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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한 경주의 시간과 작별, 천년숲정원에서 영덕으로_20240116

천년숲 정원이란 타이틀에 낚여 지인과 함께 찾았지만 '천년'이란 떡밥에 살짝 현타가 온 곳. 오래된 숲이 아닌 천년 경주에 기댄 곳이라 고목이나 거목보다 마치 천년 전 서라벌 귀퉁이의 단아한 정원 같았다. 거창하게 마음먹을 필요 없이 소소한 정원 숲에서 단음의 현악에 취하듯 마음을 비우고 걷는다면 그 단순함 속에서 개운한 뒤끝을 음미할 수 있었다. 지인과 헤어지기 전, 불국사 인근 카페에서 진한 커피 향에 취해 그 또한 무심한 가벼움을 여운으로 남기고 다음 행차, 영덕으로 향했다. 인사말 < 기관소개 < 산림환경연구원 < 산림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이 소중한 산림이 지속적으로 보존 될 수 있도록 산림에 대한 연구와 임업인의 소득증대를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간결한 옛것들의 거리, 경주 황남_20240116

켄싱턴에 예약한 2박이 끝나고 다음 숙소인 영덕으로 가기 전, 선약한 부산 형님이 시외버스터미널로 친히 행차하시어 가성비가 그리 좋지 않은 황남비빔밥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일대를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기상청 일기 예보에 따르면 한 주 동안 포근한 겨울이라 걷기에도 수월했는데 때마침 황남동 일대가 전통적 마을 바탕에 개량된 한옥마을이라 정처 없이 걸었는데 편의점조차 한옥식 단층 건물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 곳곳에 몰려왔는데 주차 시설이 조금 부족한 걸 제외한다면 걸을 수 있는 환경도 좋았다. 건물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보다 개량된 건물들이라 지붕은 한옥식에 가깝지만 창은 넓어 고풍스런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며 한옥의 폐쇄적인 구조를 개방적인 구조로 개량하여 답답하지 않았다. 편..

인간과 자연/ 현실과 전설의 교합, 경주 해파랑길_20240115

봉길해변을 뒤로하고 해파랑길을 따라 걸었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의 해변길, 숲길, 마을길 등을 이어 구축한 총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750km의 걷기 여행길입니다. ‘해파랑길’은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르른 바다색인 ‘파랑’, ‘~와 함께’라는 조사 ‘랑’을 조합한 합성어이며,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을 뜻합니다 [출처] 해파랑길_두루누비 해파랑길 소개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바다와 함께하는 해파랑길 www.durunubi.kr:443 원래는 나아해변부터 해파랑길 11코스의 시작이었지만 무조건적으로 해파랑길을 추종하는 게 아니어서 언덕길로 이어진다면 그 길을 살짝 벗어나더라도 도리어 해변을..

겨울 갈매기 파도, 봉길대왕암_20240115

그나마 종종 찾던 감포 대왕릉은 그마저도 90년대 후반이었고, 초기엔 행정구역상 감포가 경주란 것도 모른 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당시 뻔질나게 만나던 친구들과 어울리며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면 누구 하나 반문도 없이 기계처럼 감포 대왕암 해변에 무작정 찾았고, 차를 갖고 있던 녀석 또한 타산적인 감정 없이 스스로도 감포 여정을 즐겼다. 그런 대왕암 해변에 꽤나 빈번한 추억을 심었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훌쩍 지나 버렸고, 그 길목에 암초와도 같았던 덕동호반 구부정길을 우회하여 매끈한 945 도로가 새로 들어섰다. 아침에 무중력과도 같은 가슴을 추스르고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타고 봉길해변에 도착하자 주차장엔 의외로 많은 차들이 주차 중이었는데 나처럼 겨울 바다의 뚝배기 같은 매력을 담으려는 사람들..

기억도 바랜 경주_20240114

기나긴 휴가의 첫 여정은 경주에서 시작했다. 경주... 10년도 훨씬 넘은 경주에 대한 기억은 첫 관문 격인 경주 채색이 명확한 고속도로 톨게이트만 선명할 뿐, 도로를 달리면서도 다른 기억은 전혀 없어 당혹스러웠고, 그로 인해 외곽도로를 주구장창 달리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시청 방면으로 향했다. 초등 시절 수학여행의 고정 레파토리가 경주였었고, 2007년에 업무로 잠깐 살았던 걸 제외한다면 경주는 거쳐가는 관문이었으며, 그나마 친구들과 감포에 종종 들렀던 때도 90년대 후반이었던 걸 감안한다면 그 기억이 명징하게 남아 있는 것도, 경주가 전혀 바뀌지 않은 것도 더 이상한 게 사실이라 어쩌면 당시 순간의 기억이 정상인 게 맞겠다. 시청 부근 뚜레쥬르에 들러 간식을 마련하고 파편화된 기억을 더듬어 경주역 앞..

아쉬운 불발, 영월관광센터와 청령포_20231120

단종의 슬픔으로 점철된 청령포는 무거운 초겨울 공기가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육지 속의 섬이 아닌 땅의 기운이 근육처럼 불거진 그 배후의 지세가 특이한 명승지였다.월요일 아침부터 청령포를 오가는 배는 분주하게 강을 횡단하며 뜀박질하는데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이 작은 세상엔 눈을 뗄 수 없는 것들이 곳곳에 은폐 중이다.모노톤의 딱딱한 벽엔 인간에게 친숙한 생명들이 익살맞은 표정으로 고개를 내밀었고, 크게 굽이치는 서강의 온화한 물결엔 바다로 향한 서슬 퍼런 집념이 웅크리고 있었다.조선 초기엔 한이 서린 유형지로, 현재는 한강이 되기 전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지리적 부표, 청령포에서 작은 울림의 노래를 들으며 다음 만날 곳으로 떠났다.청령포라는 지명은 1763년(영조 39년)에 세워진 단종유지비에 영조가 직..

일상_20230723

장마에도 꽃은 피고, 물방울 열매는 맺는다. 그 계절의 작은 탄생들은 길 따라 해류처럼 흐르고, 어딘가에 고여 길의 형체도 덧씌워 생명을 이끈다. 아무리 견고하게 다진 길도 생명의 분절은 길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처럼 길을 만드는 건 실체를 짓누르는 중력이 아니라 유수처럼 흥겨운 흐름이 궁극이다. 비구름이 유유자적하는 길을 밟으며 어느새 길의 호흡에 자연의 혈관은 심장처럼 멈출 줄 모르고 약속처럼 의지를 추동하던 날이다. 우산 하나에 의지해 물에 젖을 각오로 길을 나서 습관처럼 오산천변 산책로의 나무 터널 아래로 미끄러지듯 걸어갔다. 자연 발원하는 여울도 많은 비를 방증하듯 갈래갈래 폭포가 되어 이별과 재회를 반복했다. 비가 그칠 기미가 없는지 꽃은 세찬 장마에도 꼿꼿이 살아갈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여울..

원시적인 해안길을 찬양하며, 호미반도 해안둘레길2_20230508

길은 오직 하나를 위한 이기적인 상형문자가 아니다. 앞서 바다와 인간 사이 교묘한 교착점이 길의 화두였다면 구룡소 일대 길은 야생의 바다에 인간의 발자취가 잠시 후퇴한 길이면서 회피하지 않고 내륙으로 잠시 숨을 고르며 끊임없이 기회를 포착했다. 그리하여 강인한 바다가 잠시 한숨 쉬는 틈바구니에 어촌 마을을 들여 환경에 동화하고 삶을 일궜다. 기암절벽에 용이 웅크린 채 바다에 화답하듯 포효의 저역이 메아리치며 하얀 물거품이 용솟음쳤다. 그 어느 곳보다 평온한 대동배 마을을 끝으로 해안둘레길 3코스인 구룡소 길은 작별의 약속을 이행함과 동시에 기나긴 해안둘레길도 종지부를 찍기 위해 서둘러 단장했다. 둘레길여행 퐝퐝여행 홈페이지 둘레길여행 바로가기 www.pohang.go.kr 절벽이 만들어준 그늘 아래 한숨..

파도와 동행하는 시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1_20230508

호미반도를 에둘러 인간의 자취는 선명했다. 비바람의 예봉이 꺾인 이튿날에 해안둘레길을 다시 도전, 다행히 자연이 허락을 해주고 길을 내준 날이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도구해수욕장 부근에서 시작하여 1구간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까지 6.1km, 2구간은 흥환간이해수욕장까지 약 6.5km, 3구간은 대동배까지 6.5km, 마지막 4구간은 호미곶 해맞이광장까지 5.6km로 총 24km가 넘는데 2~4구간까지만 걷기로 했다. 2구간은 선바우길이라 명명하는데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 주차한 뒤 사전 설명과 더불어 틈틈이 나오는 이정표를 따라 다양한 형태의 길을 이용해서 걸었다. 해안둘레길 답게 길은 대부분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아슬하게 넘나들어 때론 파도에 신발이나 바짓가랑이가 젖을 수 있다는 걸 감내해야 했다..

거친 비바람 속 영일대 해변과 전망대_20230507

바다가 거칠다고 하여 주눅 들지 않았다. 바다를 막는 구조물이 있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파도가 거칠다고 한들 해변의 모래는 익숙한 고난이자 일상이며, 바람이 표독하다 한들 인간은 극복의 대상이자 삶의 필연이었다. 낯선 도심 산책으로 익숙한 찰나의 시간을 즐겼다. 영일대 해상누각은 1976년 개장하여 포항 시가지에서 접근성이 좋고 해안가에 형성된 식당, 카페 등 상점가가 있어 낮과 밤 모두 즐기기 좋은 포항의 대표 해수욕장 중 한 곳이다. [출처] 영일대 해상누각_오선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다녀온 뒤 숙소에 들어와 바람이 가득한 세상을 창 너머에서 무심히 바라봤다. 세찬 바람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그래서 용기 내어 외출 준비를 했다. 파도가 부서진다는 게 저런 걸까? 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