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산중에서의 차 한 잔, 백년찻집_20151212

사려울 2016. 1. 8. 01:43

팔공산 자락에 고급 음식점이 즐비한 곳에서 오랫 동안 장수하는 백년찻집을 처음 간 건 새천년 전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중 경주 보문단지에서 감포 넘어 가는 옛길이 지나는 추령재 고갯마루에도 우연찮게 있다는 걸 알고 2007년 찾아갔더랬다.

특별히 그 집 차향이 그립다거나 강렬해서라기 보단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돌아가고 있단게 참 기특하고 대견해서 대구 간 차, 으슥한 밤에 찾아갔고 비교적 늦은 밤임에도 멀리서 알아 볼 수 있을만큼 톡특한 풍광의 빛을 은은히 발하고 있었다.

 

 

그 시간에 사람이 올까?왠걸!출입구 가까운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자리엔 이미 찾잔이 놓여져 있고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오고 갔다.들어가는 입구부터 공간공간 놓여져 있는 소품들이 예전과 별로 변하지 않았다.그런 뚝심에 박수 삼 세번!

 

 

늘 녹차나 백년차라고 이름 붙여진 한방차를 마셨더랬는데 이번엔 국화차에 도전.

김이 쉴새 없이 터져 나오는 뜨거운 물을 붓자 한껏 웅크리고 있던 국화가 그짓말처럼 만개하면서 투명 주전자를 빼곡히 채운다.어느 정도 우러났을때 한 잔 부어 완샷~강하지 않지만 매력적인 국화 특유의 매캐한 향이 입 안에서 맴돈다.

 

 

물 속에 활짝 핀 저 꽃들이 모여 뚜껑을 벌꺽 열면 향이 빅뱅할 것만 같지 않나?흐느적대는 해파리처럼 국화꽃잎 또한 반투명의 반짝이는 해파리 같다.실제 찻잔에 국화차를 부으면 조각조각 떨어져 나온 꽃잎이 따라 나와 입안에 한 모금 채울때 그 부드러운 촉감으로 인해 입 천장이 간지러진다.

 

 

밖을 나와 마당을 내려다 보면 이렇게 고즈넉한 마당이 보이는데 차 향 만큼이나 고택의 은은한 정취가 간직되어 있어 산 언저리에 그 자태가 멋드러져 보인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공공장소 삘이 나더라도 한옥의 그윽한 분위기가 스며든 이 곳에서의 차 한 잔은 추억이 되살아남과 동시에 잠시 바쁜 일상의 작은 쉼표가 충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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