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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여운_20180928

가을이라 단언해도 될 만큼 계절의 내음이 달라 졌다.수줍거나 혹은 대담한 형형색색의 가을.한꺼번에 모든 걸 보여 주지 않아 수줍게 보이고,조금의 인내만 가진다면 세상 모든 색결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사람들 혼을 빼버리는 대담함도 있다.석양은 아직 못다한 하루의 아쉬움과 동시에 내일에 대한 설렘이기도 하다. 공원 내 데크길 이 자리에 선 게 1년이 지났다. 성급한 가을과 시간을 망각한 꽃. 석양이 바닥에서 자라는 풀들을 반짝이게 한다. 거의 방치해 놓다시피 했던 자전거를 타고 해가 지는 전망이 일품인 탄요공원에 들러 베어 나오는 땀과 한숨을 털어 내고 잠시 기다리자 기다렸던 모습을 보상의 댓가로 펼쳐 여과 없이 보여 준다.하루 시간 중 찰나에 불과하지만 결코 짧은 시간과 달리 모든 부족하고 푸념들을 없애 ..

여울 공원의 밤_20180924

빵빵하게 부른 배를 붙잡고 집으로 갈까? 하다 아쉬워하는 가족들의 기대에 반석산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원으로써 규모가 꽤나 큰 오산천 여울공원으로 향했다. 다른 가족들이 전부 산책을 하며 배를 진정시킬 때 혼자 느티나무에 남아 야경 사진을 둘 요량으로 장노출과 아트필터 기능도 적용시켜 본다.사실 필름 시뮬레이션에서 벨비아 모드보다 클래식 크롬 모드가 더 좋긴하다.쨍하고 자극적인 벨비아 모드는 첫 인상은 좋지만 보면 볼수록 왜곡이 느껴지는데 클래식 크롬 모드는 왜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면서 약간 오래된 시간과 질감이 느껴져 좋거든.특히나 이런 의미 있는 구조물이나 풍경들은 클래식 크롬이 단아함도 부여된 거 같아 좋다.조명빨이 좋아 아트 필터에 녹색만 표현하니까 사진이 잘 나와 이왕이면 초점을 흐리는 장..

처인성지를 탐방하다_20180924

만의사에서 출발할 무렵의 시각이 17:30경, 여전히 낮은 남아 있고 다음날 내려가면 한 동안 기약할 수 없는 가족들과의 함께할 시간이 까마득하여 하루를 통째로 즐겨 보잔다.한가위 당일이라 이 고장을 벗어나는 길은 체증을 감안해야 되는데 그럴 각오에 무봉산 너머 용인 남사 방면으로 넘어가 진작부터 한 번 찾아볼 마음을 먹었던 처인성지로 목적지를 잡았다.다행히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23번 자동차전용도로를 따라 용인으로 넘어가는 82번 지방도로는 맞은편 들어오는 차들이 끝 없는 행렬로 거북이 걸음 중이었지만 용인으로 나가는 방면은 뻥 뚫려 상대적인 쾌감을 누리며 금새 처인성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불과 20분 정도 만에 도착. 처인성이 아닌 처인성지인 이유도 성곽은 전혀 남아 있지 않고, 성지만 남은 휑..

한가위 만의사_20180924

한가위 당일, 부시시 늦잠을 자던 중 큰누님이 집으로 들어 오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이번엔 혼자오게 된 이유가 큰 조카는 한창 바쁜 대기업 생활, 둘째 녀석은 상영관 알바로 가장 바쁘면서 일당이 짭짤하단다.큰매형도 물론 급작스런 업무.제사를 끝내고 가족들끼리 가까운 근교 나들이를 하기로 했는데 첫번째 코스는 오마니 종교적인 부탁으로 만의사를 방문하기로 한다. 역시나 전형적인 가을이라 하늘도 높고 푸르거니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그 맑은 하늘을 등지고 불상이 세상을 바라본다.오마니는 사찰을 다니며 언제나처럼 절을 하시고, 나는 오마니 핑계로 사찰을 둘러 보며 사진을 찍는다. 사찰 초입부터 반기는 것들이 많다.코스모스 군락지에서 한껏 펼친 꽃잎으로 부는 바람을 따라 살랑이는 코스모스와 꽃은 이미 시들어..

일상_20180917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로 햇살은 뜨겁고 대기는 덥다.햇살을 피한 응달은 시원하고 햇살이 내리 쬐이는 양지는 따갑다. 그럼에도 센트럴파크를 돌아다니다 습관처럼 카메라로 여기를 담아 두고 아주 오랜만에 세마대로 향했다. 세마대 보적사에 있는 익살맞은 불상들은 한결 같이 포동포동하다.사찰마다 불상이나 벽화의 특징들이 조금씩 차이 날 때가 있는데 그게 종파의 영향 때문일까? 아님 주지스님의 취향에 따라 다른걸까? 보통 세마대로 접근하기 쉬운 방법 중 하나가 보적사를 통한 산행이라 대부분 첫 전망은 여기서 부터 시작한다.살짝 자리를 옮겨 줌으로 당긴 것과 가장 넓은 화각으로 찍은 차이? 강아지들이 빼곡하다.이 사진을 찍는데 7세 정도된 한 아이가 이 강아지풀숲으로 뛰어들더니 한 손에 뭔가를 끼고 나오는데 뎁따시 큰..

후지카메라 필름 시뮬레이션과 아트 필터 비교 놀이_20180916

후지카메라 감성 운운하며 가성비가 떨어지는 비싼 가격에도 사용할 사람들은 그 맛에 쓴다는 것들 중 하나가 필름시뮬레이션이다.마침 렌즈도 영입 했고, 시간도 편하고 해서 카메라를 삼각대에 물려 혼자 재미난 놀이를 앞둔 아이처럼 설렘을 안고 뚝딱 여건을 만들어 봤다.조리개 3.2에 약간 오버 노출해서 같은 환경으로 촬영을 했는데 사실 이렇게 비교하지 않는다면 주로 사용하는 특정 모드가 아니고선 단언할 만큼 그 차이를 형용하기 힘들어 우째저째 썰을 풀지 않는다.특정 브랜드 애용자들 간에 선호하는 포커스가 다르고, 그 애용자들 중에서도 디테일을 따지면 접점이란 것도 애매한데 나 같은 경우 일종에 감성적인 징크스가 작용하여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기능, 특정 작동에서 내가 원하는 변화 같은 것들은 거의 습성과 맞아 ..

일상_20180916

휴일에 가을 비가 내리는 공원을 걷는다.올 여름에 마른 장마에 대한 보상처럼 가을이 되자 비가 내리는 양과 횟수가 부쩍 늘었고, 특히나 지루하고 긴 폭염 뒤의 가을 비라 청량감이 더해진다. 가느다란 비라 우산을 쓰지 않고 얇고 가벼운 방수 재킷을 걸쳐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데다 얼굴에 살포시 닿는 느낌도 도리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평소에도 북적대지 않는 공원 산책로에 비까지 내려 더욱 적막하다. 비가 내릴 때만 만날 수 있는 푸른 잎사귀 위의 물방울들은 지나치게 낯가림이 심해 비가 그치면 금새 어디론가 쏜살 같이 줄행랑 치는 녀석들이라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세상 구경 삼매경에 빠졌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내가 온 줄도 모른 채 서로 조잘 대느라 여념 없다.약한 대낮의 세상 빛을 쪼아 먹곤 다시 ..

일상_20180913

새로 영입한 렌즈의 성능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그냥 써보고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하고 집 가까운 곳으로 다녀 오지 않으면 초조해져 못 견디겠다. 저류지 공원에 도착하여 하늘을 보자 가을 느낌이 물씬하다.거대한 새털구름이 광활한 하늘을 뒤덮고 있는데 마치 비장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오산천을 따라 산책로를 걷는데 노랗게 물든 낙엽을 보자면 가을을 확신해도 좋다는 시그널 같다.낙엽 하나가 거미줄에 걸려 단단히 매달려 있구먼. 몇 장의 사진을 찍어본 결과 당연히 만족은 한 상태로 시작해서 렌즈에 대한 리뷰는 패스하고-내심 귀찮아서?- 후지 조합은 약간 어두운 결과물이 더 애정이 가는 이유는 뭘까?조도를 조정해서 몇 장을 찍어 놓으면 밝은 사진은 뭔가 허전하거나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고, 약간 어두운 사..

고민 끝, 렌즈 영입_20180913

2015년 8월에 후지카메라에서 렌즈 대여 이벤트를 개최하며 이 녀석을 처음 만났다. 줌렌즈지만, 전 구간에서 조리개 2.8이라...실제 렌즈를 대여해서 많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었다.가격에 대한 부담감과 더불어 내께 아니면 왠지 편하게 사진을 찍지 못할 것만 같은 결벽증이 있었는지 모르겠다.허나 허접하게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 후지카메라의 성능을 제대로 끌어 내면서 쨍함과 부드러움, 두 가지를 함께 표현하는 능력이 있어 위시리스트에 올려 놓고 늘 눈팅만 하다 현재 보유한 렌즈의 한계를 참지 못하고 질렀다.그냥 겁나! 허벌나게! 억수로! 좋다.역시 카메라보다 더 중요한 게 렌즈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실력과 열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