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당일, 부시시 늦잠을 자던 중 큰누님이 집으로 들어 오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
이번엔 혼자오게 된 이유가 큰 조카는 한창 바쁜 대기업 생활, 둘째 녀석은 상영관 알바로 가장 바쁘면서 일당이 짭짤하단다.
큰매형도 물론 급작스런 업무.
제사를 끝내고 가족들끼리 가까운 근교 나들이를 하기로 했는데 첫번째 코스는 오마니 종교적인 부탁으로 만의사를 방문하기로 한다.
역시나 전형적인 가을이라 하늘도 높고 푸르거니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그 맑은 하늘을 등지고 불상이 세상을 바라본다.
오마니는 사찰을 다니며 언제나처럼 절을 하시고, 나는 오마니 핑계로 사찰을 둘러 보며 사진을 찍는다.
사찰 초입부터 반기는 것들이 많다.
코스모스 군락지에서 한껏 펼친 꽃잎으로 부는 바람을 따라 살랑이는 코스모스와 꽃은 이미 시들어 씨앗을 잔뜩 머금고 작은 연못을 가득 메운 연, 대기를 거침 없이 날아 다니는 잠자리까지.
느지막이 지난 오후라 적막할 줄 알았던 절은 의외로 방문객이 많았고, 그들은 한결 같이 가족들과 함께 움직였다.
언제나 자신의 일에 정신 없이 몰입하고 있는 꿀벌들은 한껏 꽃잎을 펼친 코스모스들 사이로 쉴 새 없이 옮겨 다닌다.
이미 서산으로 잔뜩 기운 태양은 이제 하루를 접기 위한 채비에 들어가 서서히 지상의 빛을 거둬들이기 시작 했다.
해가 지날 수록 어릴 적 부터 간직해 오던 명절의 설렌 기분은 자취를 감췄다.
굳이 의미를 부여 하자면 몸 안에 숨어 있던 피로가 융기하고, 긴 연휴를 갈망하던 일상에서 잠시 위안 정도.
연휴가 오기 전에 마음 속을 가득 채우던 정취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다만 위안이라면 가족들과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밤새 바닥을 때리던 화투장과 넘치는 음식을 안주 삼아 번잡하게 오가던 술잔이 올해는 없고, 대신 근교를 다니며 많은 이야기와 그간 떨어져 지낸 사이 안녕을 확인했다는 것.
이제는 익숙해진 사찰 내부를 돌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도 빠듯한 시간보단 휴일이 셔터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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