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가을 성묘_20151017

사려울 2015. 11. 2. 02:17

한가위 성묘를 가는 건 늦어 버리면 찾아 오는 추위의 날카로움으로 차를 이용해야 되는데 요맘때가 자전거로 다녀 오기 가장 시기 적절한 타이밍이다.

간편한 복장에 강한 햇빛만 적당히 방어한다면 자전거를 타고 50여 킬로미터가 그리 부담 되지 않거니와 강을 따라 한창 만개해 있는 가을 운치를 백 배 누릴 수 있음이다.



황금네거리 부근에 잡아 놓은 숙소를 빠져 나와 눈팅도 만족시킬 겸 대중교통으로 이동, 따스한 햇살이 눈부실 만큼 전형적인 가을이라 날은 기가 막히게 잘 잡았다.

만약 차를 이용했더라면 이런 호사를 호사라 느낄 수 없이 그저 지나치는 과정으로만 봤을터라 누가 내린 결정인지 몰라도 현명했다라고 봐!



1차 목적지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대여한 후 뱃속 허기를 달래고 출발~

새로 조성한 공원인지 아주 빈약해 보이는데 그래도 제법 산책 나온 사람들이 눈에 띄인다.

근데 사진으로 봐서는 사람이 없구먼.



한 시간 여를 달려 외곽의 어느 아파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갈증을 달랬다.

나즈막한 나무들이 빼곡하여 실제 이 길을 따라 산책을 한다면 여름에 거미줄 무쟈게 달라 붙어 스파이더맨으로 착각할 수 있겠지만 강렬한 햇볕을 잠시 피하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아부러.



올 봄에 온 후(산소 가는 날_20150417) 한가위 지나 또 왔구먼유.

아부지께서 늘상 울 가족들 잘 보살펴 주시어 허벌나게 좋은 일들이 많아 무사히 자전거 타고 또 왔시유.

그간 무고한지라잉.

올 여름에도 비가 쪼까 왔을 거시고 여기저기 말벌과 땅벌 요 잡것들이 산소 주위에 쿠데타를 일으키는 바람에 애 쓰는 분들도 많은디 여긴 아주 아늑하고 평화롭구먼유.

늘 혼자 계시더라도 혼자 계시는 거시 아니시니께 염려 붙들어 매시고 여전히 건강하고 화목한 아부지 새끼들도 변치 않게 아부지 생각하고 있을텡께 이 평온한 가을에 좋은 공기를 안주 삼아 제가 가져온 쐬주 한사발 하시고 맘 편히 계세유.

울 엄니 요즘 건강이 쪼까 거시기해 부러 아부지께서 살펴 주시면 우리 새끼들도 항상 행복을 붙들어 매고 있을랑께 심려치 마시고 다음 만날 앞으로의 시간들에 설레임 가져 볼라요.

우리 불쌍한 아부지, 어무이 생각하믄 늘 눈물 나는데 앞에서는 눈물 안 보일랑게 지독하다 여기지 마시고 그럴 수록 저 마음 다 잡고 악바리처럼 두루두루 잘 살라요.

다음 올때도 오리지날 벌건 두꺼비 한 병 꼭 챙겨 와불랑게 평안히 잘 쉬고 계세유.




항상 오게 되면 찍게 되는 길에도 어느덧 가을 내음이 물씬하다.

여전히 다행스러운 건 올 때마다 잦아든 바람이 이 길목을 지키며 떨어지는 꽃잎이나 낙엽을 살짝 흔들며 반겨 준다.

그 바람이 고맙고 반가워 늘 이 자리를 응시하며 손끝에 닿는 그 느낌으로 소통한다.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한다면 오래 있을 수 없어 잠시 있었던 감상을 챙겨 넣고 왔던 길로 고고씽~

가던 길에 탐스럽게 열린 감들이 가을 햇살을 받아 초롱히도 빛난다.

전형적인 가을 풍경이면서도 잠시 잊고 있던 장면이 아닌가 싶어 반가움에 몇 장 사진으로 담아 두었다.



그 계절을 보여 주는 강변의 풍경들은 기실 하나만의 변화로는 알 수 없듯 함께 약속이나 한 듯 갈아 입는 옷들을 보며 부는 바람에 섞인 가을 내음을 더 배가 시켜 준다.




가을 강가의 단골 손님인 갈대는 이제 지겨울 때도 된거 같지만 반가움에 살랑이며 흔드는 뽀얀 손짓에 마음 약해져 잊은 듯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억도 모자라 사진으로 담아 둘 욕심은 늘 앞선다.

이런 걸 보면 화려하고 울긋불긋한 색상의 조합만이 아름다운 건 아니다.

겨울 바닷가에서 세찬 파도가 바위를 집어 삼킬 듯 희고 거대한 이빨을 드러낼 때 감탄사를 무한히 아끼지 않는 것처럼 갈대의 군락지에서 바람결에 일사분란하게 흔들어 대는 손짓 또한 늘 경이롭다.

낮이 부쩍 짧아진 하루의 아쉬운 작별이 다가옴으로 욕심내어 하루 동안 감상에 젖지 말자 싶어 촉박한 시간을 채찍질하며 다시 갈 길을 간다.



비교적 외곽으로 크게 굽이치는 강변의 가을은 여름의 신록을 흐르는 물에 씻으며 퇴색되어 간다.

그러나 퇴색이 퇴보가 아닌 건 분명하다.




이제 하늘에 남은 빛들은 모두 꺼져 버리고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맛난 식사를 하며 이번 여행이자 도리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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