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의사에서 출발할 무렵의 시각이 17:30경, 여전히 낮은 남아 있고 다음날 내려가면 한 동안 기약할 수 없는 가족들과의 함께할 시간이 까마득하여 하루를 통째로 즐겨 보잔다.
한가위 당일이라 이 고장을 벗어나는 길은 체증을 감안해야 되는데 그럴 각오에 무봉산 너머 용인 남사 방면으로 넘어가 진작부터 한 번 찾아볼 마음을 먹었던 처인성지로 목적지를 잡았다.
다행히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23번 자동차전용도로를 따라 용인으로 넘어가는 82번 지방도로는 맞은편 들어오는 차들이 끝 없는 행렬로 거북이 걸음 중이었지만 용인으로 나가는 방면은 뻥 뚫려 상대적인 쾌감을 누리며 금새 처인성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불과 20분 정도 만에 도착.
처인성이 아닌 처인성지인 이유도 성곽은 전혀 남아 있지 않고, 성지만 남은 휑한 유적지였다.
게다가 성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턱 없이 작아 아마도 외벽이 아닌 내벽의 일부만 살짝 남겨둔 상태가 아닐려나?
성벽이었을 자리는 두 사람이 같이 걸을 수 있을 폭의 산책로와 같아서 그 길을 따라 잠시 걸어 본다.
점차 태양이 서산 가까이 기울자 석양의 뜨거운 빛이 역사적 사연만 남은 텅빈 자리를 비춘다.
성 내부는 그리 크지 않아 한 쪽은 이렇게 나무가 사람들을 대신하여 빼곡히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성 밖은 원주민들의 터전이 되어 작은 길 하나로 구분 되어 있다.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오자 석양은 더 기울어져 이제는 길에 뿌려진 햇살은 자취를 감췄다.
성 내부에 빼곡히 나무가 자리를 차지한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휑한 공터처럼 비워져 있는 자리도 있다.
석양이 서산으로 넘어가는 시간은 아주 잠깐인지라 이미 대부분의 햇살은 사라지고 키 큰 나무 끝에 석양의 자취만 남았다.
한 가족만 이 휑한 공간에 도착하여 슬픈 역사의 이면처럼 적막이 짙어 작게 나누는 대화 조차 소음처럼 크게 공명 되었고, 한 바퀴 둘러 본 후 출발할 무렵 우리가 떨구었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이 도착하여 다시 그 쓸쓸한 자리를 대체한다.
슬픔과 영광이 있던 이 자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쓸쓸한 적막만 가득한 과거의 시간이 되었고, 언젠가 시간에 사라질 준비만 하고 있는 걸까?
너무 긴 시간이 지나 사람들 뇌리에 잊혀져 이제는 외면에 익숙해져 버린 처인성지의 소소한 시간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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