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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에서의 차 한 잔, 백년찻집_20151212

팔공산 자락에 고급 음식점이 즐비한 곳에서 오랫 동안 장수하는 백년찻집을 처음 간 건 새천년 전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중 경주 보문단지에서 감포 넘어 가는 옛길이 지나는 추령재 고갯마루에도 우연찮게 있다는 걸 알고 2007년 찾아갔더랬다. 특별히 그 집 차향이 그립다거나 강렬해서라기 보단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돌아가고 있단게 참 기특하고 대견해서 대구 간 차, 으슥한 밤에 찾아갔고 비교적 늦은 밤임에도 멀리서 알아 볼 수 있을만큼 톡특한 풍광의 빛을 은은히 발하고 있었다. 그 시간에 사람이 올까?왠걸!출입구 가까운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자리엔 이미 찾잔이 놓여져 있고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오고 갔다.들어가는 입구부터 공간공간 놓여져 있는 소품들이 예전과 별로 변하지 않았다.그런 뚝심..

겨울 나기_20151212

서슬퍼런 겨울의 첫자락은 그리 날카롭지 않다. 하여 사람들 발길이 뜸한 강변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 잠시 강바람에 땀을 맡길 무렵 거대한 오리떼가 평화의 시간을 보내는 광경이 들어찬다. 강물을 따라 흐르는 것 같다가도 일사분란하게 방향을 틀곤 다시 바람을 따라 흐르는 모습이 제법 절도가 있다.잔뜩 움츠리게 만드는 겨울 강바람은 그리 호락하지 않건만 그 모습은 그저 훈훈한 미풍의 착각마저 들게 한다. 봄에, 가을에 그랬던 것처럼 겨울 또한 쉬고 등 돌리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세상의 이치련만 늘 우리는 현재의 핍박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닌가?그렇다고 시간은, 계절은 기다림도 없고 다만 동정의 귀띔만 해줄 뿐이련만.

일상_20151206

몰아서 폭풍잠을 자고 일어나자 이미 정오를 지나 있었고 방바닥 헤엄을 떨치고 자전거 타러 오산천으로 고고씽~ 올 봄부터 새로운 자전거 코스로 잡은 오산 시내를 관통하는 오산천 고수부지(참조:오산으로 자전거 첫 출정_20150509)는 이제 자전거 핸들이 습관적으로 돌아가는 곳이라 더 이상 새롭다거나 사진으로 남겨둘 만큼 이채롭지는 않다.그저 일상에서 늘 접하는 편안한 곳일 뿐. 돌아 오는 길에 남은 커피를 마시며 한숨 돌리는 쉼터가 있는데 대략 산척저수지를 연결해 주는 송방천이 큰 강의 오산천과 만나는 곳이다.한적하면서도 사방이 트여 있고 그러면서도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귀로점과 같은데라 음악을 조금 크게 틀어 놓더라도 누구 하나 방해 되지 않아 그 잠깐의 여유에 커피도 한 모금하며 가쁜 숨을 진정시켜주..

눈꽃들만의 세상, 함백산_20151128

기대했던 일들에 반하여 아쉬움도 크다면 떨칠 수 있는 노력은 해봐야 되지 않겠는가. 사북 하늘길이 막혀 버려 검룡소를 가게 되었는데 예상외로 멋진 눈꽃 세상을 보게 되어 내 마음 속의 프랑켄슈타인이 간땡이가 커져 버렸다.그 표정을 알아 차린 일행의 제안으로 망설임 없이 함백산 자락에 얹혀 살아가고 있는 오투리조트로 날아갔다. 큰 산들 사이를 비집고 자리를 튼 태백시내가 어렴풋이 보이는데 대기가 조금 뿌옇긴 해도 검룡소에서 내린 눈발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하늘은 아이의 눈망울처럼 맑기만 하고 앞으로도 눈비는 커녕 먹구름조차 개미 똥꼬만큼도 보일 기색이 없었다.망원으로 찍어서 가깝게 보이지 실제 라섹수술하지 않았다면 태백시내는 보이지 않았겠지.멀리 오렌지색 건물들이 청정지역 태백의 대기를 뚫고 해맑게 ..

한강의 세상 만나기, 검룡소_20151128

작년 11월 말에 정선 하늘길 트래킹(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을 다녀온 후 몰아 닥친 한파는 마치 내 여행길을 자연의 배려로 착각했고, 올해도 비슷한 시기인 11월 마지막 주말을 이용해 여행 계획을 잡으며 의례히 축복을 자만했건만 이번엔 그런 자만을 비웃듯 여행을 터나기 하루 전에 한파가 복병이 될 줄이야.그렇더라도 내 꿋꿋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는 벱이라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설레는 마음을 그대로 실은채 신고한터미널로 3시간 반 동안 날아갔다.동서울에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리즈로 꿈 꾼걸 보면 한 주 동안의 피로 회복엔 더할나위 없는 명약 처방이었다.이번 숙소는 고한과 사북의 길목에 자리잡은 메이힐즈 리조트.원래 하이캐슬을 선호한데다 원래 여행의 코스가 하..

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

여전히 산골에 남아 서성이는 만추의 풍경이 그리운 가을과의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운 발로일까? 바다와 산을 아우를 수 있는 통고산으로 가는 길은 늦은 밤, 꽤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행군과도 같았다.영주를 거쳐 봉화를 지나는 36번 국도는 가뜩이나 인가가 드문데 밤이 되면 나 혼자 암흑을 방황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자정이 넘어 잠시 쉬어간답시고 춘양을 들렀더니 온전히 잠든 마을이었는데 외롭게 불을 밝히는 등대처럼 편의점 하나만이 움직이는 불빛의 흔적을 발산 중이라 극단의 반가움이 울컥 치솟았다.춘양하면 일교차가 원캉 커서 해가 진 한밤과 새벽에 거짓말처럼 추운데 아니나 다를까 편의점 여주인은 겨울 무장을 하고 쓸쓸히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따스한 두유 두 병을 사서 하나는 완샷! 하나는 품 안..

아이팟터치6세대를 겟!!!

아이폰5s를 떠나 보낸 자리는 어김 없이 아이팟터치6세대가 대체 되었다규. 어차피 아이뽕을 사용 중이라 아이팟터치가 필요할까 생각할 수 있는, 폰 기능을 빼곤 아이뽕과 같아서 돼지털기기 중독증이거나 활용도가 떨어질 거 같지만 광역 버스를 이용해서 출퇴근 편도 시간만 1시간 가량 소요되므로 하루 중 가장 깨알 같은 휴식 시간인데 아이뽕으로 음악을 듣다가 시도때도 없는 카톡 소리엔 대책 없이 풀린 긴장을 다시 추스려야만 한다.대중 교통 안에서 벨소리가 소음이라 진동으로 해 놓더라도 이어뽕을 끼고 음악을 듣다 보면 휴대폰이 낼 수 있는 온갖 소리가 여과 없이 들리는데 아무리 무딘 신경이라도 결국 폰 기능 자체가 방해가 된다.그래서 대안으로 아이팟을 사용한다네~폰 기능만 뺐다지만 두께 6.1밀리에 무게 88그램..

영양에서 가을을 만나다_20151024

제대로 된 가을 여행을 어디로 할까 고민하던 중 어디를 가나 넘치는 인파를 어떻게 피하면서 지대로 청승을 떨기엔 적절한 타협이 필요했다. 인파가 많으면 그만큼 멋진 가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입소문이 덜한 만큼 차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러던 중 머릿속에 불빛이 번쩍!올 초여름 반딧불이를 만나러 갔던 오지 마을, 영양이었다.(반딧불이를 만나러 갑니다_20150627) 역시나 금요일 퇴근 후 바로 청량리역에서 열차를 이용하여 영주역에 도착, 일행을 만나 밤 늦은 시각에 영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줄곧 잡아 18시15분 청량리역에서 출발->20시 50분 영주역에 도착하여 허기진 배를 채우고 커피 한 잔을 손에 든채 21시40분에 영양으로 출발->봉화를 거쳐 23시 무렵에 영양 도착...

홍천에서의 평온한 하루_20151020

평소와 같은 잠깐의 여유라도 다른 계절엔 지루한 시간일 때가 많지만 가을만큼은 지루할 틈이 없다. 홍천에 들렀던 이틀의 짧지 않은 시간 조차도 난 넘치는 심적 여유로움에 유영할 만큼 타인에 비해 압도적인 많은 추억을 쓸어 담았다. 홍천에 지인이 살고 있다지만(홍천 고사리 채취), 그리고 비발디파크에 가족 여행을 종종한다지만 서먹할 수 밖에 없는건 자유 여행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내 소갈머리에 치밀한 경로와 목적지를 미리 정하기는 싫고.지나던 길에 홍천유원지 이정표를 바라고 무조건 왔더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끈하게 가공된 공원이 아니었다.말 그대로 강 가에 넓직한 공간이 있고 잠시 궁뎅이 붙일 수 있는 곳도 여기를 제외하곤 전무후무한 상태나 마찬가지.막연히 왔던 만큼 실망은 없었지만 ..

가을 성묘_20151017

한가위 성묘를 가는 건 늦어 버리면 찾아 오는 추위의 날카로움으로 차를 이용해야 되는데 요맘때가 자전거로 다녀 오기 가장 시기 적절한 타이밍이다.간편한 복장에 강한 햇빛만 적당히 방어한다면 자전거를 타고 50여 킬로미터가 그리 부담 되지 않거니와 강을 따라 한창 만개해 있는 가을 운치를 백 배 누릴 수 있음이다. 황금네거리 부근에 잡아 놓은 숙소를 빠져 나와 눈팅도 만족시킬 겸 대중교통으로 이동, 따스한 햇살이 눈부실 만큼 전형적인 가을이라 날은 기가 막히게 잘 잡았다.만약 차를 이용했더라면 이런 호사를 호사라 느낄 수 없이 그저 지나치는 과정으로만 봤을터라 누가 내린 결정인지 몰라도 현명했다라고 봐! 1차 목적지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대여한 후 뱃속 허기를 달래고 출발~새로 조성한 공원인지 아주 빈약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