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순응과 시간에 대한 평온이 800년을 버티게 한 원동력일 수 있겠다.
나무의 껍질을 빌려 세상을 유유자적하는 신선 같은 존재, 원주 거돈사지 느티나무와 함께 생명의 그늘이라 불러도 그 표현이 모자를 숭고한 존재 앞에서 가을 향연에 물들었다.
횡성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직은 가을색이 옅은 은행나무를 찾았다.
늘 그렇듯 사방을 돌며 그 모습에 감탄하고 사진으로 담는 동안 오고 가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제를 지내는 정면에서 한 컷.
이곳 은행나무는 규모도 거대하지만 그 모습도 균형의 본질은 정확히 간파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며 다시 한 컷.
좀 더 진행해서 한 컷.
이곳에서 보는 모습은 두 갈래 완연한 짜임새를 갖췄다.
또한 그 모습이 가장 거대해 보였다.
도저히 한 사진에 담을 수 없어 아이폰 초광각으로 담는 수밖에 없다.
정면을 반 바퀴 돌아 한 컷.
강렬한 가을 햇살도 모두 뚫지 못할 만큼 이파리가 무수히 많았다.
가지와 뿌리를 보면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강인하고 거대한 가지와 삶을 위해 수 없이 많은 휘어짐을 갖는 뿌리.
점점 방문객이 늘어 작은 주차장엔 빈자리가 없었다.
방문객 표정과 목적은 제각각이었다.
그저 산책 삼아 걷는 사람들부터 데이트를 하거나 이 모습을 빼놓지 않고 세세히 관찰하는 사람들까지 아주 다양했다.
270도를 돌아 주차장 방향에서 담은 모습은 언제 봐도 경이로웠다.
주차장 방면에서 정면으로 살짝 옮겨 다시 한 컷.
조금 위치를 옮겼다고 그 모습은 완전 달라졌다.
그러고 보니 이 모습이 더 경이롭기도 했다.
아니, 어느 방향에서 봐도 늘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거돈사지 느티나무가 세월 풍파의 무게감을 곡선으로 표현했다면 반계리 은행나무는 삶에 있어 죽음을 대하는 정석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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