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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방문한 파크로쉬_20190328

2월 중순에 찾아왔던 파크로쉬를 이번엔 하루 이용할 요량으로 역시나 밤길을 달려 왔다. (정선 파크로쉬로 떠나다_20190216) 지난번 도착 시각이 저녁 8시 반 정도 였다면 이번엔 한 시간 가량 늦어 주변을 둘러 보고 자시고 할 겨를 없이 바로 뻗었다. 한적하고 편안한 숙소로 더할 나위 없어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회사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 평일이라 좀 더 저렴하고 조용하며, 스키장 뷰 였던 2월과 달리 이번엔 도로와 콘도 뷰. 두 번째 방문은 마치 웰메이드 영화의 아류작처럼 적당한 실망도 있었다. 이번엔 가리왕산과 반대되는 방향의 백석봉 방면이라 경관에 대한 흠 잡을 만한 꺼리는 없고, 발바닥에 집요하게 엉겨 붙은 몇 가닥 긴 머리카락이 성가시다. 이봐! 난 단발이라구! 호텔을 나와 정선 방면으로 조..

격이 다른 평온, 청량사_20190322

혼자 였다면 냉큼 청량산으로 향했을 터, 마침 작년 여름 청량사를 방문 했을 때 급경사길에 대한 부담으로 오마니께선 청량사를 가지 못하신 마음의 앙금으로 이번엔 조용한 틈을 타 차로 청량사까지 곡예 운전을 했다.자식 입장에서 효도는 못할지언정 어떻게 같이 떠난 여정에서 불교 신자이신 오마니를 모시지 못한 후회의 앙금은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고, 가끔 봄에 틔우는 싹처럼 아름아름 양심을 찌르는 소리가 귀에 이명처럼 들려 직접 모시기로 했다.주위 가족이나 친지들은 청량사에 대해 아주 좋은 평을 늘어 놓으니 연세 때문에 가지 못하신 심정 자식한테 내색하지 않으시지만 얼마나 안타까우실까?역시나 예상대로 청량사 길은 말이 포장길이지 급경사와 좁은 길은 같이 차에 타고 있는 가족 심장 쫄깃하게 만들기 딱 좋았다.원..

안동 호반 휴양림_20190322

전날 밤에 안동시내에서 찜닭 메뉴로 저녁을 해결한 뒤 호반 휴양림에 도착해서 혼자 깜깜한 밤중에 호반 인근 산책로를 걸었지만 주변 불빛이 전무한 상태라 이튿날 일찍 일어나 휴양림 내 숙소 부근을 산책했다.전날 내린 비가 대기를 깨끗하게 가꾸어 놓았던지 청명한 봄이 호수 주변에 파릇하게 자라나고, 바람에서 느껴지는 봄 내음은 일상에 찌든 사념을 망각 시키는데 지대한 도움을 줬다. 봄이 올 때 막연히 찾아 오는 설렘은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는 것 마냥 기다림이 즐겁다.단출한 외투 하나 걸치고 산책을 나서게 되면 대지에 젖어 드는 봄 내음으로 세상 모든 만물이 구름 위의 손오공처럼 공중부양의 착각에 빠지더라도 행복 뿐이다.언제나 뒷모습보다 다가오는 기다림이 반가운 건, 조바심으로 가슴 속 인내심이 터지는 꽃망울..

삼척 바다와 산을 품은 공원_20190314

바다는 뭍을 그리워 하고뭍은 바다를 그리워 하여한데 어우러져 만나 자연 내음 가득한 해안을 만들었다.신록이 싹 트는 해안에 서서 쨍한 햇살과 순도 높은 바람 소리를 듣노라면아득한 봄날의 그리움과 기다림 속의 설렘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울진에서 아점을 줍줍하고 7번 국도를 따라 도착한 임원항은 봄의 나른함이 빼곡히 젖어 들어 그냥 자리 깔고 앉아 그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 보더라도 마음 가득 봄이 들어찬 것만 같다.7번 국도의 쉼터에 들러 멀리 보이는 임원항과 그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공원이 이번 목적지라 마음과 달리 한 아름에 쉬지 않고 달려 갔다.근데 멀리서도 선명한 엘리베이터를 보면 역시나 한 위용 하신다. 홍매화라고 했던가?처음 공원이 조성 되던 시기에 차로 들렀던 길을 따라 도착하던 중 발목을 붙잡..

학마을의 봄_20190314

기상하자마자 주저 없이 출발하여 울진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로 한다.창원, 부산으로 향할 때 반갑고 고마운 지인들 만나는 게 첫 번째 의미 였다면 두 번째는 이번 기회를 빌어 동해의 봄을 맞이하는 거다.물론 어디를 지정해 놓은 건 아니지만 추억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동선을 발견하고 거기에 충실해 지기로 했다.그래서 울진에서 에너지를 보충한 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7번 국도를 따라 하늘처럼 깊은 바다와 그 바다에 인접한 곳을 접하기로 한다. 덕구에서 울진으로 가는 길에 가던 길을 멈추고 지극히 평화로운 마을에 잠시 한길을 벗어났다.뒷산엔 학이 살고, 앞 너울은 이랑이 굴절된 햇살이 넘실대고, 마을 어귀엔 화사한 매화가 미소 짓는 곳.일상적인 시골 마을의 목가적인 풍경임에도 봄은 생동과 수줍음을 동시에 불..

7번 국도 울진 도화 공원까지_20190313

부산에서 출발해서 포항까지 오는데 한참을 걸려 17시반 정도로 늦어버렸다.학교 공직 생활을 하는 야무진 동생을 만나 커피 한 잔 나누는 사이 무심한 시간을 지칠 줄 모르고 흘러 이내 헤어졌고, 7번 국도를 따라 오는 사이 시간은 꽤나 많이 흘러 10시 정도가 되어서야 울진 도화공원에 도착했다.가뜩이나 울진하면 오지라는 인식이 강한데다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공원이라 이 시각도 한밤 중인 시골 시계를 감안 했을 때 공원은 밝혀 놓은 불이 아니라면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텅빈 우주와 같았다.비 내리던 어제와 달리 미세 먼지로 대기가 뿌옇게 흐려 조금은 우려를 했지만 어찌하오리.이따금 텅빈 공원의 주차장에 차가 들어오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가 버리면 공원 전체는 아무런 소리도 전달되지 ..

창원과 부산 여정, 남은 건 사진 하나_20190313

전날 창원으로 가게 된 건 작년 학습에 자료를 제공해 준 분께 감사의 표현이자 받은 자료를 고스란히 전달해 주기 위함이었다.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선뜻 자료를 전달해 주시면서 많은 분들이 그 자료를 통해 합격의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선행에 너무 감사했다.같이 공부하던 학우들 중에선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고, 필요에 의해 없는 건 제공 받을 지언정 가지고 있던 자료는 꽁꽁 숨겨 혼자, 아니면 가까이 친분을 둔 학우들과 공유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상대 평가도 아닌데 많이 합격하면 심사가 뒤틀린다는 심보려나?그렇게 순수한 선행이 고마워 택배로 자료를 보내기엔 감사의 표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거 같아 직접 찾아 뵙겠다고 미리 밝히고 내려가는 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보은을 지나 속리산 부근으로 지..

대가야 품으로_20190303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우선 오마니 고향을 찾아 보기 위함이었고, 더불어 오랫 동안 연락이 닿지 않는 먼 친지의 소식이 전해져 반가움을 실현해 드리고자 했다.너무 느긋하게 밟았나?5시간 걸려 고령에 도착, 저녁 식사를 해결할 마땅한 식당을 찾느라 30분 동안 헤메는 사이 8시를 훌쩍 넘겨 버렸고 하는 수 없이 치킨 한 마리와 햇반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오마니도 기운 없으신지 대충 해결하자고 하시는데 그래도 배는 불러야지.지도 검색에 치킨집은 많지만 막상 댓글 평이 좋은데가 많지 않아 여기로 선택했는데 불친절에 착한 가격은 아니다.맛이 있다면야 가격이 문제겠냐마는 자극적인 소스에 절여 놓는 수준이라 치킨 특유의 식감과 맛은 찾기 힘들다.배 고픈데 더운 밥, 찬 밥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응대..

칼끝 벼랑에 서다, 하늘벽 구름다리_20190217

전망대에 텐트를 쳐 놓고 크게 음악을 틀어 놓은 채 불륜 행각을 벌이던 사람들의 이기심에 기분이 '드그브자!'였지만 내 아까운 시간을 마냥 희생시킬 수 없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하늘벽 구름다리로 출발한다. 전망대에서 비집고 들어가 겨우 건진 사진을 확대해 보면 구름다리가 어렴풋이 보인다.물론 처음엔 저게 구름다리라고 생각도 못했고, 눈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또한 사진엔 없지만 이정표 상에 전망대 0.1km가 하늘벽 구름다리 0.9km를 조금만 지나 전망대 바로 앞과 구름다리로 갈라지는 갈림길 이정표 상에는 구름다리가 0.5km 남았단다.실제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리고 이정표 수치를 봐도 안맞다.이 날 구름다리를 가며 사진을 찍는 도중 거기 가겠다고 어느 정도 가야 되는 건지 묻는 분이 계셔 0...

칠족령 설화가 남긴 절경_20190217

칠족령에 대한 설화. 백운산 자락 근교 제장마을의 한 선비가 옻칠을 하는 옻칠쟁이었는데 그 선비 집에 누렁이란 개가 살고 있었다. 그 누렁이가 저녁 때만 되면 마실 나갔다가 항상 새벽 이슬을 맞고 집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수상히 여긴 옻칠쟁이가 도대체 누렁이가 어디를 갔다 오나 하고 궁금하여 하루는 누렁이 집 앞에 옻칠통을 잔뜩 갔다 놨다. 그날도 변함없이 누렁이는 옻칠통을 밟고 마실을 나갔다. 누렁이가 나간 사이, 옻칠쟁이는 누렁이가 밟고 나간 옻칠을 따라 찾아 나섰다. 옻칠을 따라 가다보니, 백운산 자락에 험하고 가파르다는 무늬마을로 내려가는 산길이었다. 누렁이는 매일 이 험하고 가파른 산을 넘어 밤새도록 걸어서 건너편 무늬마을에 무늬라는 암케를 만나고 또 밤새도록 걸어서 새벽에 집에 도착한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