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hone 1286

설화가 잠든 바다 폭풍 언덕, 연오랑세오녀 공원_20230507

멀리 포항까지 찾아온 이유,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걷기 위해서다. 허나 태풍급 바람에 굵은 빗방울은 해안둘레길은 고사하고 외출도 쉽게 허락하지 않아 아쉬운 대로 공원 뒤편 언덕과 테마공원의 사연 정도만 취득하며 바다 정취를 한아름 따다 품에 간직했다. 연오랑세오녀는 신라시대 설화로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단다. 동해 바다 바람과 비를 맞으며 잠시 걷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닌 고로 동해의 선물이라 간주하며 다음을 기약하자. 이야기가 가득한 하루를 열기 전, 아점 메뉴를 고민하다 숙소 뒤편에 소위 집에서 말아먹는 국숫집에 들러 김밥을 곁들여 주문을 했는데 운영하시는 분이 장년의 여성분으로 깔끔하고 단아한 식당 내부와 더불어 마치 집에서 먹는 국수 같았다. 그리 강하지 않으..

먼 길 달려온 포항 영일대_20230506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그래서 기약도 하지 않았었는데, 장대비를 뚫고 도착한 동해바다. 언제 왔는지 기억에도 가물한 포항에 닿아 늦은 밤 고요의 파도에 마음 돛단배를 띄워 구름에 가린 달빛에 속삭였다. 세찬 비바람과 달리 시선의 접점은 평화롭기만 했는데, 도톰한 운무 이불 아래 깊은 잠에 빠진 수평선은 어떤 꿈을 베고 잘까? 라한호텔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였다가 경영개선 계획에 따라 2017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되었다. 울산, 경주, 영암, 포항, 전주에 호텔을 운영 중이다. 씨마크호텔 경우 동해관광호텔을 인수해 개관하였다. 앞에 경포 해수욕장을 비롯한 동해 바다와 뒤엔 석호인 경포호의 전망이 보이는 것이 특징으로 2013년 시설 노후화 등으로 인해 호텔 재건축에 들어갔으며, 2015년 씨마크호..

태백의 일기, 철암_20221109

그리 긴 세월의 향연도, 그리 머나먼 과거도 아닌데 까마득한 건 망각의 영역에 방치한 기억의 단절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 반가웠고, 더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허나 옛 정취는 모두 자물쇠가 물려 있었고, 재현된 영광엔 그리 신선할 것도 없었다. 아마도 직접적인 추억이 없어 정취의 발 담그기에 그친 부분도 있겠지만, 옛 정취 재현이 마치 불친절하고 무관심한 것도 미화해서 받아들일 거란 불성실한 부분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꽈배기 한 손에 잡고, 산골 싸늘해진 바람에 의지해 호호 불어 먹는 커피는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흥얼대는 몰입감 이상으로 재밌었는데 산골 낮은 언제나 짧다는 불변을 벗어날 수 없었다. 철암탄광역사촌은 철암역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는데, 2014년에 탄광지역 생활현장 보존·복원사업의 일..

곰팡이 조청_20221016

선물 받은 전통 조청의 캡을 개봉하는 순간, 환영의 꽃다발이 땋! 눈에 띄었다. 9월 초 제조한 제품인데 이건 어디서부터 믿어야 되나? 선물이라 주신 분께 알리기 난감해서 교품을 위해 직접 연락을 취했다만 난감하구먼. 곰팡이 배양 키트? 생산자-판매자-소비자 간 신뢰란 건 시장 경제에서 접점이 없는 걸까? 교품을 받더라도 찝찝해서 쉽게 손이 가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많은 제품들 중 한 건을 전체인 양 일반화시킬 수 없어 브랜드는 노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런 사례를 찾는 것도 귀찮아 내돈내산은 하지 않겠다.

가을 젖는 반계리 은행나무_20221011

시대의 순응과 시간에 대한 평온이 800년을 버티게 한 원동력일 수 있겠다. 나무의 껍질을 빌려 세상을 유유자적하는 신선 같은 존재, 원주 거돈사지 느티나무와 함께 생명의 그늘이라 불러도 그 표현이 모자를 숭고한 존재 앞에서 가을 향연에 물들었다. 거대한 시간 앞에서, 반계리 은행나무_20200912 찾는 이 없는 고요한 시골마을을 지나며, 그 적막한 울림에 잠시 기댄다. 지나는 이도, 마을 인가도 거의 없는 외딴 깊은 산속 마을처럼 수풀이 무성하고, 바위 틈틈 이끼가 자욱하지만, 그렇더 meta-roid.tistory.com 천년 사찰의 흉터, 원주 법천사지와 거돈사지_20201015 벌판에 덩그러니 움튼 잊혀진 시간들. 전쟁의 상흔과 희생의 파고에 제 한 몸 지킬 수 없었던 치욕은 기나긴 시간의 빗줄..

가을 찾기, 일상_20220926

정처 없이 걷는 가을 길목에서, 어차피 계절은 명확한 길을 선택하지 않고 가장 화평하며 뚜렷한 간극도 없었다. 인생의 변곡점처럼 시간에 대한 명징한 기약은 없어도 필연의 만남과 작별만 명제로 다짐할 뿐이었다. 걷는 걸음 사이 로즈의 이쁜 품새에 깊은 한숨 뱉어 버리듯 잠깐의 휴식은 혐오가 도저히 가장할 수 없는 뽀얀 사색의 선물이었다. 베란다에 어느새 방아나물이 제 안방처럼 자라 꽃을 선물한다. 서로의 관심에 함께 화답하는 징표다. 가을이 짧다고 여겨지는 건 사람들 머릿속에 그려진 전형적인 가을만 추동하기 때문이다. 오는 가을에서 아름다운 진면목을 찾는다면 가을은 충분히 긴 시간이다. 로즈 동생이면서 무척 경계심이 많으면서 다가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녀석이지만 이쁜 옷을 입었다. 얼굴만 이쁜 게 아니라 ..

노을 지붕,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_20220925

지나는 길에 굳이 들러야 할 곳, 800년 수령의 은행나무는 존재 만으로도 먼 길 수고로움조차 지나치게 가볍다. 기나긴 세월 동안 희로애락의 쓰고 단맛을 셀 수 없는 세포 속에 저장시켜 무성한 상호작용을 몸소 표현하자면 실타래처럼 뿌리는 뒤엉키고, 가지는 형용할 수 있는 방향의 범주를 벗어나 모든 걸 기린다. 1시간 채 걸리지 않는 시간에 존재를 규정짓기보다 기나긴 서사시 한 편 읽는 기분으로 물끄러미 감상하는 사이 퇴색된 표지는 도리어 찬연한 노을빛으로 덮는다. 거대한 시간 앞에서, 반계리 은행나무_20200912찾는 이 없는 고요한 시골마을을 지나며, 그 적막한 울림에 잠시 기댄다. 지나는 이도, 마을 인가도 거의 없는 외딴 깊은 산속 마을처럼 수풀이 무성하고, 바위 틈틈 이끼가 자욱하지만, 그렇더m..

화정족발에서 만난 슬픈 냥이_20220908

찐더위와 엉뚱한 버스를 잘못 타는 걸로 인해 일산까지 3시간 소요, 모처럼 만난 지인과 쇠주를 들이켰는데 묘하게 취하지 않는 건 어떤 안주보다 감칠맛 나는 대화 덕분이었다. 잠시 나와 한층 시원해진 바람을 쐬는데 길 생활이 고된 녀석을 만나게 되었고, 녀석으로 인해 우리 냥이 이야기로-사실은 팔불출의 입덕 터지는 자랑질이 맞겠지만- 이렇게 새로운 대화 소재가 흥미진진할 줄이야. 같은 길 생활 하던 냥이라 길에서 잠시 만난 녀석의 모습에 고단함을 유발한 고달픈 숙명이 읽혔다. 그래도 놀라지 않고 잠시 눈인사 건네는 여유와 더불어 녀석의 불편해하는 한 쪽 눈을 보면서 마음이 쓰라렸다. 녀석의 왼쪽 눈이 언뜻 봐도 확연히 불편해 보였다. 냥이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고, 슬픔이 서린 건 그들만의 숙명에 내가 휘..

대청호의 바람이 머무는 곳, 명상정원_20220902

문화의 힘, 소외의 껍질을 깨고 관심의 노른자를 일깨워줬다.위태로운 비탈에 의지한 마을이 바다와 더불어 재조명받는 시대, 그게 이성적으로 용납되는 시대에 접어들자 질펀한 수풀의 텁텁한 장벽이 거대한 호수와 더불어 재탄생했다.복잡한 호반의 지형은 그들만의 소외에 익숙해져 세상과 유구한 단절에 떠밀렸건만 집요한 문화의 포옹에 더는 버틸 재간 없이 습한 증오를 깨부수고, 햇살 자박한 정원에 길을 그렸다.때마침 옅은 대기의 창이 열리자 비로소 바람의 언어가 들린 날이었다.명상정원은 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지 부근에 2020년에 조성되어 현재 대전시 동구를 대표하는 대청호 관광명소가 되었다. 어린이, 노약자 등도 쉽게 산책할 수 있는 무장애 데크길이 명상정원까지 이어져 있고 정원 내에 전망 데크, 전통담장 등이..

작은 산줄기들 사이의 바다, 대전 대청호 거북바위와 전망대_20220902

너른 세상에 대한 갈망은 비단 인간에 한정되지 않았다.흙과 물의 경계에서 알을 놓고 다시 너른 세상으로 떠나려는 거북 한 마리도, 대청호반길에 동경의 알을 찾는 여행자도 시선의 접점은 호반과 하늘이었으며, 혹독하게 옭아맨 의지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함이었다.그래서 호반길 따라 여행을 결단한 게 아니었을까?대청호의 만수 면적은 72.8㎢이고, 저수지 길이 86㎞, 총저수량은 높이 76.5m에서 80m까지 홍수조절 용량을 합쳐 14억 9000만㎥에 이른다. 이 저수량으로 금강유역의 만성적인 홍수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대전광역시·청주·군산·전주 등 유역 내의 인접 도시에 연간 13억㎥의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한다. 또한 금강 하류 연안·미호천 연안 및 만경강 유역의 농경지에 연간 3억 5,000만㎥의 관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