치 악몽을 떨치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 현실임을 간파하는 형세였다.서강의 선돌이 그렇고, 선유도 망주봉이 그렇듯 절묘한 간극이 빚어낸 두 개의 홀로서기가 그려낸 하나의 평행은 병바위 또한 시선의 종착점을 기렸다.석양이 지기 전 마지막 여정, 무장으로 떠나는 걸음이 무거운 이유였다.병바위는 고창군 아산면 반암리에 위치하며, 신선이 잔치를 벌이고 취하여 자다가 소반을 걷어차 거꾸로 선 술병이 병바위가 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1992년 고창군지편찬위원회에서 발행한 '고창군지'에 실려 있으며, 2009년 고창군지편찬위원회에서 간행한 '고창군지'에 병바위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선동(仙洞) 뒤 선인봉에 사는 신선이 ..

바위와 하늘이 만든 고창 두암초당_20220917

염원과 신념은 자연 위에 군림하지 못할지언정 아우를 수는 있다.바위에 새겨진 불상처럼 철학과 종교의 아슬한 경계의 외줄을 타고 신념 혹은 염원의 추에 매달려 아찔하게 지탱한 결실은 시간도 숙연해한다. 어릴 적 시골집에 독사가 무척 많았는데, 바위산 중턱에 웬 비단개구리가 많나 했더니 어김없이 녹색으로 독이 잔뜩 오른 독사 하나 황급히 계단길을 벗어났다.아이 때 독사를-심지어 뒷산 이름은 뱀산이었다- 지겹도록 봤음에도 여전히 친근함과 거리는 먼데 다행이라면 사람보다 뱀이 더 놀라 자빠질 정도라 괜한 위협보다 침착하게 주위를 살피는 게 낫겠다.두암초당은 고창 아산면 반암리에 있는 초당으로 호암 변성온(1530~1614)과 인천 변성진(1549~1623) 형제가 만년에 머물렀던 곳.[출처] 두암초당_디지털고창..

꽃무릇 화염 속 선운산 도솔암_20220917

파도를 타듯 엄청난 인파에 휩쓸려도 좋다.선한 여름기 남아 성숙의 결실을 위한 파란만장한 자연의 추동과 더불어 그 모든 걸 담은 선운산의 옹골찬 의지와 염원은 인파만큼 충천한 꽃무릇과 비할만하다.급한 계단을 오른 의지는 바위틈을 흐르는 목탁소리의 유혹이라 하기엔 이끌린 여운이 대기를 비집고 사방으로 은은히 퍼지는 풍경소리에 비할 수 있다.지고지순한 소망의 결정체, 석탑의 한 귀퉁이가 깨질지언정 바스러질 수 없고, 산사의 기세 등등한 칼바람이 옷깃 여밀지언정 끈끈한 거미줄의 숙명을 도려낼 수 없다.선운산은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아산면과 심원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그리 높지 않은 336m 고도지만 울창한 수림과 계곡, 사찰과 많은 문화재가 있어 1979년 12월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원래 도솔산이었으나 ..

고창 가는 길, 그리고 단아한 맛과 멋_20220916

봄에 가려다 불발되어 뒤늦게 고창으로 향했다.하필 한여름 같은 초가을, 일기예보에서 낮기온 30도 넘는 폭염이란다.그건 내가 신경 쓸 바 아니라 계획에만 충실하자.상습정체구간을 지나 어느 순간 고속도로는 거짓말처럼 한산하고 뻥 뚫렸다.옅게 뿌리는 빗방울이 그치고, 형체가 보이지 않던 방문산에 구름이 걷히며, 고창에서의 시간이 열렸다. 간헐적으로 옅은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천안 지나 정안까지는 꽤 차가 많았었는데 서천공주 고속도로를 타면서부터 금욜 같지 않게 한적했다.오후 햇살이 서녘으로 많이 기울어 약한 빗방울이 창을 때리다 그쳤다.부여를 지날 무렵이었다.서천으로 넘어가 조금만 더 진행하면 서해안 고속도로에 합류가 임박했다.서천공주 고속도로가 끝나고 서해안 고속도로에 합류하는 중이었다.서천에서 ..

일상_20220914

명동에서 만난 키튼, 지나가는 길이라 피했거니 했는데 구석에 가만히 있는 걸 보면 더이상 갈 곳이 없나보다.턱시도냥이 왔던 길로 나오는데 뚫린 길이 없어 눈에 동공지진 상태였고, 그래서 얼른 가던 길을 재촉하듯 자리를 비켜줬다.여기서 두 녀석이 있다 눈이 마주치자 순서대로 피했다.구석에 몰렸는데 안쪽에 뚫린 길이 없는지 더이상 도망가지 못했다.턱시도냥이 왔던 길로 거슬러 오다 옆으로 쏜살처럼 피했다.얼른 자리를 비켜주는 게 그나마 녀석들에게 협박을 중단하는 것처럼 보여 가던 길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